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맘대로 되는 일이 있을까. 친구, 직장, 경제, 심지어 지식까지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내 마음도 맘대로 안 되는데 말해 뭣하랴. 속상한 일이 있거나 세상살이가 뜻대로 안 될 때, 이제 마음대로 살 거야, 외치지만 그렇게 되던가. 순간적으로 잠깐 그럴 수는 있겠지만 금세 일상의 숱한 제약들에 걸려들고 마는 게 우리의 삶이다.
그런데 몸은 좀 다른 것 같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된다. 오래 참고 노력하기만 하면. 그 인내와 노력의 정도가 문제겠지만, 된다. 그래서 요즘엔 사람들이 다른 곳에 투자하기보다 자기 몸에 투자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헬스클럽에 이용자가 넘쳐나고, 먹고 입는 것, 몸 관리하는 것이 다양해졌나 보다. 과거에 몸 관리라는 말이 과연 있었을까 싶다. 물론 지금은 먹고사는 게 걱정되지 않는 세상이고, 외모를 하나의 능력으로까지 보는 세상 아닌가. 아무튼 몸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가 얼마나 좋으면 부모 팔아 친구 산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하는 속담이 다 있을까. 그뿐이라 고사성어만 해도, 죽마고우, 관포지교, 지란지교, 백아절현 등. 예로부터 인간관계 중에 친구가 소중하고도 밀접한 관계라는 걸 교육받고 자랐다. 그런데 요즘 친구는 이해관계로 형성되는 경우가 적잖다. 친구도 이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자식은 어떤가. 효를 백행의 근본이라고 배웠던 게 까마득한 옛날이 되어가고, 그런 말을 하면 언제 사람이냐고 눈초리를 받기 십상인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부모들도 옛날의 부모가 아니다. 무조건 주기만 하다가는 노후에 궁핍하고 비참하게 살며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기에, 자식에게도 한없이 주지 않는다. 자식을 철석같이 믿지도 않는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경제도 믿을 수가 없다. 언제 어떤 변화가 일어 갖고 있는 재산가치가 추락할지 아무도 모른다. 기업에 투자를 해도 그게 믿을만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가진 자산을 은행에 넣어두니 이자 수익이 늘지도 않는다. 갖고 있는 것 늘어나는 재미도 없고, 물가는 계속 올라, 가치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친구도, 자식도, 경제도, 믿을 데가 없다. 그러니 내 몸은 내 것이므로, 맘대로 할 수 있어, 몸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몇 달 전 몸에 이상이 생겼다. 혈당이 높아지고 혈압이 상승해서 피곤하고 머리가 아팠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까 생각하다, 내 몸을 내가 다스려보기로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바깥나들이가 염려되기도 했다. 혈당과 관련된 책을 뒤적이고 유튜브에도 기웃거렸다. 처음이다, 유튜브는. 세상에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많단 말인가. 배우고 익힌 의학지식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의사와 약사들이 참으로 많았다. 동영상을 보면서 당뇨와 고혈압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쌓고, 몸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비롯하여 내 몸을 위해 시간까지 투자했다.
식이요법이야 그렇다고 해도 운동시간이 적잖게 들었다.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나에게 운동을 위해 두 시간 이상씩 매일 투자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두 시간이면 책을 얼마나 읽는데, 또 글을 얼마나 쓰는데, 강의 준비를 얼마나 하는데 등등. 시간만큼은 쓰기가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 몸에게 나는 참으로 인색했다는 걸 깨달았다. 먹는 것도 배가 고프면 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먹는 게 다였다. 내 몸이 원하는 것, 몸에 좋은 것,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운동도 산을 좋아해서 가고 싶을 때 가는 것이었지, 몸을 위해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 누가 나에게 말했다. 자기 몸에 참 인색하다고. 그 말이 맞았다.
굳게 마음먹었다. 이제 내 생애 최초로 내 몸에 투자하기로. 식단을 짜고 내 몸에 맞는 음식을 골고루 찾아 먹으며 테스트를 했다. 식사일기를 쓰고 먹고 난 후 혈당을 측정하며 철저하게 관리했다. 식후 30분이 지나면 꼭 운동을 했다. 내 몸에게 말도 걸었다. 이제 몸 너를 위해 내가 운동을 할 거야, 라며.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아끼지 않고 먹으며, 지금까지 먹는 것에 부실했던 것을 반성했다. 건강식품과 종합비타민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취침시간도 너무 늦지 않게 했다. 살살 달래며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주니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게 관리를 시작하고 10일이 되자 식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20일 후에는 공복혈당도 정상이 되었다. 몸무게는 일주일에 정확하게 500그램씩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혈압도 정상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넉 달이 되자, 몸무게는 8킬로그램이 감량되면서 몸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피곤했던 증상이 사라지고 삶의 의욕이 생겼다. 무어든 하면 될 것 같은 긍정적인 생각이 가득했다. 자신감이 생기고 너그러움도 더해졌다. 이런 변화가 놀랍기만 했다. 무엇보다 혈당과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 게 참으로 기쁘고 다행스러웠다.
사람들이 몸에 투자하는 이유를 알았다. 어쩌면 그렇게 사람들은 지혜로울까. 나는 육십 중반에야 이걸 알게 되다니, 어리석게 산 것 같아 내 몸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아낄 수 있는 게 내 몸밖에 없어, 내게 너무도 인색했던 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했어도 어리석은 일 아닌가.
이제 내 몸에 듬뿍 투자하리라. 그래서 건강하게 긍정적으로 산다면, 자식들에게는 물론이고 지인들에게도, 특히 나에게 좋은 일이니까.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몸에 투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은 나는 분명히 어리석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