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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Sep 05. 2023

글의 서두 쓰기, 어떻게 할까

서두는 글의 첫인상


서두 쓰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유는 글의 전체 내용을 반영하면서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에 아무리 좋은 내용이 들어있다 해도 서두에서 독자를 사로잡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읽지 않는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할 수 있을까. 없다. 서두에서 독자의 시선을 낚아 채 꽁꽁 묶어둘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끝까지 글을 읽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글 쓰는 이들은 서두에 심혈을 기울인다. 어떤 문장으로 시작할까, 첫머리에 무슨 내용을 담을까, 어떻게 하면 독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유발할 수 있을까, 고심한다. 퍼뜩 떠올라 쓰고 보면 이미 남들이 다 썼던 진부한 것일 수 있다. 그것을 아는 순간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실망감을 맛보기도 한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시포스가 굴러 떨어진 바윗덩이를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리듯 또 노력한다. 이 문장, 저 문장 써본다. 그러다 마음이 드는 첫 문장이 떠오르면 그때부터 일사천리로 써내려 갈 때가 있다. 그 환희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서두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호기심과 관심을 유도해 시선을 붙잡아 놓고 내용이 보잘것없어 변죽만 울리는 글은 안 된다. 잔치에 초대했으면 먹고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하듯, 글에 초대했다면 내용이 알차서 독자로 하여금 공감하고 감동하는 글이어야 한다.


서두는 글의 첫인상이다. 사람도 첫인상이 있듯이 글도 그렇다. 첫인상을 보면 그 사람을 대략 알 수 있듯이, 서두를 보면 글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또한 대략 알 수 있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다. 사람도 사귀어 보아야 정확하게 알 수 있듯, 글도 끝까지 읽어봐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서두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서두 쓰기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서두 쓰기가 잘되지 않을 때 이러한 방법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먼저, 서두를 의문문으로 시작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독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한 작전이다. 예를 들어, ‘자녀 뒷바라지 언제까지 해야 할까?’ 또는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일까?’ 등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의문문으로 시작하면 호기심을 유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문문을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구체적인 물음이 아니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또 하나는 인용문을 활용할 수 있다. 격언, 경구, 속담, 명언 등으로 서두를 시작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술과 친구는 오랠수록 좋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 같은 것이다. 이처럼 인용으로 신뢰를 더하고 글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인용을 활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진부할 수 있다. 그래서 참신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서두 쓰기에서 권장하고 싶은 건, 첫 문장을 단문으로 쓰는 것이다. 단문으로 쓰되, 주제와 내용을 내포하거나 상징하는 첫 문장을 찾는 게 관건이다. 짧은 문장으로 첫 문장을 시작하면서 독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쓰는 이는 생각하거나 느낀 것, 몸으로 직접 체험한 것들을 모두 쓰고 싶은 의욕을 가지게 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면 첫 문장이 길어지는 게 보통이다. 그것을 절제해야 한다. 내용은 본문에서 쓰면 된다. 다 쓰지 못하면 다음에 쓸 수도 있다. 조바심 낼 필요 없다. 첫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는 것을 꼭 명심하자.

 

서두 쓰기에서 염두에 둘 것들이 몇 있다. 그건 진부하거나, 평범해서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거나, 글 쓰는 이의 주장을 강조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교조적이거나 의미가 확연하지 않은 것, 지식을 나열하는 것, 자기를 과시하거나 자랑하는 것,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설명하는 것, 꼭 필요치 않은 외래어나 외국어의 남발 등은 좋지 않다. 서두 쓰기 방법에서 의문문이나 인용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으나, 불필요하게 쓰는 것 또한 조심할 일이다.


독자와 처음 만나게 되는 서두 쓰기, 어떻게 하면 독자의 시선을 끌면서 작품 전체의 내용을 대표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까. 내용과 함께 작가의 의도를 재빨리 간파할 수 있는 서두 쓰기를 해야 한다. 서두인 첫인상으로 작품을 단정 짓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나, 첫인상과 내용이 일치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또한 간과하면 안 된다. 작품의 서두가 좋아야 관심과 흥미가 있고, 읽는 묘미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두 쓰기, 독자가 다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써야 한다. 그래야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가치가 전달될 수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는 노력만이, 참신하고 독창적인 서두 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글의 대상을 피상적으로 본다면, 표피만 더듬는 글, 변죽만 울리고 마는 글이 되고 말지 모른다. 깊이 헤집어보고 생각하며 재해석하여 자기만의 서두 쓰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바람직한 서두 쓰기, 쉽지 않으나 못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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