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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Apr 08. 2023

서정시

 

꽃비 내리는 날

꽃잎 한 잎 날아와 창 두드리는 듯하더니

향기 한 줌 실려와 내 몸 흔드는 것 같더니

너였구나      


오래전 깊은 밤

어린 나를 간절히 부르곤 했지

잠 깨어 뜨락으로 나가면

너는 온몸으로 불을 켜 꿈처럼 높이 걸려 있었어

고개를 젖히고 너와 속삭였지

내 모든 꿈은 너로부터 시작된 거야  

   

한 줄기 꿈을 잡고 정작 너를 잊고 산 세월은 강물 같은데 잊지 않고 타박하지 않고 찾아와 여전히 나를 부르고 몸을 흔들고 마음을 어루만지고 안아주고 새로운 꿈을 갖게 한     


꽃잎처럼 향기처럼, 살며시

집안 깊숙이 밤 마실 온

너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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