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4억에 낙찰받은 주택 10억에?

#꼬마빌딩 건축

by 김경만

2. 단독주택 낙찰과 건축 신축허가를 위한 투쟁



2013년 4월 30일 화요일 맑음


3년 전,

어머니가 상속해 준 땅을 판 필립은, 그 돈을 종잣돈 삼아 ‘부동산경매투자’를 해보고 싶다며 마이클을 찾아왔다. 5억 원이었다.


마이클이 “음, 그 정도면 내가 투자하는 눈높이와 같아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는 있겠다.”라고 말하며 경매 물건 두 개를 소개해 주었는데, 하나는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빌딩의 지분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울란바토르 역 근처에 위치한 낡은 단독주택 지분이었다. 특히 단독주택 지분의 땅값은 ‘무조건 평당 1천5백만 원은 간다’라고 판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대를 재개발하겠다고 나선 시행사는 낙찰자인 필립에게 “평당 2천2백만 원을 주겠다”라며 계약서를 쓰자고 했고, 급기야 마이클의 사무실까지 찾아와 ‘가계약’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4억 원에 낙찰받은 땅이 바로 10억 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필립에게 행운이 가는가 싶더니 재개발은 흐지부지되었다.

설상가상 필립은, 상속 토지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누이들과 분쟁으로 낙찰받은 부동산에 ‘가압류’까지 당했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 필립은 결국 경매를 통해 다시 매각하기에 이르렀고, 오늘이 입찰기일이다.


마이클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아침까지도 맑은 정신이 들지 않았다. 일어나 입찰표를 프린트하고 입찰 보증금을 챙기는데도 정신이 없을 정도였는데, 입찰할 금액은 7억6천5백만 원이었다. 낙찰받은 후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도시형생활주택이나 고시원을 지으면, 큰 이득은 없으나 든든한 생활비 조달 창구는 될 것이었다.


“츠컥츠컥- 츠컥츠큭--”


평촌으로 가는 지하철 4호선에 몸을 실었다.

법원엔 조금 일찍 도착했다. 대출 중개인 외에는 아는 얼굴들은 없었다. 경쟁이 되지 않는 금액의 작업인지라 일찌감치 입찰표를 제출했다. 잠시 후 필립 부부가 도착했다. 돌잔치에서 본 아들은 많이 커 있었다. 곧, 구름처럼 몰리던 아파트 응찰자들이 빠져나갔고 마이클이 입찰한, 필립의 주택 사건 개찰이 시작되었다.


집행관이 “이 사건 응찰자는 세 명입니다. 응찰하신 분 법대 앞으로 나오세요?”라고 말했다. 최고가 매수신고인은 7억6천5백만 원을 쓴 마이클이었다. 차 순위 입찰금액은 6억2천만 원이었다.


2013년 5월 2일 목요일 맑았다 소나기


울란바토르 시청은 법원과 매우 가까웠다.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주차장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서 건축허가를 빨리 받기 위해 울란바토르 시청을 찾았다. 건축과에 들러 건축에 대해 물었더니 “설계사를 지정하면 건축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을 뿐, 지금으로서는 건축이 가능한지 알 수 없습니다.”라고 원론적인 말만 했다.


이번에는 주차장 조례 개정이 궁금해서 ‘도시생활과’를 방문했다.

담당 공무원에게 마이클이 “예를 들어, 지금 시의회에서 조례를 발의한다고 하면 언제쯤 공표가 될까요?”라고 묻자, 자료를 보여주며 “7월 이후부터 적용을 받을 것 같으며, 기존 건축허가를 받은 곳은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니 결론은 속도전이었다. 게다가 6월 19일부터 도시형생활주택 최소면적이 14㎡로 커지기에, 한 줄로 요약하면 수익률을 낮추어 난립을 막겠다는 뜻이었다.


흐린 하늘에서 비가 한바탕 쏟아졌다.

은색 랭글러 루비콘 보닛 철판 위로 빗방울이 깨지며 튕겼다. 올 때마다 주차하기 힘들던 설계사무소가 세 든 건물 주차장은 날씨 때문인지 한가했다. 4층 설계사무소로 올라갔다.


전 실장이 커피 한 잔을 응접 테이블에 올려주고 "그 서류가 전화하신 건입니까?"라고 물었다. 마이클이 "예. 지적도와 토지계획 확인원. 그리고 건축에 대한 개괄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주거면적과 주차장 면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 신속히 건축허가를 내야 합니다. 서둘러 주십시오.”라고 대답하고 리모델링 공사 중인 피렌체빌딩으로 향했다.


용접공들이 기둥 보강을 위해 철판을 덧대고 용접을 하고 있었고, 천정의 빔 하나는 벽체와 견고하게 장착되지 못해 와이어 로프로 묶어 둔 상태였다. 이때 설계사의 전화를 받았다.


"대지가 접한 도로에 대해 확인해 보셨어요? 하천으로 되어있어서 건축허가가 나오지 않는답니다. 구청 건축과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네요.“


마이클이 깜짝 놀라며 “느에에?-”하고 말을 잊지 못했다.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전자지적도를 확인했는데, 낙찰받은 대지가 접한 도로는 현황이 도로일 뿐 '하천'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구청 건축과로 전화를 했다.

담당자는 여성 공무원이었는데 "하천을 도로로 변경하려면 주변 이해관계인들의 동의서를 받아와야 합니다."라고 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주에게 '당신 땅을 도로로 바꾸겠으니 도장 찍어주시오?'라고 한다면 '네, 그러시죠?' 그럴까?, 그래서 "몇 명이나 받아야 됩니까?"라고 물었다. 공무원이 "전부 다요."라고 대답했다. 마이클이 "어떻게 도로에 접한 이해관계인들의 도장을 다 받습니까?"라고 되물었더니 "그럼 건축을 못 하는 거죠!!"라고 대답했다.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려 하고 있었다.

꿈이 흐물거리며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필립은 건축이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해관계인의 도장을 받을 자신이 있다면 '시행사'를 하지 뭐하러 경매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하는 데까지는 해 보기로 했다. 먼저 현황 도로로 된 필지의 등기부 등본을 출력했다. 다행히 하천으로 된 도로는 시 소유였다. 가장 큰 문제인 도로 소유주의 동의서는 그냥 해결되는 셈이었다. 국가나 지자체는 국민이 건축하겠다는데 법령에 위배 되지 않으면 거절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한 시름 놓고 인접 지번 등기부 등본을 출력해 소유자의 주소를 알아내다가 짜증이 났다.


'현황 도로가 있는데 내가 왜 이걸 해야지? 그럼 기존의 주택은 어떻게 지었단 말인가?'

구청 하천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현황이 도로인데 왜 용도변경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문에 건축과에서 건축허가를 못 내준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빨리 건축과와 하천 담당 부서가 데스크 포스팀을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난리를 쳤다. 이에 담당 공무원이 "선생님 그러면 내일 오전 중으로 구청에 오실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구청 문 열자마자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현황 도로를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하는 법이 있는지 폭풍검색을 시작했는데 뭔가 걸려 나왔다(출처:http://blog.naver.com/kts241/170565795)

국토해양부의 건축법 제45조(도로의 지정. 폐지 또는 변경)에 “허가권자는 제2조 제1항 제11호 나목에 따라 도로의 위치를 지정, 공고하려면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도로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로를 지정할 수 있다.

①허가권자가 이해관계인이 해외에 거주하는 등의 사유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기가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②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통로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행하는 것인 경우

2. 허가권자는 제1항에 따라 지정한 도로를 폐지하거나 변경하려면 그 도로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 도로에 편입된 토지의 소유자, 건축주 등이 허가권자에게 제1항에 따라 지정된 도로의 폐지나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3. 허가권자는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도로를 지정하거나 변경하려면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도로관리대장에 이를 적어서 관리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즉, 도로로 지정, 공고하려면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도로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서 구청 건축과 담당자의 의견이 맞았다. 그런데, "다만 다음의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로를 지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마이클이 낙찰받은 주택과 연결된 도로는 '주민들이 오랫동안 통로로 사용한 도로'인 것이다. 골치 아픈 동의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기에, 건축과 공무원이 잘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건축법 제45조, 도로의 지정 또는 폐지 항목에 의하면 제가 건축허가를 받을 곳은 '동의서'가 필요 없는 곳입니다."라고 말했음에도, 건축과 공무원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동의서'를 주장했다. 이에 마이클이 “몇 명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지 규정도 없잖아요?”라고 되묻자, “이해관계인, 도로에 접한 토지주 전부죠?”라고 말했다.


‘도로와 접한 토지주들 전부 쓰려면......’


마이클의 분노 게이지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국토해양부의 건축법의 내용이 있다면 지자체의 건축조례에도 항목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울란바토르시 건축조례'를 검색했더니 "제29조(도로의 지정) 법 제45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것인 경우란 다음 각 호와 같다. 1. 복개된 하천·구거 부지 및 철도로서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이 가능한 경우

2. 공원 내 도로의 경우 3. 마을정비 등 공공사업으로 설치되어 공중의 통행로로 사용 중인 마을진입로 등 사실상의 도로의 경우 4.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도로로서 그 부분을 이용하여 건축허가를 한 사실이 있는 통행로의 경우”라는 딱 맞는 규정을 찾았다.

하천부지가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복개된 하천, 구거 부지 및 철도로서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이 가능한 경우" 도로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내용을 출력하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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