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134. 5일 이동 평균선
2025년 4월 16일 수요일 맑음
가발이 발견된 곳은 복층 책상 위에 놓인 지구본이었다.
마시다 만 소주병과 DJI 오즈모 포켓 카메라도 함께였다. 뭔가 촬영하려다가 취해서 그만둔 모양이었다. 술병을 치우고 카메라를 충전기에 연결해 둔 후 농협 [하나로 마트]로 향했다. 시원한 새우탕 라면 국물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라면을 끓여 먹었으나 일기를 쓸 정도의 정신은 아니었다. 정 작가가 건너올 때도 이때였다. 마이클의 계좌로 입금된 채권 배당금을 입금받기 위함이었다. 곧바로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3회에 걸쳐 법원이 입금한 금액 2천1백만 원을 정 작가의 계좌로 이체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 작가가 2천만 원을 ㈜케렌시아 계좌로 이체했다. 다음 달 이자를 스스로 충당한 것이다. 이에, 마이클이 “통장에 돈이 들어왔으니 커피라도 마실까?”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메가 커피]에서 망고 주스를 주문했다. 숙취가 다 가시지 않은 탓이었기에 시원한 주스를 마시고 싶었다. 그런 후 [안경원]으로 가서 마지막 안경 하나를 회수하려고 했으나 “아직 안 되었습니다.”라는 대답에 돌아섰다. 정 작가가 “점심 드셔야죠?”라고 물을 때도 이때였다. 이에, “아침에 라면을 먹어서 생각이 없네.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되물었다. “저야 집에서 먹으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시 침대에 누웠다. 스마트폰 벨 소리를 무음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오후 4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냉장고에 넣어 둔 소고기 불고기를 프라이팬에 굽고 상추를 씻었다. 그렇게 상추 쌈으로 식사한 후 휴일을 맞아 아내와 고군산군도를 여행 중인 친구 오 군과 통화했다. 정 작가가 건너올 때도 이때였다.
오 군과의 통화는 ‘단타 매매’에 대한 차트 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5일선을 올라탈 때만 매수해야 해. 5일선 아래로 밀리면 어디까지 밀릴지 모르므로 매수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이동 평균선을 확인해보니 정말 그랬다. 그래서 “오늘 SOXL은 5일 선에서 밀렸으니 매수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말했다.
미국 주식 HTS에 접속했다. 친구 오 군의 말대로 주가는 모두 조금씩 하락한 상태였다. 게다가 ‘5일선 아래에서는 매수하지 말라’는 조언도 들었으므로 매수 타이밍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매수의 욕망은 자제하고 [브런치]에 [서학개미 Life] 25번째 글을 게시했다. 2022년 6월 8일의 일기로 주가는 지금처럼 하락장이었다. 그러함에도 이미 7억 원을 태워 현금이 말라가는 중이었다. TQQQ 주가 31달러, SOXL의 주가 22달러였다. 그러니 앞으로 진행될 주가 또한 같을 것이었다. 현금을 아끼며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의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2025년 4월 21일 월요일 맑음
영국 스키점프 최초 국가대표가 된 청년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겠다’라고 마음먹고 여러 운동을 시작했으나 소질이 없는 탓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어 결국 스키 국가대표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원회’가 출전 자격을 박탈한다. 절망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스키 점프’에는 국가대표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출전하게 된다. 열정만으로 국가대표가 된 남자 마이클 에드워즈의 실화를 담은 영화 <독수리 에디>의 이야기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민망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점수 차이로 꼴등을 했으나 홀로 도전하는 삶이 멋졌다.
그리고 여기 홀로 최대 성인 전용 상업영화만 제작하고자 하는 남자가 있다. 숙취에 시달리며 흐릿한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자신의 과오를 낱낱이 적어가는 아침이다. 식사는 새우탕 컵라면과 약간의 밥이었다. 냉동 밥을 같이 끓이는 바람에 개죽이 되어 버렸지만 개의치 않는 남자다.
잠시 후 남자의 꿈에 편승한 또 다른 남자가 건너왔다. 정 작가다. 영화배우와 스태프를 위한 숙소, 소품, 촬영 일정을 알리고 베드 신에 사용할 공사용 살색 스타킹도 식탁에 내려놨다. 그러니 제작자이며 주인 배우인 마이클도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므로 숙취 티 낼 수 없었다.
샤워한 후 미국 주식 HTS에 접속했다. 주가는 하락 중이었다. 친구 오 군이 알려준 5일 이동 평균선 한참 아래였다. 그러므로 조급할 필요는 없었는데, 미국 투자 일기와 지난 영상을 쇼츠로 만들면서 ‘그때와 같다’라고 느꼈기에 더욱 그랬다.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없었기에 안방 침대로 향했다. 저녁 8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2025년 4월 22일 화요일 비
다소 추위를 느끼는 침대였다.
눈을 뜨자 거실로 나가 컴퓨터를 켜고 미국 주식을 확인했다. 나스닥 -2.5%였다. 이유는 당연히 없었다. 평론가들은 뭐라고 이유를 대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마이클의 계좌 중 투기 전용 계좌의 수익률도 총매입 82,221,536원인 상태에서 -11.5%를 기록하고 있었다. -9,463,033원이었다.
종목별로는 SOXL 1주, -6.25%, TMF 704주, -10.27%, TSLL 2,800주 -14.73%, TSLS 529주, -6.05%였다. 그리고 장기투자 계좌인 1번 계좌의 UPRO 139주 역시 +30%에서 14.09%로 주저앉은 상태였다.
하지만 UPRO, SOXL은 장기로 주식을 모아가는 투자를 하기로 했기에 자동 매수 예약을 걸어 둔 상태이다. 이번 하락장에서 인생의 승부를 봐야 차기 대권을 도전할 징검다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끄고 다시 안방 침대로 향했다.
눈을 떴을 때는 아침 7시 20분이었다. “배우로 성공하는 하루!”라고 외치며 일어나 샤워했다. 그리고 루이비통 에프터 눈 향수를 뿌리고 보디로션도 발랐다. 겨울용 양말과 내의를 의류 보관 상자에 담고 색이 바랬거나 입지 않는 옷은 버리기 위해 현관 앞에 두었다. 거실 창 너머 안전대에 빗방울이 맺혀 있을 때도 이때였다. 비가 오는 모양이었다.
2025년 4월 29일 화요일 맑음
미국 주식은 상승했다가 밀렸다.
TSLL의 경우, 테슬라 주식 200일 이동 평균선을 뚫는 듯했으나 이내 주저앉았기에 몇 번이고 ‘매도’ 주문을 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그런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었을 때는, 매도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1천만 원이라도 챙길걸~~’. 껄무새 되었다.
브런치는 라면이었다. 그런 후 붉은 격자무늬 슈트를 입고 [호박마차]에 올랐다. 트렁크에 덕트 팬 모터를 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목적은 202동 301호 임대차계약서 작성이었다. 임대차 파일과 수건, 여벌의 옷을 담은 가방을 들고 현관을 나섰다. 정 작가가 들어올 때도 이때였다. 다소 이른 시각이었기에 커피 정도는 마실 수 있으나 “여행 기분으로 갔다 오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