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건축
3. 시 건축조례 29조와 도시형생활주택 설계
2013년 5월 3일 금요일 맑음
아침 9시.
은색 랭글러 루비콘 지프가 울란바토르 구청 주차장으로 들어갔고, 운전석에서 내린 마이클은 곧바로 3층 생활안전과 하천 담당자를 찾았다. 담당자는 중년의 남자공무원으로 업무 이해도가 매우 높았다.
"이것은 도로로 인정되는 것이 맞습니다. 혹여 안된다면 시청에 들어가서 하천 점유이용료를 내고 허가를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례가 있으니 건축과에 들려 보세요?“
감사의 인사를 하고 별관 3층 도시계획과 건축담당을 찾았다. 홍일점 여성 공무원이었다. 마이클이 "어제 통화한 마이클입니다. 하천을 도로로 사용하기 위해서 주민 동의서는 필요 없는 것으로 조례는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곧바로 "아닌데요.....?"라고 되받아쳤다. 이에 마이클이 "울란바토르시 건축조례 29조를 찾아 보시죠?“라고 말했다.
공무원이 책꽂이에서 법령집을 펼치고 눈으로 29조를 읽어갔다.
공무원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는데 "그래도 이해관계인의 동의서는 필요합니다. 건축심의를 통과해야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에 마이클이 "건축조례에 없는 동의서를 만들어 내란 말입니까? 동의서를 못 받아오면 건축조례와 상관없이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말로 들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공무원이 "동의서를 받는데 못 받으면 그 사유라도 적어 주셔야......"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럼 정리해 보겠습니다. 동의서를 받으러 가되, 주민이 거부하거나 하면 거부한 대로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뜻이죠?"
"뭐, 그렇죠......"
"그럼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빨리 주민들을 만나 동의서를 받는 일이군요?"
"네. 그렇게 해서 건축심의를 신청해 보세요?"
사실 마이클은 건축허가 거부에 대한 민원을 바로 접수하려고 '의견서'를 작성해 갔었다. 담당 공무원이 끝까지 억지를 부린다면 민원을 제기하고, 손해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으로 끝장을 내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차마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형식상 동의서만을 원했기에 이쯤에서 마무리 하기로 했다. 그렇게 구청을 나와 낙찰받은 주택으로 가면서 설계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설계사님, 빨리 도면 그리세요?”라고 말했다.
낙찰받은 주택은 거의 쓰레기 수준이었고, 옆 건물 또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의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처럼 보였다. 아니, 빈집이어야 했다. 그래야 마이클이 동의서를 받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캐논 5D 카메라 셔터가 철컥거렸다. 뷰파인더에는 최대한 음산한 풍경이 담긴 것은 물론 이었다. ‘폐가이기에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하며 증거로 제출하기 위함이었다.
"건축업을 하거나, 부자가 된 사람들은 이런 고비를 수도 없이 넘겼을 텐데...... 정말 존경스럽네!!"
폭풍우가 지나간 듯한 마음을 쓸어내렸다.
자신 또한 멋진 호텔을 짓고자 했으므로, 꿈을 이루려면, 오늘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수도 없이 견디어야 할 것이었다. 무쇠가 망치질에 단련되어 강철이 되어가듯이!
2013년 5월 6일 월요일 맑음
오후 4시,
설계사무소에 들렀다. 낙찰받은 주택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신축하기 위해 설계를 의뢰했는데, 한 개 층당 큼지막한 원룸 4개씩을 그려 내놨다. 설계도를 본 마이클이 ”방 개수를 고시원 사이즈로 만들어야지? 분양할 거 아니라니까?”라고 말하고, 구청 건축과에서 요구한 ‘주민 동의서’를 건넸다. 동의서 내용은 “폐가 공실, 거주자 없음. 동의서 받을 수 없음.”이라는 내용과 아름답지 못한 건물들 사진이었다.
2013년 5월 13일 월요일 맑음
지하철로 움직이는 동안 철학 서적을 읽는 것이 좋았다.
의정부 가능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의정부 법원에 도착해, 진행되는 부동산경매 사건 중 하나에 공유자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위치한 단독주택 지분 2/16을 낙찰받고 방이동 설계사무소로 왔다.
전 실장이 도시형생활주택 도면을 보여주며 “다행히 5층까지 반듯하게 나오네요? 다만 도시미관심사에서 전면은 대리석으로 하라는 것 때문에 공사비는 조금 더 올라가는 것이...... 설계비는 1천3백은 주셔야......”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대리석이야 내가 알아서 붙일 건데 뭐 지들이 이래라저래라 한데요?”라고 말하자, “그런 게 있어요. 사장님은 뭐든지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셔? 하! 하!”라고 웃었다. 마이클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모양 빠지게 전면만 하지 말고 전체를 붙입시다.”라고 결정했다. 그러자 전 실장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정말요?”라고 되물었다.
“건물은 한 번 지으면 나보다 더 오래 살 테니 잘 지어야지요. 그런 의미에서 설계비나 깎아 봐요?”
마이클의 능청에 전 실장이 “아이 참, 이건 정말 그냥 해 주는 거나 다름없어요?”라고 말했으나, “거, 복잡한 것도 아니고, 나도 전기과 나와서 제도 정도는 하는데, 쉬운 설계니 좀 생각해서.”라고 밀어붙였다. 1천2백만 원에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울란바토르에 낙찰받은 주택은 철거하고,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신축하기로 했다. 설계가 잘 나와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낙찰 잔금도 6억 원까지 대출을 받기로 했기에 부담 없이 건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다가 곧 전설의 100억을 찍게 될 것 같았다. 전 실장이 “사장님이 운이 정말 좋으십니다.”라고 말했다.
‘그래, 내가 잃지만 않는다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다고 양 사무장이 그랬다!’
2013년 5월 15일 수요일 맑음
울란바토르 주택 낙찰 잔금 대출을 받으려고 한남동에 위치한 바다 은행으로 향했다. 주차장이 없기에 호텔 주차장에 유료 주차를 하고 대출상담을 했다. 대출 가능 금액은 5억8천만 원이었다. 행원이 “사장님 신용등급이 1등급이기에 우대 금리를 적용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이율은 4.3%였다. 대출을 위한 서류준비로 하루를 보냈듯이, 대출 자서를 하는데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