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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풍경

by 김운용


지난주 토요일 아주 절친한 분의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영등포에 있는 꽤 큰 예식장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즌이라서 그런지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신부도 많고 하객도 많았다.


퇴직후 몇년만에 만나는 거라 반가이 신랑 부모님 과 인사를 나누고나서 부조를 전달 하는데 접수 받는 젊은이가 피로연이 없는 대신 답례품을 드린 다며 쿠폰 한장씩을 나누어 주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지침 때문이라지만 결혼식에 피로연이 없다고 하니 썰렁한 기분도 들고 쿠폰을 손에 쥐고도 배가 고파서 죽는줄 알았다.


예식시간이 1시반이라 당연히 점심을 먹지 않고 갔는데 그래도 예의상 예식이 다 끝날때 까지 지켜보고 기다렸다가 끼니를 해결하기로 단단히 맘을 먹었는데 순간 순간 허기가 느껴져 고통스러 웠다.


원래 잔치집은 먹거리를 앞에 놓고 시끌벅쩍 요란 스러워야 하는데 부조금만 내고 바로 돌아가야 하니까 먼곳에서 일부러 찾아온 사람은 서운한 마음이 들 수도 있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결혼식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식사 도 함께 하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정담도 나누고 소통도 하는 만남의 자리기 때문이다.


혼주를 축하해주려고 가는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못만났던 사람들과도 만날수 있는 기회라서 일부러 찾아가는 것인데 그런 기회가 생략되니 의미가 반감되었다.


혼주입장에서도 피로연이 없었으니 일일이 별도의 연락을 통해 감사표시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도 있는 일인데 피로연을 생략한 건 여러모로 원만한 처사로 생각되 지는 않았다.


아무튼 갈비탕이나 국수 한그릇은 못먹었어도 답례품은 필히 챙겨들고 식장안으로 들어갔다. 밥한끼 안줬다고 예식도 참석안하고 바로 자리를 뜨는건 옹졸한 것 같아서 배고픔을 꾹 참고 무던히 견뎠다.


같이 간 후배들이

" 나가서 밥먹고 옵시다."

하는 걸

" 야 이사람들아. 그건 예의가 아니잖냐.

우리가 밥먹으러 온거 아니니 좀 참아라."


선배랍시고 짐짓 점잖은체 폼은 잡았지만

배는 내가 젤로 고팠다.


어제 글쓰느라 밤을 새기도 했지만 결혼식 피로연 에 가서 넉넉히 먹자며 아침도 건너뛰었건만 점심 식사를 안주다니 허기가 올라 올수록 서너발짝 앞에 앉아있는 혼주가 보면 볼수록 야속하기만 했다.



요즘 결혼식이 재밌고 재능이 번뜩이는 이벤트도 있어 가까이서 보고 싶어 일부러 혼주 바로 뒤 편 원탁테이블 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좀 있으려니까 젊은 아가씨 두사람이 우리가 앉은 테이블로 오더니 앉아도 되냐는 수신호를 하기에 앉으라고 했더니 알고보니 축사를 하러온 신부친구 들이었다.


지금부터 신랑 ○○○군과 신부 ●●●양의 결혼식 을 시작하도록 하겠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마자 연미복차림의 차림의 젊은 청년 네 사람이 무대로 올라와 축가를 불렀다.


성악가 김동규의 시월의 어느 멋진날 이란노래를 전문 성악가 수준을 넘는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식장을 환호에 휩싸이게 했다.


IT기기도 빠르게 변하고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구 할수 있는 세상이니 조금의 성의와 노력만 보인다 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겠구나 하면서도 일단 은 젊은 청년들의 노래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축가에 이어서 신랑아버지의 축사가 이어졌다. 주례사를 대신해 신랑이나 신부 아버지중 한 사람 이 축하메세지를 하는 게 요즘 대세란다.


장례지도사 겸 결혼식 전문 주례사로 알바하는 선배가 있는데 문득 그 양반 생계는 어떡하지 뜬금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신랑아버지는 직장 3년선배이며 나와 절친한 사이 라 축사의 내용을 듣지않아도 짐작이 되는 바라 기대는 안했지만 역시 그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 지 않았다.


이제 부부가 되었으니 서로 아끼고 사랑해줘라. 처음의 모습만 생각해 살다보면 실망도 하게되지만 그모습이 다는 아니니 힘들때 서로 아껴줘라


교과서같은 축사를 표현만 다르지 같은 의미의 내용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반복이 됐는데 그 시간이 무려 10분을 넘자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언제 끝나나 했더니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하객들 반응이 시원찮음을 느꼈는지 대충 마무리했다.


우리 자리에 합석해 앉았던 신부 친구들이 무대옆 스탠딩 마이크로 나가 두사람이 번갈아가며 신랑 신부의 연애사를 공개했다.


대학때부터 8년을 사귀었다는데 그속사정을 속속 들이 아는 친구들은 ○○오빠가 속썩이면 우리가 가만안둔다며 둘 중 덩치가 큰 친구가 주먹을 불끈 쥐고 신랑을 향해 협박하는 깜찍한 동작으로 신부 친구들의 축사도 끝났다.


이번엔 신랑후배가 축가를 불렀는데 성의는 보였지 만 감흥이 생기지않게 밋밋한 멜로디에 특징이 없 어 재미는 없었다.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난 다음 하객들 사이로 난 가운데 통로로 행진을 했다.

신부가 시선을 의식하지않고 환하게 웃으니 자연 스러워서 보기가 즣았다.


예식장을 나오며 우리는 근처에 있는 순대국집으로 이동해 참았던 허기를 허겁지겁 때웠다.


30년전 결혼식, 내가 장가갈때와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 근데 뭔지 아쉬웠다.


나라면, 우리아들 이라면 시간 구애받지 않는 풍경 좋은 장소를 섭외해 조촐하게 양가 또는 친한 사람 들끼리 모여서 먹고 즐기고 춤도 추고 지나간 얘기 도 하며 잔치로 파티로 꾸며서 놀다가 마지막엔 사돈 간에 격이 없는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상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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