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
그렇다. 우리 아들은 성형을 했다. 최고의 성형이다, 다이어트. 이렇게 멋지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훨씬 좋아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기대 이상이다. 배우 저리 가라라고 말하면 고슴도치 어미라고 흉볼지도 몰라 속으로만 생각하고 만다. 단정하고 말쑥한 모습을 선호하는 내 취향에 딱 맞는다. 이리 보아도 내 아들, 저리 보아도 내 아들이다. 춘향전의 사랑가 한 토막이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온다.
엄밀히 말하면 시작은 다이어트가 아니었다. 체중감량도 아니었다. 다이어트나 체중감량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아들에게 당분간이라도 집 밥을 먹이고 싶었을 뿐이다. 십여 년 나가 살다 들어왔기 때문에, 그것도 100kg을 육박하는 거구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내가 손수 밥을 해먹이고 싶었다. 거기다 혈압 약을 먹고 있었고, 공복혈당은 500 가까이 되는 아들. 놀랍고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가슴 아팠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릴 적부터 건강하여 병치레조차 거의 없던 아들이.
아들을 붙잡고 말했다. 엄마가 해주는 대로 먹어보는 게 어떠냐고. 일절 바깥 음식을 먹지 말아 보라고. 그러면 모든 게 좋아질 테니 힘들어도 해보라고, 격려했다. 아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모두 내 탓 같았다. 나가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반찬을 해서 나른 적 없고, 아들이 사는 곳에 가 본 적 없다. 직장 일로, 이런저런 일로, 나는 바쁘고 힘들었다. 드라마에서, 나가 사는 자녀들에게 반찬 해서 나르는 어머니들을 보면, 각성이 되곤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당면한 과제 때문에 늘 시간이 없었으므로. 아들이 흔쾌히 해주는 대로 먹겠다고 했다. 그 말이 기특하게 들렸다.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내가 흘린 눈물과 쓰라린 가슴앓이 한 걸, 아들이 알까. 어느 어미가 아들의 그런 몸을 보고 마음 상하지 않으랴. 모두 내 탓 같았다. 사회적으로 활동을 하면 뭐 하고, 이름이 나면 뭐 하나 싶었다. 공복혈당이 500 가까이 된다는 건 위험하다는 신호다. 마흔두 살밖에 안 된 아들이 눈만 뜨면 혈압 약을 가장 먼저 삼키는 모습에, 어찌 한숨이 나오지 않겠는가. 남편이 십여 년 아팠던 게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누가 아프다고만 하면 가슴부터 철렁하는 나인데.
집에 들어온 작년 여름부터, 매일 도시락 두 개씩 싸준다. 아침밥도 꼭 해서 먹인다. 막말로 내 신세가 고달프다. 나는 눈만 뜨면 쌀을 씻고 반찬을 만든다. 그것도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도록. 명색이 가정학사이기도 한 내가 아닌가. 최선을 다해 가족들의 건강과 마음의 평안을 위해 노력해 보리라 결심했다. 솔직히 아들이 집에 들어오고 나는 비로소 주부의 역할을 하는 듯했다.
아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혈압과 혈당을 재고 몸무게를 측정한다. 차츰차츰 모두 내려가기 시작했다. 엄마, 제가 80kg 되면 치킨 하나 먹죠,라고 한 게 몇 달 전이다. 막상 그렇게 되었을 때 아들이 망설였다. 이제 70kg 되면 먹잔다. 먹어도 된다고,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말해도 웃기만 하고 도리질을 한다. 치킨을 그렇게 좋아해도 목표한 만큼 돼야 먹겠다고. 그러고 보면, 아들은 목적을 갖고 있으니 다이어트가 맞다.
처음엔 아들도 그냥 어미가 해주는 성의가 고마워 집 밥만 먹기로 했단다. 차츰 체중감량이 되고 혈압과 혈당이 내려가니까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고 한다. 당연하다. 자기 몸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한 달 만에 혈압 약을 끊었고, 지금까지 최상의 혈압을 유지하고 있다. 혈당도 정상이다. 몸 상태 역시 최상이다. 아들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격려한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고 있다고. 무엇보다 건강해져서 다행이라고.
자랄 때부터 비대했던 적이 한 번도 없는 아들이다. 단정하고 말쑥한 모습이어서 나가 살더라도 그대로 유지할 줄 알았다. 일 년에 서너 번 볼까 말까 했는데, 볼 때마다 조금씩 살이 붙었다. 집으로 들어올 때는 98kg이나 되었다. 그것도 전시회 앞두고 약간 빠진 거라고. 나를 탓했다. 아들을 지나치게 믿은 것을, 그래서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것을. 지금 아들의 몸무게는 76kg이다. 6개월 동안 22kg을 감량했다.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아들은 다이어트를 수차례 해봤단다. 칼로리 제한식을 주문해 먹어 봤고, 피티,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는데, 그때뿐 체중은 내려갔다가 다시 더 올라가기만 해,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고 했다. 가끔 내가 물었다. 혹시 어디 아픈 데 있느냐고. 아들은 파안대소하며 말했다. 전혀, 네버,라며. 체중이 처음에는 훅훅 내려가더니 몇 달 전부터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내려간다. 전체적으로 보면 22kg이지만 몇 달 전부터 일주일에 200g 정도밖에 내려가지 않는다.
아들도 솔직히 힘들었고 유혹이 많았단다. 동료 선생들이 수업 마치고 한 잔 하자고도 했고, 고기를 먹자고도 했으며, 치킨 집에 들어가고 싶기도 했다고 한다. 집에서 기다리는 나를 생각하며 다 거절하고, 참고, 집으로 온 거란다. 포옹해 주었다. 앞으로 더 건강을 위해 힘쓰라고 격려해 주었다. 나도 노력했지만 가장 노력한 사람은 아들이라며. 매일 만보 정도 걷기와 스트레칭, 아령 등 근육운동,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균형 잡힌 집 밥. 비결이라면 그것이다.
한 지인이 아들 이야기를 듣더니, 다시 낳으셨네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다시 낳은 것이나 다름없다. 자식은 부모 봉양을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부모는 오로지 자식 몸의 안위를 걱정한다는 말이 있다. 아들 몸이 건강해진 것을 보면, 새벽밥 짓는 게 힘들지 않다. 단정하고 말쑥해진 모습이 흐뭇하다. 이제 건강한 몸을 잘 유지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어미의 격려를 허투루 듣지 않고 실천에 옮긴 우리 아들, 칭찬하고 싶다. 최고의 성형인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