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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Jun 17. 2023

민들레꽃

자유시

   

흙먼지 풀풀 날리는 도시 변두리 주차장 한쪽, 척박한 자갈 틈새에 짐을 풀었어요 여기서 저기서 아우성이네요 한 모금 물 발 뻗고 누울 자리 없는 곳 핏대 같은 목줄기 세워야 하는 날엔 고향의 쇠비름 바랭이 질경이가 부러웠어요, 보고 싶었어요, 그리웠어요 뿌리를 깊게 내리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땅 속은 온통 돌멩이들 차지였지요, 간신히 비집고 들어갔어요 배기통에서 쏟아지는 검은 매연이 내 몸에 찰싹찰싹 들러붙어 온몸이 까맣게 되었네요 내 속에 흐르는 피마저 까말까요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을 받아먹으려고, 숨을 죽이고, 밤을 밝혔지요 하루에 한 번 새벽에 맑은 이슬이 내렸어요, 싱그러운 바람도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보았어요

검고 작은 내 몸에서

노란 꽃이 찬연히 피어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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