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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그리움

by 최명숙

어릴 적

오르내린 뒷산자락

오리나무 꼭대기에

지금도 밤송이 같은 까치집 하나

길가 돌배나무 가지에서는

방울소리 내듯

마른 하눌타리 열매 서너 개가

이른 봄바람에 한들거렸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내가 자란 옛집


거친 손자국 난 흙담

노란 짚으로 인 지붕 위로

잔솔가지 타는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사립문 지그린 저녁에

하눌타리 열매처럼 나누던 이야기

알음알음 오솔길 더듬어

다시 찾은 옛집엔

소꿉놀이하던 사금파리 몇 조각이

무너진 흙담 밑에 소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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