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모처럼 모임에 나갔더니 감기 환자가 둘이나 있었다. 여섯 중에 두 명이니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한 사람은 심한 상태였다. 모임에 나온 걸 잘했다고 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몰라 미소만 지었다. 나온 사람은 민망한지 모임을 마치고 헤어질 때까지 마스크를 착용했다. 식사 때만 빼고. 나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나들이할 적엔 마스크를 착용한다. 예전엔 감기를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무서워졌다.
점심식사 때 소주를 곁들이는 사람에게 우스갯소릴 했다. 소주에 고춧가루 타서 마시면 감기 바로 떨어진다고. 모두 빙그레 웃었다. 한 번씩 들어봤기 때문이리라. 민간요법이라 믿을 수 없는 정보다. 약이 귀하던 시절엔 흔히 사용했던 방법이지만. 삼촌이 독한 감기에 걸렸을 때, 할머니가 소주 한 잔에 고춧가루 타서 휘휘 저어주는 것을 보았다. 갖은 인상을 다 쓰며 꿀꺽꿀꺽 마실 때 움직거리던 삼촌의 목울대를 나도 인상 쓰며 쳐다보았다.
그 민간요법 차원인지, 어느 정도 과학적이거나 의학적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만의 방법 몇 가지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것이나 그런대로 설득력 있다. 수년간 나의 경험에 의하여 정립된 것이므로. 이 방법을 실행한 지 수년 동안 감기에 거의 걸리지 않았다. 재작년 11월에 코로나에 걸린 것 말고 지금까지 감기 걸린 적 없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평소에 따뜻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신다. 목 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물 마시는 걸 썩 좋아하지 않지만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나은 후론 물을 자주 마신다. 그것도 찻잔으로. 컵에 담아 벌컥벌컥 마시는 일은 좀처럼 없다. 산행 중이거나 후는 예외로 하고. 커피나 차도 아주 조금씩 마신다. 물 마시는 습관을 그렇게 들이니 지금은 괜찮다. 처음엔 감질나고 답답했는데.
다음으론,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무리하지 않는다. 몸이 피곤하면 감기 몸살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몸을 아끼는 날이 올지 꿈에도 몰랐다. 나처럼 몸 관리 안 하는 사람 드물 거라는 말을 숱하게 들으며 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성격 상 급한 일은 당연히 하고, 할 일이 있으면 미루지 못했다. 몸이 피곤해도 해놓고 쉬었고, 먹었다. 먹는 것조차 그렇게 소홀이 하며 일에 열중했고 몸을 혹사시켰으니 몸살감기가 오지 않겠는가. 지금은 당장 삼수갑산 가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적당히 먹고 쉰다. 무리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머플러를 목에 감고 잔다. 그건 사시사철 변함없다. 처음엔 얼마나 답답하고 이물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자다가 푼 적도 여러 번이다. 몇 년이 지나니 이젠 목에 머플러를 감지 않으면 허전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습관 되었다. 자다가 목이나 어깨가 이불 밖으로 나올 수 있는데, 목에 머플러를 감으면 괜찮은 듯하다. 목에 따뜻한 기운을 보존할 수 있다. 다 좋은데 이 마지막 방법이 내 생각엔 가장 효과 있다고 본다.
그렇게 조심해도 감기에 걸릴 수 있다. 몸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낀 순간, 내가 하는 특단의 방법이 있다. 반신욕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이삼십 분 정도 반신욕을 한다. 몸속에 들어온 찬 기운을 그렇게 밀어낸다. 아니, 내쫓는다. 기분 상 내쫓는 듯하다. 나가줘, 찬 기운아! 나가란 말이야! 반신욕 하면서 마음으로 입으로 중얼중얼 거린다. 주문처럼. 그런 모습이 우스워 혼자 낄낄 웃기도 한다.
반신욕 후에, 따끈한 보이차에 흑설탕 약간 타서 마신다. 설탕을 극도로 경계하지만 이때만큼은 먹는다. 그렇게 큰 잔으로 두 잔 정도 마시고 머플러를 목에 감고 푹 잔다. 다음날 잠에서 깨면 개운한 느낌과 함께 감기기운은 삼십육계 줄행랑치고 없다. 씩 웃는다. 그럼 그렇지, 감히 누구에게 들러붙어! 썩 물러가라! 너도 먹고 물러가고 너도 먹고 물러가라! 킥킥. 옛날에 할머니 푸닥거리하던 흉내까지 내며 혼자 키들거리기도 한다.
그렇게 관리한 지 벌써 삼 년이 되어간다. 확실히 효과 있다. 이러한 방법을 다 해봤지만 감기에 된통 걸렸다면 당연히 병원에 가야 하리라. 병원에 가도 보름, 안 가도 이 주일이면 낫는 게 감기인데, 요즘엔 합병증이 더 무섭다니까. 사람마다 몸 상태가 다르고 감기 바이러스도 다양하니, 이게 옳다 저게 옳다 하긴 어렵다. 내가 해온 나만의 민간요법일 뿐이다. 그 방법대로 해왔는데, 재작년 이후론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내 몸과 마음을 나만의 방법으로 다스려야 하듯 감기 다스리는 방법도 다양할 것 같다.
모임을 마치고 헤어질 때 감기 심한 사람이 말한다.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하라고. 모두 웃었다. 한 사람이 말했다. 아무래도 집에 돌아가면 감기에 걸릴 것 같다고. 그 말뜻을 알아들은 우리는 또 한바탕 웃었다. 이렇게 통쾌하게 웃으니 감기가 침범할 수 있을까. 다음 모임은 벚꽃 필 때쯤으로 하자며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인사를 나누었다. 만병의 원인이 되는 감기, 무시하지 말고 잘 다스려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