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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Apr 15. 2020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롯데리아 리아미라클버거

마케팅 관점에서 보는 롯데리아 채식 버거 리아미라클버거

롯데리아 하면 떠오르는 것: 반장 엄마가 간식으로 쏘던 데리버거. 이상한 라면버거. 우엉버거.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 느낌처럼, 약간 맛은 없지만 싼 친구. 


그런 롯데리아가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바뀌었다. 롯데리아는 우리나라 패스트푸드 최초 채식버거 정식 판매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외국에서는 버거킹이 '임파서블 와퍼 Impossible Whopper'를, 맥도날드는 '맥비건 McVegun'를 줄줄이 내놓으며 서로 시장을 장악하는 와중에 참 조용하던 한국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반가운 소식이었다. 


2020년 2월, 정식 판매를 시작한 롯데리아의 '리아미라클버거'는 어쩐지 좋은 예감이 든다. 아직 더 나아가야 할 점은 분명 있지만, 어디에 가도 있는 롯데리아만큼, 어디에 가도 채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거라는, 그런 든든한 믿음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다만 롯데리아의 채식버거 '리아미라클버거'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9년 6월, 일부 매장에서 시험 판매를 했을 때만 해도, 동물 단체 <동물해방물결>에서는 그를 규탄하는 성명까지 내놓았다. 소비자는 '정체 모를 메뉴'를 선뜻 먹기가 망설여진다고 반응했다


롯데리아가 시험 판매를 했을 때 실패했던 이유는, 버거의 소비층이 될 '베지테리언'에 대한 이해, 즉 소비자 분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롯데리아의 타겟 소비자군: 베지테리언, 비건 인구

  ∙ 타겟 소비 시장: 자연주의 산업 시장(베지노믹스)

  ∙ 결과: 대실패

왜 롯데리아는 당시 탈탈 털렸었는지, 그 이유를 마케팅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출처=롯데리아


1. 롯데리아 리아미라클버거가 노린 것

롯데리아 리아미라클버거에 들어간 패티는 '고기가 전혀 없는 고기 패티, Not Beef but Veef' 통밀과 콩 단백질을 섞어 만든 식물성 패티다. 그리고 예상되는 소비자군 혹은 마케팅 타겟 그룹은 당연히 '베지테리언'이다. 그런데 지난 2019년 6월 몇 개 점포에서 시험 판매를 했던 버거에는 패티만 식물성 패티일 뿐, 마요네즈, 빵, 소스에 모두 동물성 재료(우유, 달걀, 소고기)를 사용했다. 베지터리언에는 비건부터 락토 오보까지, 많은 종류가 있지만, 그 어느 그룹에 속하는 베지터리언도 먹을 수 없는 버거였다. 전략이 완전히 실패했다. 


애초에 마켓팅 대상과 소비 대상이 겹칠 수 없는, 아이러니한 '비건 버거'를 내놓은 것이다. 


출처=동물해방물결


2. 시험 판매에서 롯데리아가 놓친 것

해당 메뉴를 내놓을 때, 팀에 소비자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금연을 적당히 하는 사람은 없듯이(예컨대, 아침에는 안 피우고 저녁에는 피우는 반 금연자) 고기를 적당히 조금 먹는 비건은 없다. 고기만 대체 식물성 고기고 마요네즈와 빵은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거라면, 금연하겠다는 사람에게 반절짜리 담배를 '금연 상품'이라며 쥐어준 거나 다름없다. 


'비건'에 최적화된 메뉴를 내놓지 않았다는 걸 비판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 분석 타겟 대상 분석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정체 모를 메뉴'가 나왔다는 것이다. 채식주의를 선언하는 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런 '비건'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반만 채식인 메뉴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3. 롯데리아가 2020년 잡을 수 있는 것

2030 밀레니얼 세대는 높은 수익률, 원금 보장이라는 단어보다 동물 보호, 친환경, 윤리적 소비라는 말에 더 쉽게 공감하고 더 쉽게 흔들린다. 현재 한국 채식 인구 150만 명으로 추정한다. 최근 환경보호나 자연주의,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채식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채식 시장은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 식품 업계를 넘어서, 동물성 물건을 소비하지 않는 비거니즘 화장품, 유통 등으로, 제품군이 넓어지고 있다.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한 '베지노믹스'(vegenomics)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구매력이 센 젊은 세대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뜻. 식물성 고기는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 8조 원을 넘고, 비건 화장품 시장은 2025년 20조 원을 넘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베지노믹스의 단 맛을 본 시장이 발 빠르게 회사 방향을 틀고 있다.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빌 게이츠, 운동선수들까지 '채식주의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채식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로 그런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싸고 맛있는 채식버거를 내놓은 롯데리아가 우선 환영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0. 첫 단추부터 틀렸을 지도

다시 소비자 분석으로 돌아가 보자. 롯데리아가 타겟팅한 소비자군, '채식하는 사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채식을 선언하는 사람은 건강, 종교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빠르고 많이' 만들어내는 소비 사회에 지친 사람이다. 쉽게 버리고, 쉽게 착취하는 소비 생활에 반기를 든 사람이다.


이런 베지노믹스 소비자군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면, 롯데리아 리아미라클버거도 딱히 성공할 만한 제품은 아니다. 패스트푸드는 음식을 빠르고 많이 만들어내는 곳이다. 1분 안에도 겹겹이 쌓인 비닐봉지에 햄버거 5개를 포장해줄 수 있고, 플라스틱 컵, 뚜껑, 빨대로 콜라까지 마음껏 가져갈 수 있다. 그런 패스트푸드인 롯데리아에서 채식 메뉴를 하나 더 쉽게 고를 수 있게 됐다는 건, 그래서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내놓는 비건 버거가 고기를 조리하는 공간에서 함께 조리된다며 회사를 고소·고발하는 일도 종종 있다.


BCG 매트릭스

채식은 힘들다. 다시 한번, 그냥 고기만 안 먹으면 되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뒤집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채식 인구는 어쩌면 기업들의 최고의 타겟 대상이다. 힘들어하는 포인트가 확실하니, 이를 긁어주는 서비스나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이미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이 시장을 독식할 비즈니스가 쏟아지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아주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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