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곡할 노릇

일상

by 최명숙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왜 한 번도 눈여겨 안 보고, 그런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을까. 꼼꼼하기로 본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인데. 내가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상대에게 이해해 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도 확인을 해봐야 했다. 어리석은 사람 취급받더라도. 심지어 그 기간이 상당히 지났더라도.


엊그제 발견했다. 차 내부 청소를 하다가 조수석에 매트가 깔려 있지 않은 것을. 차를 산 지 벌써 7개월이 넘었는데 이제야 그게 눈에 띄다니, 무엇에 홀린 듯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 차 열쇠를 준 적 없다. 그 흔한 발레파킹도 부탁하지 않았고, 세차장에 차를 맡긴 적도 없다. 세차도 지금까지 내가 직접 했다. 조수석에 매트가 깔려 있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것을 몰랐다는 게 납득 가지 않을 수 있겠으나 사실이다. 나만 혼자 쓰는 차이고 누구를 조수석에 앉혀 본 적도 거의 없다. 7개월 동안 서너 번 정도밖에 안 되니. 거의 나 혼자만 타고 다닌다. 조수석 아래 매트가 깔렸는가 여부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매트 자체에 관심도 없었다. 그 매트는 자동차 회사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판매원이 서비스로 깔아준 것이었다. 딸려 나온 것은 상자에 담긴 채 트렁크에 그대로 있다.


조수석에 매트가 깔리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것은 내부 청소를 하면서다. 바닥에 작은 돌 부스러기와 모래 등이 있어서 그걸 제거하기 불편했다. 이상해서 운전석을 보게 되었고,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본래 없는 것일까. 있는 건데 빠뜨린 걸까. 그것을 판매원이나 나나 왜 몰랐을까. 예민해서 무엇이든 세밀히 챙겨보는 나인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혼란스러웠다.


고민하다 판매원에게 전화했다. 판매원은 대뜸 그럴 리가 없단다. 예측했지만 막상 듣고 보니 속상했다. 그랬다면 왜 처음에 몰랐느냐는 거다. 관심을 두지 않았고 옆에 누가 앉는 적이 거의 없어 생각지 못했다고 했으나, 판매원은 이해 가지 않는단다. 출고했을 때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으니 그걸 입증할 수 없다. 그렇다고 차를 누구에게 맡겨 본 적이 없는데, 내가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것을 탓하는 도리밖에 없다.


기분은 좋지 않았다. 믿을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된 말을 들었으니까. 지금까지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차라리 말하지 않느니만 못했다. 판매원은 다음날 출근해서 확인해 보고 연락해 주겠다지만 그런 일은 생길 수 없는 일이라며 못 박고 전화를 끊었다. 이해 간다. 그게 세트로 나오는 것이니 하나만 깔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판매원이나 나나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인 것은 맞는데, 판매원의 말이 거슬려 견딜 수 없다.


사람이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생긴다더니 그런 것 같다. 새 차가 나온 것에 기뻐 미처 그걸 살피지 못했다. 아들딸에게 좋은 일이 생겨도 70% 정도만 좋아하고, 침착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실수하지 않도록 허투루 보는 게 없어야 한다고 했는데, 정작 나는 실수투성이라니 실소가 나왔다. 어쨌든 검증할 수 없으니 내 실수로 인정할 수밖에 도리 없다.


본래부터 없는 것인지 혹시 누락된 것인지 확인만 부탁한 것이지 그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판매원이 정색하며 그럴 수가 없는 일이라고 단정하니, 나만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 왜 확인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데에 더 할 말이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오래 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게 계속 거슬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아보니 조수석 매트만 살 수 있었다. 그냥 살 걸 공연히 전화해서 내 기분만 상했다. 이미 말을 했으니 기다려보기로 했지만 신경이 쓰였다. 무엇보다 판매원이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했던 말이 계속 거슬렸다. 그렇다면 내가 그 매트를 어쨌다고 생각하는 걸까. 황당할 수 있겠으나 확인해 보고 방법을 모색하자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매트 하나 때문에 우세를 당한 것 같았다.


다음날 판매원이 전화를 했다. 시공한 곳에 문의했으나 당연히 없었고, 조수석 매트만 따로 살 수 있단다. 그래서 신청서 넣었고 이번 주 내로 배달될 거란다. 가격은 만 원. 기막혔다. 만 원이라는 가격에. 그렇게 싼 것에. 판매원에게 계좌를 보내달라고 했고 바로 계좌번호가 찍혔다. 십만 원도 아니고, 오만 원도 아니고, 만 원이라니. 허탈했다. 판매원이 말하기를 아주 좋은 것으로 서비스하는 거라고 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사람 마음이 참 옹색하다. 내 마음이 그렇다. 얼마 전까지 차 산다는 사람에게 그 판매원을 홍보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식사도 한 번 대접하려고 몇 번 시간 조율을 시도했었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더 이상 그것도 진행할 마음이 없어졌다. 차를 팔 때 그 여성 판매원은 친절하고 야무졌으며 신뢰 가는 사람이었는데, 이 작은 사건 하나로 내 마음이 식다니, 옹색하지 뭔가.


내가 매트 값을 낼 생각이었고 이론상으로도 맞다. 그런데 바로 계좌번호가 찍혀 오니 우리의 관계는 비즈니스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했다. 큰 액수도 아니니 한 번 인사로 거절만 했어도, 내 마음이 풀렸을 테고 값도 물론 지불했을 터다. 확인하지 못한 내 실수라고 볼 때, 그게 맞으니까. 나는 왜 판매원의 그런 태도가 씁쓸할까. 나를 돌아보고 탓하면서도.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이율배반적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게 관건이다. 어쩌면 판매원은 요즘 사람, 나는 예전 사람의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최대한 그 판매원의 태도를 이해해 보기로 했다. 내 눈의 들보를 먼저 보기로. 그나저나 이상한 일이다. 그 매트는 어떻게 된 걸까. 하늘로 솟았을까, 땅으로 꺼졌을까.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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