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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l 13. 2024

"저녁 먹지 마, 곱창이나 먹자."

[연재] 99. 이혼 75일 차

99. 이혼 75일 차     


     

“저녁 먹지 마, 곱창이나 먹자.”     


2014년 5월 14일 수요일 맑음      


  “다 국가에 봉사한다고 생각하세요. 기부도 하시고요.”


  그래서 대부업 서류 미비 과태료가 5백만 원이다. 11시, 그는 지금 대부업 실태조사를 받고 있다. 이미 서초구청 지역경제과 담당 공무원이 알렸듯이, 시간이 되어 방문하면서 주소가 정정된 [대부업 등록증]을 내밀었다.      


  구청 공무원은 익히 보았고, 50대로 보이는 공무원은 ‘서울시에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가 대부한 자료는 총 다섯 개에 불과하다. 이 서류 중 계약서에 대부업자 기록하지 않았거나 대부 만기 날짜를 적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래서 “이게 뭡니까? 현장 지도를 나왔다면, 신규업체라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인데 지도, 계도 따위는 관심도 없이 오직 과태료만 받아 가겠다는 거군요. 사업도 하기 전에 사업 의지를 꺾는 행위로 보입니다.”라고 큰소리쳤다.    

  

  부당 이자를 받았다거나, 법률을 위반한 것도 아닌 사소한 기록 누락을 문제 삼으며 과태료 운운하기에 버럭 한 것이다. 어제는 세무 공무원이 삥 뜯는 듯한 짓거리를 하더니 오늘은 이자들이 삥 뜯으러 왔다. 한 공무원이 말했다.     


  “그래도 선생님 돈을 잘 버시지 않습니까?”   

  

  그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공무원이 되어 평생 국가의 녹을 먹어온 자가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자본투자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50도 안 되는 나이에 대단히 성공하셨습니다.”라고 감동할 정도니.     


  그의 반발에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내셔야 합니다.”라고 구청 담당 공무원이 물러섰다. 그래서 “그럼 노상 방뇨나 하나 끊어 주세요.”라고 말했고 ‘소득증명원 미비’로 50만 원 과태료 처분받게 되었다. 이때였다. 구청 담당 공무원이 “그러면 선생님, 폐업하실 건지요?”라고 물었다.      


  “미쳤습니까? 이렇게 수업료를 내고 있는데요. 서초에서 두 번째로 큰 대부업체가 되어 보렵니다!”          


  이들이 돌아가고 아침 겸 점심으로 회덮밥을 먹고 걸어서 서초구청 관광과를 방문했다. 이미 신 부장으로부터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들었기에 핵심만 질문했다. 담당자는 50대 초반의 여성 공무원이었다. “소호텔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오전에 한 분이 오셨는데 다른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신 부장 말이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들어온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게스트하우스도, 소호텔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시원으로 외국인에게 숙박하면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가 공무원에게 제안했다.   

  

  “송파에 관광객 45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어디에 재울 건가요? 마포구청처럼 조례를 만들어 일정 조건이 되면 게스트하우스로 등록시키고 과다요금 등 청구 등을 못하게 계약하면 될 것입니다. 그걸 한 번 제안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무원과 대화를 마칠 무렵 안양 빌딩 건축 현장소장이 구청 로비로 찾아왔다. “건축주님, 문짝과 창호를 선택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탤런트 차인표가 모델인 [영림도어] 카탈로그를 내밀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정신이 혼미하기에 “자세한 것은, 나중에 합시다.”라고 물러섰다. 그리고 지급해야 할 3억 원도 여자에게 재산분할로 준 돈 중 1억 원을 빌려 지급하기로 했다.      


  전 소장의 차를 얻어 타고 잠실세무서로 향했다. 대부업 사업장 주소정정을 하기 위함이었다. 태양은 높이 떴고 날씨는 화창했다. 세무서부터 빌딩까지 걷기로 했다. 저 멀리 올림픽공원 회관이 보였다. 그렇게 길을 걸으며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생각했다. 특별한 법이 없고 불법도 아니라면 숙박업으로 인정될만한 것들만 제거하면 될 것이었다. 문제는 입주자 확보인데,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지금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겠다고 고시원을 공실로 만드는 것도 위험성이 높기에 좀 더 진행 상황을 보며 결정하기로 했다.    


 

  빌딩으로 돌아와 스터디 참석 준비를 하는데 세 명의 중년 남녀가 들이닥쳤다.     


  “본사로 발령이 났습니다. 세 명이면 좀 할인이 안 되나요?”     


  고시원을 그만두고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만들 궁리를 하는 그에게 무례한(?) 요구를 했으나 먹힐 리가 없다. 그들은 “내일, 모래까지 결정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샤워하고 하얀 바지와 푸른 셔츠로 갈아입고 지하철을 이용해 강남역으로 향했다.  학기 막바지인 탓인지 그를 포함한 3명의 학우만이 참석했다. [동서양 고전의 이해]는 ㅇㅇ학우와 둘이서 개인 교습형식의 스터디가 되었다. 그러는 중간에 여자에게 “저녁 먹지 마, 곱창이나 먹자.”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저녁에는 쌀쌀했다. 오랜만에 사당역 [맛집 곱창]을 찾았다. 오늘따라 손님이 한산했다. 주인장이 간, 천엽, 부추를 아낌없이 제공했다. 소주 2병을 마셨고 남은 곱창은 딸을 위해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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