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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하락장 중간 어디쯤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132. 하락장 중간 어디쯤

2025년 4월 8일 화요일 맑음

애인을 만날 것처럼 꽃단장했다.

루이 비통 에프터 눈 스윔 향수를 뿌리고 짓 푸른색 슈트를 입고 넥타이까지 맸다. 그런 후 작은 루이비통 종이 팩에 안경 3개를 담고 손수 새하얗게 세탁한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다. 그렇게 [케렌시아 빌라]를 나선 성주 마이클이 향한 곳은 ‘안경원’이었다.

옆 [천수만, 집밥] 식당에서 입간판을 인도 쪽으로 꺼내 놓으며 장사를 시작할 때도 이때였다. 하지만 [안경원] 영감은 가게 조명만 켜 놓았을 뿐, 자리에 없었다. 간판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전화 걸어도 연결되지 않았다. ‘안경 렌즈를 새로 맞춰야겠어’라고 한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브런치를 먹을 시간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농협 [하나로 마트]로 향했다. [차돌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한 팩씩 샀다. 돌아와 [차돌 된장찌개]를 끓여 전자레인지로 해동한 밥과 함께 먹었다. [안경원] 영감이 전화를 걸어 온 때도 이때였다. “어디에 나와 있습니다. 한 시간쯤 후에 갑니다.”라고 말했다. “네. 오후에 방문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시 [안경원]을 찾은 시각은 오후 3시 무렵이었다. 소파에 가로로 누워있던 [안경원] 영감이 일어나 오래된 시력 측정기와 아날로그 렌즈 측정기를 동원해 마이클의 시력을 측정하려고 애를 썼다. 마이클이 “지금 안경과 시력이 많이, 다릅니까?”라고 물었다. 영감이 “조금 차이가 있네요. 렌즈는 뭘로 하실래요? 5만 원과 10만 원 있는데.”라고 물었다. “10만 원짜리로 4개 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루이비통 검은 장지갑에서 5만 원 지폐 4장을 건넸다. 영감이 “렌즈가 도착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푸른 컬러 렌즈를 선택한 탓에 곧바로 제작할 수 없었다.


벚꽃이 하루 사이에 피었다. 불어오는 바람도 살랑거렸다. 그러니 어디를 가더라도 좋을 것이었는데, 발걸음은 [케렌시아 빌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살짝 서글픈 생각이 밀려왔다. 그래서였을까? 종중 시제에 다녀온 정 작가가 “형님하고 술 한잔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하기에 기꺼이 그렇게 했다.

술판은 [안경원] 옆 [천수만, 집밥] 식당이었다. 메뉴는 닭볶음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전에 ‘닭볶음탕을 먹고 싶다’라고 생각했으나 혼자서는 먹을 수 없었는데, 다행이었다. 종중 시제와 주식투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요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렸고, 그렇게 마주한 닭볶음탕은 기억에 남을 맛이었다. 그러니 소주를 한 병 추가하며 맛있게 먹는 것은, 좋았으나 결국 과식이었다. 자정 즈음에 편의점으로 가서 콜라와 캔 맥주 두 개를 사 돌아왔다. 시력이 나빠진 것처럼 소화기관 또한 젊지 않은 것이다.


흐린 눈은 미국 주식 HTS를 쫓았다. 주가는 프리마켓보다 하락한 상태로 출발했다. 그러므로 프리마켓에서 매수한 TMF(42.89달러에 480주 매수) 주식 또한 -2%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플러스로 향했다. 그래서 ‘오늘은 상승장이다.’라고 결정하고, 9.6달러에 매수한 TSLL 주식을 탈출시킬 계획을 세웠다. 2,300주인 수량에 5,000주를 더 매수해 물 타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하면 평단 주가는 8.3달러까지 낮아진다. 이 가격은 곧 올 것이므로, 이때 전량 매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럴싸한 계획을 곧바로 실행했다. 주가 또한 8.3달러를 향해 상승하고 있었다. 손실 또한 -2%로 줄어들었다. 8.9달러에 7,300주 전량 매도를 예약했다.


하지만 그 가격은 오지 않고 오히려 밀리기 시작했다. 장이 끝났을 때는 다시 -24.66%의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월가의 농간에 낚인 것이었는데, 미국 주식은 하락장 중간 어디쯤인 것은 확실했다.


2025년 4월 9일 수요일 흐림


미국 주식 2번 계좌 TSLL의 수익률은 -24.87%, -23,338,400원이었다.

그렇게 테슬라 2배 레버리지 TSLL을 구해내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작전은 실패했다. 원인은, 근거 없는 자신의 자만이었다. 차라리 더 하락하기를 기다렸다가 오늘 즈음 물을 탔다면 의미 있는 가격이 될 텐데 말이다. 항상 조급한 마음이 손실을 키우는 마이클이었다. 별로 유쾌하지 못한 기분으로 주식투자 실패 사례를 일기에 적었다.

브런치는 정 작가와 먹었다. 아내가 꽃 박람회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기에 함께 식사할 수 있었다. 메뉴는 [대동 보양촌] 식당의 돼지국밥이었다. 테이블에 앉기 전에 술 냉장고에서 선양소주 [린]을 꺼냈다. 그렇게 식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읍사무소에 들러 인감증명서 두 부를 발급받았다.

가평군 상면 덕현리 [청수유원지] 건물철거의 소를 진행하는 원고 측 변호사의 전화도 있었다. “합의금을 얼마 정도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마이클이 원고와의 사연을 나열하며 “7천만 원이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정에서는 5천만 원 부르셨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제가요? 왜 그랬을까요? 이사에게 물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정 작가가 “그거, 형님이 지분권자들 싸게 합의하라고 일부러 낮게 부른 것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1억이었어요.”라고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랬구나! 기억난다! 알겠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 택배가 도착했다. 1층 커뮤니티 룸 유리창에 붙일 선팅 필름과 방석이었다. 딱히 할 일도 없으므로 혼자서 선팅 필름 부착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급히 나가다가 유리창에 부닥쳤다. 이마, 안경, 코, 오른쪽 무릎이 부서질 듯 아팠다. 제기랄! 유리창이 너무 투명한 탓이었다.

그래서 현관문에도 선팅 필름으로 바르기로 했다. 정 작가가 그런 마이클을 발견하고 합류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작업 진도가 빨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게다가 아내가 퇴근할 시간이 되자 데리러 가기 위해 자리를 떴다.

어느덧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드럼 연습실의 깨진 유리창 쪽 3면의 필름 작업을 끝으로 오늘은 그만하기로 했다. 번개 같은 속도로 필름을 붙여나갔다. 마무리할 즈음 정 작가가 합류해 목공용 테이블을 옮기는 걸 도와주었다. 물론, 가져갈 때도 혼자였지만! 혼자서도 잘하는 마이클이었다.

저녁 식사를 거르려다가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마시기로 했다. 농협 [하나로 마트]로 가서 두부와 돼지 다짐육, 지평 막걸리 두 병을 사 돌아왔다. 그리고 두부김치를 만드는 장면부터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공개한 영상의 조회 수가 무려 8천 회를 넘어가고 있기에 더욱 고무되어 그랬다.

매수할 종목은 UPRO와 TMF였다. UPRO는 하루 만에 무려 20% 상승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하락한 상태였다. 그래서 매수 시기라고 판단하고 3천만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하락할 수 있으므로 10% 하락할 때마다 3분할로 매수하기로 하고, 47.23달러에 910만 원, 42.51달러에 1,010만 원, 38.26달러에 1,101만 원에 매매 예약해 두었다. 그리고 곧 47.23달러, 139주가 매수되었다.

TMF 또한 3% 하락할 때마다 매수되도록 37.72달러에 1,200만 원, 36.59달러에 1,320만 원, 35.49달러에 1,452만 원에 예약 매수를 신청해두었다. 그리고 역시 매수되어, 평균 매수 가격 41.24달러, 704주를 확보했다. 이어,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 [서학개미 Life]에 공개했다. 물론, 회원용 우선 공개였다. 30분이 약간 못 되는, 꽤 긴 영상이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자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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