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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Jul 01. 2023

소멸

자유시

  

긴 하루해가 졌다 

세상의 모든 색이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굴절되지 못한 채 

허리가 잘린 빛처럼 바르르, 떨다 

결빙되어 바스러졌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게 색뿐이랴 허리가 잘린 게 빛뿐이랴 구의역에서도 용광로에서도 학교 앞에서도 공사판에서도 빵공장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수리하다, 일하다, 폐지 수레를 끌고 가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세상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어둠 속으로 허리가 잘려 떨다 결빙되어 바스러지고, 티끌이 되어 떠돌다 잿빛 도시 검은 굴뚝 속으로 사라지는 인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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