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107. 미국 주식 전도사?
2024년 6월 28일 금요일 맑음
자카르타 [피렌체하우스]에는 한 세대가 이사 중이었다.
핑크색 셔츠에 하늘색 재킷 차림으로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에서 내리자 여인이 다가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사장님은 패셔니스타셔요”라고 칭찬했다. 이사하는 주인공으로 화가이기도 한 70년생 ㅇㅇ이다. 계약 만료일을 1개월 정도 넘긴 오늘 이사한다. 이어, “전세금은 오전에 가능하세요?”라고 물었다. “네. 지금 처리할 겁니다”라고 말하고 관리실로 들어갔다.
노트북을 켜고 공인인증서가 저장된 USB를 꽂고 농협 계좌의 돈을 [피렌체하우스] 계좌로 이체하고 다시 ㅇㅇ의 계좌로 이체했다. 전세금 2억2천만 원 중 2억 원이었다. 그런 후 “나머지는 이사 끝나면 보내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내고 임대차 계약 장소인 [신미주 부동산] 중개업소로 향했다.
[신미주 부동산] 중개사가 “사장님, 커피 사 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편의점을 다녀올 때였다. 마스크를 쓴 젊은 커플이 들어왔다. [피렌체하우스]에서 사랑하며 살아갈 따끈따끈한 신혼부부였다. 전세금 중 3천만 원을 부담하고 전세 계약을 진행했다. 법무사 여직원 또한 일전에 계약했던 중년 여인이었다.
그래서 임대인용 ‘국세 완납증명서’와 ‘지방세 완납증명서’ 원본이 아닌 복사본으로도 진행할 법했는데 통하지 않았다. 물론, 마이클이 못 챙겨온 것은 아니었다. 원본을 스캔해 [신미주 부동산] 중개사의 이메일로 전송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연히 챙겨 온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서류는 저녁에 관리실 테이블 위에서 발견되었다. 관리실을 들렀다가 계약하러 갈 것을 예상하고 미리 가져다 놓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 두 가지 서류는 필요했다.
난감해하는 법무사 여직원에게 “지금 출력해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중개사의 컴퓨터를 차지하고 [정부 24] 사이트에 접속해 출력했다. 그러자 “젊은 사람들도 나중에 등기로 보내주는데, 대단하세요?”라고 놀랐다. USB에 공인인증서를 저장해 다닌 덕분이었다. 그렇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 3천만 원도 [피렌체하우스] 계좌로 입금받으며 계약은 끝났다. 입주일은 7월 26일이었다.
이때였다. 새 신부가 “사장님, (잔금) 전에라도 짐을 좀 넣어 놓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그거 안 되는 거 알죠? 잔금 못 내면 한 발도 내밀 수 없어요”라고 으름장을 놓고 “제가 관대하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L.H 신혼부부 제도가 너무 좋은 것 알고 있죠? 돈 모으라고 만든 제도이니 돈 열심히 모으세요”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개사가 “사장님, 미국 주식은 어떤 종목을 투자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오지랖 넓은 마이클이 계약자 부부를 보내고 다시 중개사의 컴퓨터를 차지하고 3년 동안의 노하우로 만든 엑셀 표를 복사해 주며 비트코인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 SOXL을 소개했다.
이에, “사장님, 돈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집은 있지?”라고 넘겨짚어 물었다. “예,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신미주 아파트야? 대출 없지?”라고 되물었다. “네!”라는 대답이 나왔다. “거봐! 왜 돈이 없어? 1억5천만 원은 대출될 거야. 그 돈으로 해! 한 번에 투자하지 말고 5천만 원씩 세 번에 나누어서!”라고 말하며 “주민 공청회 때 이야기 좀 해 봐!”라고 말했다.
[주민 공청회]란, 삼성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수용되는 주민들을 상대로 열린 공청회이다. 수용 토지 전체 소유자들이 아닌 시미리 일대 주택 및 토지를 가진 소유자들로 한정한 공청회는 ‘토지 보상 가격을 놓고 난장판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마이클이 “보상 토지 가격을 얼마 제시했는데?”라고 물었다. 중개사가 “대로 접한 토지는 평당 4백만 원, 산 밑 임야는 2백만 원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주민들은 평당 8백만 원은 되어야 한다면서 엎었데요.”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마이클이 “평당 4백?”이라고 확인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미리에 유일한 빌라가 한 동 있다. [발트하임 1차]로 8세대이다. 모두가 경매 진행되었기에 일괄낙찰 받으려다가 ‘취득세 12% 중과’ 규정 때문에 아들 솔 군 명의로 201호만 낙찰받은 것은 3년 전이다. 감정가격 117,000,000원이었으나 2차에 72% 가격으로 낙찰받았다. 이 빌라의 대지권은 26평이고, 진입 도로 6평을 경매 낙찰받은 사람으로부터 4백만 원에 매수했으므로 합계 32평쯤 된다. 그러니 평당 4백만 원이면 1억2천8백만 원의 가격이고 건물 보상은 별도이다. 게다가 이주자 주택단지에 건설되는 아파트 입주권도 갖게 되니 아주 복 터진 셈이다.
그런데, 평당 4백만 원으로 보상가가 책정될까?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김 빼기용 제안일 것이다. 그러므로 보상 협의가 본격화되면 위로금 형식으로(원삼면 SK 부지 협상이 그랬다) 30% 정도는 더 제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평당 520만 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30여 평을 4백만 원에 보상하나 520만 원에 보상하나 인생이 바뀔 행운은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 마이클의 경우라면 다르다. 무려 3,340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개사가 “마니커 등 공장은 아직 이야기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으나, 터무니없이 낮게 되는 것은 어렵고 오히려 더 높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평당 6백만 원의 보상 가격을 꿈꾸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내도 없는 마이클에게 돈이란 그리 쓸모있는 용도는 아니지만, ‘20,040,000,000원’의 보상금은 멋진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곧바로 미국 주식과 비트코인 ETF에 투자해 1천억으로 불리기에 성공할 때는 진정한 [서학개미]의 전설이 될 것이다. 그날은 멀지 않았다.
행복한 기분으로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둑방을 걸어 도착한 곳은 [조마루 감자탕] 식당이었다. 메뉴는 뼈해장국이었다. 이사하는 ㅇㅇ이 문자로 “이사 끝났습니다. 내놓은 소파랑은 다음 주에 회수한다고 합니다.”라고 알려 올 때도 이때였다. 그렇게 버려진 가죽 소파는 대형 평형에나 어울릴만한 크기였다.
나머지 전세 보증금 2천만 원 반환은 캘리포니아 토지에 놓인 컨테이너 사무실 [킴스 팩토리]에서 진행되었다. 2천만 원을 지정한 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오전에 신혼부부로부터 받은 계약금 3천만 원은 키움증권 장기투자 계좌(6246-2151)로 이체하고 환전까지 했다. 전세 기간만큼 미국 주식 장기채권 3배 레버리지 TMF 주식을 예약 매수하기 위함이었다.
TMF의 현재 주식 가격은 51달러 선이었다. 그러나 마이클은 이미 수익 구간이었으므로 손실 구간인 48.29달러에 60주, 46.36달러에 75주, 44.50달러에 94주 식으로 493주를 매수하는 비용으로 3천만 원을 모두 소진했다. 그리고 저녁에 주가는 놀랍게도 48.46달러까지 하락했다.
한편, 트레이딩 계좌는 반쪽의 성공이었다. 비트코인 2배 레버리지 BITU(2,843주)는 -10.52%, 코인베이스 2배 종목인 CONL은 -11,71%, TMF 또한 -0.8%를 기록했다. 반면에 테슬라(85주)는 13.98%, 2배 레버리지 TSLT(4,400주)는 24% 상승했다. 그러함에도 투자 비중이 다른 탓에, 총수익률은 -2.79%, 수익원은 -10,092,782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