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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Aug 05. 2023

우리말과 글, 제대로 쓰기

노력,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은 선물이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글을 쓰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엄밀하게 보면 문장이 어색하다. 오늘이 어떻게 선물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보통 그렇게 따지지 않고 쓴다. 은유적 표현이다. 연결어가 없다. 선물 같은 오늘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적절할까. 오늘이 말 그대로 선물일까. 나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늘이 선물이라, 오늘이 선물이라, 읊조린다. 여전히 어색하다. 


이렇게 쓰이고 있는 문장이 적지 않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처럼. 이 문장이야말로 맞지 않는다. 어떻게 하루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두루 쓰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면 모를까. 그것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보다 낫다. 오늘은 선물이다. 이 문장도, 선물 같이 소중한 오늘이다,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더 기막힌 것은 ‘가실게요’, ‘하실게요’ 같은 말이다. 병원에 가면 초음파실로 가실게요 등 어색하기 그지없는 말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말하고 싶다. 그냥, 가세요, 하세요로 쓰라고. 이상한 말 이제 그만! 소리치고 싶다. 그러나 못한다. 나 한 사람이 그런다고 해서 고쳐질 것 아니고, 나를 아는 사람이 듣는다면 직업병이라는 소리나 들을 게 뻔하다. 그래도 해야 하는데. 요즘엔 텔레비전의 연예프로에서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을 정도로 번지고 있다. 걱정이다. 


우리말과 글을 공부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적확하게 사용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렇다고 대략 사용할 수 없다. 이제 그 분야에서 전문가니까. 또 전문가가 되려고 공부한 거니까. 꼼꼼하게 따져가며 사용하지 않으면, 취미로 즐기는 수준에 머물고 만다. 그것을 원한다면 그래도 무방하다. 그렇지 않을진댄 하나하나 살펴가며 사용할 일이다. 


승강기 안에, 관리실에서 전하는 공문이 붙어 있다. 그 내용보다 문장의 오류가 먼저 눈에 띈다. 띄어쓰기, 맞춤법, 문장의 호응관계 등이. 직업병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완벽할 수 없다. 지금 읽고 있는 내로라하는 작가의 글도 잘못된 것이 눈에 띄었다. 작가의 실수인지, 출판사의 실수인지, 알 수 없다. 출판사도 물론 내로라하는 곳인데. 연필로 수정해 놓았다. 다른 사람이 보게 될 수 있으니까. 


승강기에 붙은 공문은 어쩔 수 없다. 내용만 잘 숙지하면 된다. 내용이 잘 전달되게 쓰려면 구문의 원리에 따르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맞게 써야 한다. 결국 글은 쓰는 자와 읽는 자의 소통 도구니까. 언어를 매개로 하여 쓰는 자의 의도를 읽는 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니까. 또 모두 글쓰기 전문가는 아니므로. 그만큼, 말하기는 물론 글쓰기는 더 쉽지 않다. 


새로운 상품을 구입했을 때, 꼭 제품설명서를 읽는다. 그런데 이해되지 않아 곤혹스러울 때가 자주 있다. 문장이 잘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처럼 읽고 쓰는 걸 전공하고 가르친 사람도 그런데, 일반 사용자들은 어떠할까 싶다. 그래서 공대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제품설명서 작성하는 방법도 가르쳤다. 나중에 제품을 개발해서 설명서 쓸 때 사용자 입장에서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며. 


한 번은 딸에게 물었다. 제품설명서 잘 읽히느냐고. 딸은 웃었다. 읽지 않는단다. 제품을 보면 그냥 사용할 수 있는데 무엇하러 읽느냐고 했다. 학문적으로 읽고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거슬리는 거라며. 그냥 보면 사용법을 아니까 읽을 필요가 없단다. 나만 이해력 낮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내가 이과 성향이 아니어서 이해도가 낮은 게 아니다.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렇다고 기계치도 아니다. 기계 다루는 걸 싫어하지도 않는 나다. 아무튼. 


말이 길어졌다.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읽고 쓰기란 쉽지 않다.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어 ‘아침 글’이라고 했다는 말도 있지만. 정확하게 읽고 쓰는 것은 만만치 않다.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적어도 구문의 원리, 맞춤법, 띄어쓰기만 맞게 써도 달라질 것이다. 아, 그러면 모든 걸 다 아우르게 될 것 같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단락 하나 적확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늘은 선물이다, 맞는 말 같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이렇게 우리말과 글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니, 선물 같은 오늘이고, 오늘은 선물이지 뭔가. 그렇다고 내가 쓴 문장은 정확한가. 아닐 것이다. 아, 우리말과 글, 제대로 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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