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

by 최명숙


햄스터가 사라졌다. 리빙박스 안에 얌전히 있는 걸 보고 퇴근했는데, 아침에 보니 없다. 원장실 곳곳, 각 교실, 화장실까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 원아들까지 동원해서 햄스터 찾기에 나섰다. 자유놀이실과 교구장 뒤쪽까지 샅샅이 뒤졌다. 문을 열어 놓지 않았으니 밖으로 나갔을 리 없다. 어린이집 어느 구석에서 햄스터가 죽는다면, 아, 상상하기도 싫다. 그 후의 일이 끔찍하다. 무엇보다 용수 마음이 걱정이다.


전날 용수 어머니가 리빙박스를 들고 왔다. 햄스터가 들어 있었다. 용수가 하도 사달라고 해서 산 건데, 식구들 모두 반대해서 원으로 가져왔단다. 솔직히, 나도 햄스터는 좀 그렇다. 하지만 용수가 어린이집에서 키우고 싶다니, 그 마음이 짐작되어 받은 거였다. 햄스터를 귀엽다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아니다. 시골에서 쥐를 보고 자라, 꼭 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원아들은 좋아서 난리법석이다. 나도 애써 좋은 척했다. 동심에 상처 내고 싶지 않아서다. 원장실 한쪽에 두었다.


아이들은 수시로 원장실에 드나들며 햄스터를 보았다. 그날은 종일 들락거리는 원아들로 문턱이 닳았다. 귀엽다, 그렇지 귀여워. 조잘조잘. 나도 햄스터 사달라고 해야지.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끝도 없다. 지들이 더 귀여운데 쥐가 귀엽다니 원. 나는 속으로 혀를 찼지만 겉으론 같은 마음인 척했다. 정말 귀엽다, 그렇지? 하면서. 아이들은 마음이 맑아서 금세 속는다. 위선적인 내 마음을 짐작도 못한다. 더구나 자기들이 하늘처럼 믿는 원장 선생님이 아닌가. 그런데 그 햄스터가 하루 밤새 없어지다니.


텅 빈 리빙박스를 쳐다보며 원아들은 한숨을 지었다. 용수는 아까부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몇몇 여자애들이 용수 어깨를 감싸주고 두드려주며 위로 중이다. 참나, 이건 뭐 초상난 집 저리 가라다. 교사들도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용수 마음을 알기 때문이겠지만 내게는 오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수업 마치고 교사회의 시간에 우리가 했던 말이 있는데, 그 속을 뻔히 아는데 말이다. 분명 오버다.


전날 교사회의 시간에 내가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원장실에 햄스터가 있는 게 부담스럽다고. 자꾸 쥐로 보여 징그럽다고. 무심결에 그쪽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고. 김 선생은 그럼 자기 교실에다 갖다 놓겠단다. 이 선생은 교실에 햄스터가 있으면 아이들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을 거란다. 진퇴양난. 윤 선생이 좋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퇴근할 때, 리빙박스 뚜껑을 열어놓고 어린이집 뒷문을 또 살짝 열어놓자는 거다. 모두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나도 물론. 그러나 실행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용수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자기들 속을 다 아는데, 그렇게 오버들을 하다니.


“어! 원장 선생님! 햄스터 여기 있어요.”

아이들이 피아노가 있는 쪽에 몰려 있다. 피아노 뒤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햄스터를 봤단다. 나와 교사들이 뛰어갔을 때는 보이지 않았다.


윤 선생이 총채를 거꾸로 들고 피아노 뒤를 탁탁 쳤다. 없다. 다시 또 탁탁 쳤다.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온통 피아노 근처로 몰려든 원아들 때문에, 나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훤히 잘 보였다. 햄스터가 보이지 않자, 아이들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없이 슬금슬금 정글짐이나 미끄럼틀로 가는 아이도 있었다. 여전히 피아노 쪽을 흘깃흘깃 보면서. 용수는 울음을 그치고 어깨만 들썩댔다.


“엇! 나왔다!”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이 외쳤다. 햄스터가 입을 오물거리며 얼굴을 내밀었다. 피아노 왼쪽 뒤였다. 쉿! 조용! 윤 선생이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그런데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까. 햄스터를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이 선생과 김 선생이 피아노 뒤 오른쪽을 막고 있다. 윤 선생이 왼쪽에 서있지만 차마 잡지 못하고 얼굴만 벌겋다. 나는 더 못한다. 아이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그때였다. 효준이가 살금살금 피아노 왼쪽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숨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더니 맨손으로 햄스터를 움켜잡는 게 아닌가. 와! 박수가 터졌다. 아이들은 효준이 옆으로 몰려들었다. 교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용수의 들썩이던 어깨도 가만히 있다. 나는 좋아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어정쩡한 기분이었다. 혹시 창문을 타고 나갔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었고, 햄스터가 피아노 뒤에 있다는 걸 알고는 그 희망이 사라져 망연자실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 잡혔으니.


햄스터는 효준이 손에서 바동대지도 못했다. 풀이 죽은 채 가만히 있었다. 작은 고사리 손안에, 수수쌀알만 한 눈만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보니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효준이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요?라는 표정이었다. 워낙 말이 없는 아이였다. 있는 듯 없는 듯, 말썽을 부리지 않고 뛰지도 않는. 갑자기 효준이가 손에 있는 햄스터와 닮아 보였다. 무엇보다 흰 얼굴과 눈이.


그 후 햄스터는 오랫동안 우리 원에서 살았다. 차츰 관심이 사라진 아이들은 원장실에 들락거리지 않았다. 나도 자꾸 보니 정이 들어 귀여웠다. 그러다가 용수 어머니가 다시 집으로 가져갔다. 식구 모두 다시 키우자고 했다며. 무엇보다 용수가 데려가고 싶어 했다. 원아들은 햄스터를 더 이상 찾지 않았다.


30여 년 전 일인데, 나는 가끔 생각나곤 한다. 피아노와 벽 틈새에서 겁먹은 채 껌벅이던 수수쌀알처럼 작은 눈, 오물거리던 입과 함께. 한 때는 소중했던 것도, 사람도, 그렇게 잊히고 마는 것,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리라. 그러다 가끔 생각이 난다면, 그 그리움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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