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내가 14층 우리 집, 아파트
더러워진 유리창을 닦는다
밥줄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다
안에서 보는 나도 아찔한데
사내는 얼마나 아찔할까
아닐지도 몰라, 저 일은
암벽 타는 등산가들이 한다잖아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도
능력이고 재능이야
옆에서 쫑알대던, 아내가
사내를 향해 소리친다
수고하시네요, 고마워요
사내에게 가닿지 않는, 아내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서럽게 훑는다
어떤 밥줄이 사내를 잡고
14층 우리 집 아파트 유리창을 닦는다
위태롭고 가는, 밥줄이
더러워진 유리창을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