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안에서 그냥

by 김운용


낙엽도 귀하네요.

가을인데도 그흔한 낙엽도 귀하네요.


예전에 이맘때면 거리에 수북히 쌓여 발길에 채였는데


예전에 이맘때 나무에 붉게 물든 단풍

발길에 밟혔는데.


어느 가을 날 급히 찾고 싶은 이 있어

동대문 이스턴 호텔앞 주황색 공중전화로 뛰어갔지.


잊을수 없는 넘버 휘리릭 다이알 돌리다

" 여보세요 "

아직 변함없는 그리운 목소리

"접니다."

그 말도 못하고 돌아서서 분위기 잡으려는데 눈치켜뜬 여자가 기다리고 있어

바로 공중전화박스를 나왔다.


비오는데.

가까운 곳에 비 피할곳은 거기뿐인데.


그렇게 비를 맞으며 청량리까지 걸었지.

비맞은 맨살에 소름돋아도

멋부리며 그냥 걸었지.


동대문에서 청량리 그 먼길 우산도 없이

산성비 맞으면 머리칼빠진데도

폼잡으며 그냥 걸었지.


제기동쯤인가 왔는데 빗속에 들리는 우울한 노래 들려 레코드가게 앞에 섰다.


아이 돈 웨이링 포러 걸 라이크 유

내가 아는 포리너의 노래가 비소리에 어우러졌다.


이제 가을에도 촉촉한 비가 오는구나.

단풍은 없어도

낙엽이 귀해도

이 가을 촉촉하게 비가 오는구나.


저 멀리 춘천가는 열차가 기다린다.

청량리역에 다왔다.


애초에 청량리역이 목적지가 아니었지만

비맞은 무건 걸음

여기서 멈춰야겠다.


춘천에 가자.

거긴 아직 낙엽이 있을거야.


경춘선 빨간 테두른 열차에 기대어

낙엽을 찾아 간다,


서면 호숫길에서 건네다 본 춘천의 호수와 도시 풍경.




한잔하고 전철안에서 생각나는데로 막쓴 글.


마지막에 마침표가 아닌 쉼표는 다음이 생각나면 이어서 쓸거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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