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118. 6천만 원 수익, 팔까? 말까?
2024년 9월 27일 금요일 맑음
게으른 아침을 시작했다.
맥주잔에 온수를 부어 커피를 녹이고 얼음을 채웠다. 일기를 쓰는 동안 나누어 마실 용도였다. 그렇게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다 마셨을 때는 정오가 조금 못 된 시각이었다.
일기 쓰기가 늦어진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젯밤 ‘렌트홈’에 접수한 주택임대 서류 접수 결과 확인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시청 임대주택 관리팀 담당자가 ‘L.H가 발행하는 임대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라’라는 취지로 ‘보완’을 요구했기에, L.H에 전화를 걸어 담당 부서의 팩스 번호를 확인하고 ‘사실확인서’ 발급을 요청하는 양식을 사진 찍어 모바일 팩스로 전송했다.
두 번째는 DJI 오즈모 포켓 3 수리 서비스와 관련해서였다. 서비스 센터에서 070 번호로 전화를 걸어왔으나 차단된 상태였기에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으로도 문자를 보내왔기에 서비스 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기기 점검 및 견적 및 결제까지 진행된 상태였고 오후에 기기 출고까지 진행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전기냄비의 온도를 올리고 샤워했다. 그런 후 전기냄비에 대패 삼겹살을 넣고 뚜껑을 닫았다. 브런치였다. 얼마쯤 후 고기의 핏기가 사라지자 파절임에 감싸 먹기 시작했다. 인삼주를 마실 때도 이때였다. 소주에 인삼을 담근 술이므로 좋아하지 않으나, 술을 사러 내려가기도 귀찮았고 또, ‘재고소진’의 목적도 있었다. 그렇게 몇 잔 마시고 버리기 위해 현관 밖으로 내놓았다. 청소의 시작이었다.
같은 시각. 두 여자가 [케렌시아 빌라]로 들어왔고 마이클이 사는 공간의 초인종을 두 번 눌렀다. 찾아올 사람이 없으므로 ‘정 작가가 (서울에서) 돌아왔나?’라고 생각하며 “누구세요?”라고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문을 열어 확인했더니 중년 여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그리고는 “어머!!”라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당황했다. 마이클이 팬티 차림으로 밀걸레를 이용해 바닥의 먼지를 닦던 중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마이클도 생면부지의 두 여성에게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초지종을 확인해야 하므로 “어? 잠시만요!”라고 말하고 현관문을 닫은 후 옷을 주워 입었다. 그렇게 다시 얼굴을 마주한 중년의 여자들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었다. 물론, 이들이 먼저 말하기도 전에 마이클이 알아보고 “저는 종교나 정치에 대해 선 긋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활동에 대해 편견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종교를 받아들이기에는 철학적 사유가 깊으므로 어렵습니다.”라는 식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에, 사수로 보이는 뒤에 있던 여자는 말뜻을 알아들었으나, 앞에 선 초보자는 못 알아듣고 “어디에서 온 줄은 아시죠? 왕국회관. 말씀을 들으러 나오실 생각은 없으십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대화를 더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압니다. 여호와의 증인 성전이 벗뚝지에 있지 않습니까? 그곳의 땅 7천여 평이 경매 진행되어 입찰에 들어갔으나 패찰 한 적도 있지요. 제가 말씀을 들으러 갈 수 없는 것은, 그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남녀가 만나는 것이 목적이 있듯이, 종교 또한 구원이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 목적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나저나, 나폴리에는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데 신도는 많이 있는지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40명쯤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이클이 “그렇군요. 열심히 전도하시고. 그런데 여기는 입주자가 전혀 없습니다.”라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역시 눈치가 빠른 사수가 “그렇다면 이 건물이 모두 사장님이 건축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대답은 당연히 “그렇습니다. 제가 작년에 부동산 경매로 낙찰받았습니다. 나폴리에서 살다 죽으려고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필요 이상으로 너스레를 떨었다. 어쩌면 사람이 그리운 탓일지도 몰랐다.
저녁 식사는 편의점 김밥이었다. 김밥 한 줄이 3,200원이나 하는 사실에 놀라며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저수지 테라스를 거닐며 먹었다. 녹색의 커다란 연 잎사귀가 서서히 말라가고 있는 것을 볼 때도 이때였다.
식사와 산책을 함께 해결하고 [케렌시아 빌라]로 돌아와서는 미국 주식 영상을 촬영했다. 역시 영화처럼 사는 삶을 연출하려는 욕심으로 소니 HXR-NX 80 캠코더를 들고 드럼 연습실로 내려갔다.
“뚜따다당~ 뚜따다당~ 오동잎 하닢 두잎~ 떨어지는 가으을 밤에~~”
가수는 생명을 다했어도 노래는 남는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도 이런 뜻일 것이다. 그렇게 고인이 된 가수 ‘최 헌’의 오동잎을 부르고 이어 드럼도 연주했다. 그렇게 편집한 영상에 프리마켓 계좌 현황까지 연결해 한 편으로 만들어 공개하고 SOXL 주식 일부도 매도했다.
수요일마다 자산의 1/50씩 매수하기로 한 장기투자의 계좌에서 500주, 단기 투자용 계좌에서 1,000주. 합계 1,500주를 39.7달러에 매도했다. 프리마켓에서였다. 그리고 이어 열리는 본 장의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더 많이 매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안고 안방 침대로 향했다.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네가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구나?”
욕망을 인정하며 스마트폰으로 수면 유도 음악을 들었다. 당연히 효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함에도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고,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2024년 9월 29일 일요일 맑음
가평 [청수 유원지]에서 가져온 작업복을 세탁했다.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긴 겨울용 내의도 함께였다. 하지만 곰팡이 냄세는, 건조기로 건조했음에도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 복층 계단 난간에 널어두고 라면을 끓였다. 떡국용 떡도 몇 개 넣었다. 해장을 겸한 식사였다.
크레타 아파트 마지막 재산세도 납부했다. 이어, [피렌체하우스], 캘리포니아 토지, [케렌시아 빌라] 재산세도 납부하고, 전기 및 수도 요금도 송금했다. 주식을 매도할 생각을 한 때도 이때였다.
‘주식을 모두 매도할까?’
약 6천만 원의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래의 불확실한 수익보다 당장 생존을 위한 자금이 우선되어야 할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수산시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때, 미국 주식 채널인 [서학개미 Life]용 영상을 촬영할 생각으로 DJI 오즈모 포켓 3 카메라를 들고 걸어갔다.
메뉴는 [홍프로네 수산]의 광어였다. 수족관을 촬영하며 “유튜버입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자 여자 주인장이 “어느 채널이에요?”라고 물었다. “백만장자 라이프입니다.”라고 대답하자 곧바로 검색하고 “구독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오늘 촬영한 영상은 [홍프로네 수산] 광고영상일 것이었다. 포장한 회를 들고 역시 장터마트에서 소주와 PET 병맥주를 샀다. 술을 마시기에는 조금 이른 오후 4시 무렵이었다.
황금 쟁반에 술상을 차려 컴퓨터 책상으로 가져갔다. 술을 마시며 미국 주식 영상 촬영 및 매매 계획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음식을 먹으며 방송하는 것이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고 술만 마셨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안방 침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