내 친구는 어디로 갔을까

연이

by 최명숙


찾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연이. 죽마고우다. 그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 꿈까지 꾸었다. 알아볼 수 있는 데까지 다 수소문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연이’의 친정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가족과 관계를 끊고 잠적한 지 십 년도 넘었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인지 가족들도 모른다고 했다. 오히려 내게 말했다. 찾게 되면 꼭 연락 달라고.


나는 좀 집요한 구석이 있다.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부질없을 때도 있다. 한 번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그것을 언젠가 벽(癖)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것이 병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내 성격이니 어쩌겠는가. 연이를 찾고야 말리라, 살아있기만 하면 찾지 못할 리 없다. 최면을 걸 듯 매일 다짐했다. 그만큼 연이를 내 마음에 가까이 느끼고 있었다.


연이와 연락이 끊어진 이유는 삶의 지난함 때문이었다. 그 속내를 누가 알랴. 어느 날, 내 삶의 여정 가운데 가장 힘든 일이 일어났고, 그것을 극복하느라 십여 년 가까이 걸렸다. 솔직히 말하면 극복도 아니다. 그냥 조금 닳아졌다고, 아니 익숙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그렇게 십 년 세월이 흐르고 나서 정신이 들자, 연이에게 연락했다. 전화가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찾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리 아무도 알 수 없을까. 연이가 존재했다는 게 망상이었던 것처럼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애가 탔다. 가끔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했다. 나는 휴대전화를 쓰면서 30년이 다 되도록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010으로 통일되면서 가운데 숫자 하나가 더 들어가긴 했지만. 그 번호는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다. 그러니 연이가 내게 연락할 수도 있었을 텐데. 무슨 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은 진리다.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웬만해선 없다. 수소문 끝에 드디어 찾았다. 연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알려준 사람은 금방 연이와 전화를 했다며 틀림없단다. 뛸 듯이 기뻤다. 가슴이 두근댔다. 연이도 나를 무척 반길 거라 믿었다. 그리고 적어도 1시간 이상 통화가 이어지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급한 일을 빨리 처리한 다음, 시간 여유를 확보해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간다. 심장박동이 커지고 내 마음은 흥분되었다. 받지 않는다. 여전히 신호를 보낸다. 어떤 상황인지 조심스러워졌다. 끊었다가 다시 할까 하다, 연이도 나인 줄 알면 다 이해하고 반길 거라는 믿음이 있어 그대로 기다렸다. 여전히 받지 않았다. 받지 못할 상황인 것 같아 전화를 끊었다. 입력되지 않은 전화를 선뜻 받지 않는 요즘이므로, 이해했다.


10분쯤 지나 다시 전화했다. 신호가 가고 바로 받았다. 연이야, 나야, ㅇㅇ이.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어디 살고 있니? 당장 만나자. 이말 저말 정신없이 쏟아냈다. 그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다시 연이의 이름을 불렀다. 응, 무슨 일이야? 예상외였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 반기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연이는 왜 전화했느냐고 건조하게 물었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빠졌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무척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보고 싶어서 간절히 찾았다고, 나도 그동안 일이 있어서 연락하지 못하는 새에 이렇게 끊어지고 말았다고, 근황과 함께 연락하지 못한 사연을 나열했다. 다 이해할 거라 믿고. 연이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랬냐고, 지금 산책하고 있어서 전화 길게 못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왁자하게 떠드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끊고 나서 든 기분은 허탈함이었다. 허방다리를 짚은 것처럼 기분이 한없이 빠졌다. 마음을 추스르려고 잠시 눈을 감았다. 어릴 적에 함께 하던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서로 작은 거라도 나누던 마음,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앉아 나누던 이야기, 모든 게 꿈이었을까. 그런 날을 연이는 다 잊은 걸까. 내가 연락 못하고 지낸 십 년의 세월을 곡해하고 있는 걸까. 끝없는 물음을 던지며 망연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연이의 전화를 기다렸다. 나도 몇 번이나 하려고 망설이다 그만두었다. 우리 사이에 끼어든 것이 무엇일까, 아니면 인연이 다한 걸까. 연이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있는 걸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얼마나 많은 자문자답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일이 바빠 잠시 잊었다가 또 전화를 만지작거렸다. 결국 지금까지 다시 전화를 하지 못했고, 전화가 오지도 않았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물건이나 책만 버리지 못하는 게 아니라, 추억도, 사람도 못 버린다. 그래서 같은 경우라도 마음고생을 더하는 것 같다.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안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마음이 약해서 그러리라. 아니, 정이 많아서. 그런 것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소용이 없을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잘못한 것 없는 세월만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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