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좋은 책을 읽는 것, 그 중요성을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데도 말해야 한다.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당연해서 하나마나한 소리라고 하겠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니까. 놀라운 사실이 있다. 좋은 책 보다 흥미 본위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거다. 출판인들이 출판사를 개업할 때 양서 출간과 보급을 목표로 했다가, 얼마 안 가서 실망하는 경우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중이 좋은 책 보다 흥미로운 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책이 안 팔린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책이라는 걸 어떤 기준으로 선별할까 싶다. 가장 쉬운 건 명작이다. 명작은 50년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책이라고 검증된 책이므로, 일부러 시간 들여 검증할 필요 없다. 베스트셀러보다 더 확실한 건 명작이라고 거론한 책이다. 베스트셀러는 당대 많은 이들이 읽는 책이긴 하지만 검증되진 않았다. 시대를 초월하여 대다수의 독자들이 감동하고 깨달음을 얻은 책이 좋은 책이고 명작이다. 다 아는 이야기리라.
내가 어릴 적엔 좋은 책이고 말고 떠나 책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읽을 책이 교과서 외엔 없었으니까. 어쩌다 할머니가 장에서 사 온 물건을 둘둘 말아 놓은 신문지라도 보면 그걸 살살 펴서 읽곤 했다. 한자가 많이 섞인 글이어서 제대로 읽히지 않아도 짜 맞춰가며. 중고등학교 다니는 옆집 오빠들의 교과서 또한 내겐 읽을거리였고, 방학 때 가서 본 외가의 골방에 있던 문학전집류와 잡지들은 신세계처럼 눈이 확 열리는 책들이었다. 그런 책들이 좋은 책인지 아닌지 몰랐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책도 그냥 읽는 게 좋아 읽었을 뿐이다.
그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새로운 세계인가. 좋은 책인지 아닌지 검색만 하면 알 수 있고, 추천해 주는 학교나 도서관도 있으며, 독서지도 프로그램도 있으니 말이다. 집집마다 몇 질씩 갖가지 방면의 책이 들어와 있고, 인근 도서관에 가면 얼마든지 책을 구해 읽을 수 있으니, 책이 없어 책을 못 읽는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안 읽는다고 한다. 옆의 나라만 해도 우리보다 서너 배 정도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적 호기심이 가득하던 때 마음껏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를 얼마나 충족시켜 주었을지 생각만 해도 안타깝다. 그런 중에도 어렵사리 읽었던 좋은 책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학교가 아니곤 얻을 수 없는 지식과 정보를 책으로 얻었으니까. 그때 읽었던 좋은 책은 나를 꿈꾸는 사람으로 이끌어주었고, 좌절할 때 일으켜 세워주기도 했다. 철학서, 역사서, 문학작품 등 닥치지 않고 읽었던 책이 나의 스승이 되어 주었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좋은 음식이 몸을 건강하게 하듯 좋은 책은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요즘 먹는 것만큼 좋은 책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 벌써 눈이 침침해서 밤에는 아무리 밝은 불빛 아래라 해도 책 읽기 쉽지 않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환한 낮에 주로 책을 읽는다. 꼭 읽어야 할 책이 있을 경우엔 할 수 없이 밤에도 읽는데 보통 불편한 게 아니다. 돋보기를 쓰고 읽기도 하는데, 잠시 후면 영락없이 머리가 지끈거린다.
눈 밝을 때 좋은 책 많이 읽고, 다리 성할 때 운동도 많이 하고, 소화기관 튼튼할 때 먹는 것도 잘 먹어야 한다. 모든 것 중에 요즘 가장 내게 와닿는 것은 눈 밝을 때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경을 쓰면 콧잔등이 눌려 불편하고 귀가 아프다. 극도로 예민한 사람이다 보니, 내 몸에 무엇이 닿거나 들씌워지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나이 먹으면 너그럽고 둔감해지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런 이유로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예전엔 좋은 책은커녕 책이 없어서 못 읽었고, 지금은 책이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건만 눈이 밝지 못해 못 읽는다. 그나마 읽어둔 좋은 책들이 나를 여기까지 안내한 게 다행스럽다. 좋은 음식이나 좋은 옷보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인식한다. 내 발걸음을 여기로 인도한 것이 책이라는 걸 생각하면, 좋은 책 읽기를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할 듯하다.
햇볕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환한 대낮에 시간만 되면 책을 펼친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음식 먹는 것 못지않다. 마음도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므로.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이렇게 주절거리며 아침을 연다. 그래도 좋은 책 읽기는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