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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l 24. 2024

"이혼하더라도 결혼기념일은?"

[연재] 106. 이혼 82일 차

106. 이혼 82일 차      


    

“이혼하더라고 결혼기념일은?”     


2014년 5월 21일 수요일 맑음      


  그는 토스터 기기에 빵을 구워낸 후 딸기잼을 바르고 치즈와 상추, 계란 프라이까지 얹은 멋진 아침을 먹었는데, 너무 감격해 동영상을 찍었다. 카메라 동영상 촬영 시 초점을 수동으로 맞춘다고 정 감독에게 설명을 들었으나 자동초점도 맞춰진다는 사실을 알 때도 이때였다. 다만 처음의 초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문제이지만, 흐릿한 눈으로 초점을 맞추는 불편함은 해소된 것이다.      


  식사 후 고시원 공실인 305호 청소를 준비했다. 방 안에는 이불과 옷가지, 수건 따위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함에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 “방에 있는 물품들은 임의로 처리해도 됩니까?”라고 문자를 보냈다. 곧 “네 그렇습니다. 송구스럽습니다.”라는 답장이 왔다. 아마 어디로 급히 가야 할 이유가 생긴 청년 같았다.      


  청소하고 이불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각 방문에 “불금에 치맥데이 합니다.”라는 쪽지를 붙였다. 맥주는 ‘각자 사 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랬더니 오후에 204호 아가씨가 “저는 지방에 가야 하므로 참석 못해요. 방문에 선물 걸어 두었어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방문엔 쇼핑백이 걸려 있었는데 캔맥주 여러 개가 들어 있었다. 이 맥주는 입주자들에게 제공될 것이다. 그러는 사이 방을 구하는 사람의 전화도 왔다. 대답은 “빈방이 없습니다.”였다.     


  그의 애마 벤츠 SLK 로드스터도 수리가 되었다. 정비업소에서 전화를 걸어와 “수리가 되었습니다. 보험사와 확인했으니 가져가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리스회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잠실로 가져다주세요. 주소는 문자로 찍을게요.”라고 말했다. 얼마 후, 깔끔하게 생긴 청년이 그의 애마를 타고 도착했다. 새 차와 같이 수리되어 있었고, 후진하다 살짝 밀린 범퍼 부분도 수리되어 있었다.      


  스터디를 참석하기 위해 청바지와 셔츠, 재킷을 입었다. 편하게 갈 수 있지만 일부러 그렇게 했고 작은 사이드백만 챙겼다. 학우들은 송이 결혼 축의금을 2만 원씩 각출했고 신부는 주례사 답례품으로 다기 세트를 내밀었다. 다기 세트는 “무안요, 박정규 씨의 작품으로 분청의 정통기법으로 투박하며 정교하게 만드는 양산요 대표라”라고 소개하는 문구와 함께 이력과 작품을 알리는 책자가 같이 들어 있다.     

 

  “차도 제가 마련해 볼게요.”


  신부가 될 소ㅇ의 말에 “그래, 우리 여기다 차 한잔 마시자꾸나.”라고 대답했다. 


  스터디가 끝나고 잠실로 돌아온 후, [할인마트]에 들려 두부와 돼지고기, 막걸리를 샀다.      

  깨끗하게 수리된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403호 아주머니가 시원스럽게 열린 지붕 루프탑을 보며 “차가 멋지네요. 한 번 태워주세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렇게 도착한 집에서는, 여자가 자정이 다 되었음에도 준비해 온 재료로 두부김치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언니가 채취한 산나물이야.”라며 아들 친구의 엄마가 만들었다는 장아찌도 내놓았다.     


  그렇게 막걸리 사발을 부딪칠 때였다. 여자가 “토요일이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이혼하더라도 그날은 기념해야지?”라고 말했다. 이에 그가 “그래? 그날 결혼식 주례를 서는데. 저녁이나 먹자.”라고 대답했고, 방송대에서 받은 영화표로 영화도 함께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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