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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Dec 09. 2022

백일 동안 100편 쓰기

매일 쓰기 효과

   

백일 동안 100편의 글을 쓰기로 했다. 제자들로 구성된 문학회 회원들의 발의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물론 나도 참여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부터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고 있었기에, 두 말 않고 동참하기로 한 터였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 아닌가. 문학회 총무가 네이버에 카페를 개설해 글을 올리는 공간을 만들었다.  


오늘까지 매일 글을 쓴 제자들이 있다. 그러나 모두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글을 올린다. 힘들다는 말도 암암리에 들린다. 그러나 쓴 글을 보면 흐뭇할 거라고 생각해 모른 척하고 있다. 내가 먼저 제의한 것이 아니기에, 나는 부담이 없다. 어차피 당분간 매일 뭐라도 쓸 생각이었고, 두 달 전부터 실천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글을 못 올리는 사람은 벌칙으로 회원들의 글 세 편 읽고 댓글 달기다. 물론 강요는 아니다. 그래서일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즐겨야 할 수 있는 것이지,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회 숫자를 보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 아마 관심은 모두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늦게라도 참여하면 될 일이다.


벌써 글쓰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날로 좋아지는 글이 보인다. 그들도 놀랐을 거다. 어떻게 매일 이렇게 쓸 수 있나 싶어서. 사실, 쓰는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다. 글이라는 게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 그다지 많지 않다.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이라도 써온 사람이 있겠지만 보통 관심은 있으나 쓰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억지로라도 쓰게 되니까 잠재되었던 능력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니 조금씩이라도 좋아지는 것 아닐까.


고무적인 건, 안 쓰던 사람이 쓴다는 것이다. 짧게라도. 일 년에 한 편 쓸까 말까 할 정도로 잘 안 쓰던 회원인데, 문학회에 발을 들여놓고 있더니 결국 이렇게 쓰고 있다. 흐뭇하고 기특하다. 콩나물시루에 있는 콩나물이 처음에는 크고 작지만 나중에 보면 비슷하게 자라 있는 것처럼, 어느 시기가 되면 모두 웬만큼 쓸 거라고 믿는다.


현직에 있을 때 학생들을 보면 그랬다. 처음 문예창작과나 국문과에 입학한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은 다른 학과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끔 월등한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졸업 즈음이면 다른 학과 학생들 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돼 있다. 또 월등한 학생들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때 알았다. 글쓰기 능력은 타고나는 것보다 대부분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걸.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회원들도 그렇겠지만 나도 바쁘다. 내 글 써야지, 올라온 글 일일이 읽고 댓글 달아야지, 누구 글이 좋아지고 있는지, 어떤 소재로 쓰는지, 살펴보아야 하니까. 회원들은 읽고 싶은 글만 읽고 댓글 달고 싶은 글에만 달아도 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모두 제자들이기 때문에, 다 읽고 싶고, 다 댓글 달고 싶다. 잘 쓴 글이 나오면 마음이 흡족해지는 것으로, 대가는 받은 셈이다.  


나는 다음날 아침에 게시할 글을 늦어도 잠들기 전까지 써놓는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퇴고한다. 겨우 두 번 정도 읽어보고 올린다. 솔직히 말하면 완성도가 떨어진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어쩌랴. 한 번 이렇게 매일 써보기로 작정한 이상 일단 써야지. 예전에 써놓은 글도 있지만 그것을 게시하는 건, 의도와 맞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글은 묵혀서 퇴고해야 제대로 보인다. 이렇게 쓰고 있는 글을 나는 ‘날것’이라고 이름 붙였다. 요즘 올리는 글은 모두 익지 않은 날것들이다. 그래서 게시하고 나서도 시간만 되면 읽어보고 고친다. 잘 안 보인다. 인쇄해서 소리 내어 읽어봐야 제대로 보이는데, 그럴 수 없으니. 어느 때는 며칠 지나서 거슬리는 걸 발견해 수정할 때도 있다. 그래도 꾸준히 내 글을 읽어보는 건 괜찮은 습관이다.


몇 명이나 끝까지 100편 쓰기 완주할 수 있을까. 모두 완주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나도 최선을 다해 해볼 생각이다. 단단히 각오하고 도전한다면 못할 것도 없으리라.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닌가. 못 쓰겠으면 못 쓰겠다는 문장만 써도 좋다고 했다. 그만큼 꼭 해보라는 격려의 말이었다. 그러다 보면 문장이 이어질 수 있으니까. 완전한 문장, 완전하게 생각되는 한 편의 글만 쓰려고 하면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학교에서 소설 창작을 강의할 때였다. 수업을 아주 열심히 듣고 출석도 잘하는 학생이 있었다. ‘윤 군’이었다. 강좌 특성상 2주에 짧은 소설 1편을 제출해야 하는데, 윤 군은 계속 내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구상 중이란다. 기다렸다. 몇 주가 지났다. 또 물었더니 역시 구상 중이란다. 그 학기가 다 끝날 때까지 윤 군은 구상 중이었다. 결국 한 편도 내지 못했고, 리포트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일단 써야 한다. 100편의 글을 쓰는 동안, 모두 글쓰기 실력이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 무엇보다 습관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 되면 한 줄이라도 쓰고, 다음날은 두 줄, 세 줄. 그렇게 늘려간다면 생각하지도 못한 능력이 발현되리라. 우리의 프로젝트가 끝나는 백일 후가 기대된다,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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