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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자유시

by 최명숙


몇 날 며칠

욱신욱신

온몸을 통증으로 흔들어대던 어금니


빼버릴까 둬볼까 나을지도 몰라

유치 빠지고 난 영구치인데

설마 벌써 못 쓰게 됐을까, 아프다 낫겠지

망설이고 망설이다 빼고만 영구치가 못된

의사 손에 뽑혀 나온 뿌리만 남은

거무튀튀한 왼쪽 아래 둘째어금니


날 먹여 살리느라 이렇게 썩었구나, 뿌리만 남을 때까지

뿌리마저 흔들흔들할 때까지

온몸 다 내주고 묵묵히 견뎌왔구나, 그런데도

욱신욱신한다고 원망하고

영구치가 못된 영구치라고 타박하고

써먹을 대로 써먹고 뽑아 버린

늙은 부모 같은 어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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