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오리 없다.

청둥오리의 러브스토리

by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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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강 상류엔 청둥오리외에도 쇠오리 흰뺨오리 집오리등 여러종류의 오리들이 연합해 서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청둥오리가 다수여서 자연스레 강상류 요지를 차지해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었다.


달빛강 상류는 물도 깨끗하고 강둔덕에 낮은 풀숲 이 많아 오리뿐 아니라 기러기 왜가리 비둘기들도 둥지를 틀고 있다.


외지에서 이주해오는 조류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 면서 달빛강 상류는 물고기등 먹이와 서식지 터를 두고 텃새인 청둥오리들과 외부 조류들간의 갈등이 증폭했다. 처음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청둥 오리들의 위세에 밀려 외지에서 들어온 조류들이 외곽에만 머물며 눌려지냈으나 점차 수가 늘어나자 청둥오리들의 서식지까지 진입해 자리를 차지하고 눌러앉아버려 곳곳에서 청둥오리들의 원성이 커져 갔다.


청둥오리들은 외부 조류들의 위세가 날로 강해지자 몇번 집단적 무력을 동원해 외부 조류들의 난동을 진압하기도 했으나 그때 뿐이었다.

이미 터를 잡아 근거지도 생겼고 주류인 청둥오리 에 대항할 만큼 외부 조류들의 세력도 그 규모가 커졌고 연합까지해대니 무력으로만 제압하려면 청둥오리들에게도 크나큰 희생을 감수하지않으면 안되는 상태였다.


달빛강 상류 청둥오리의 우두머리는 원래 오순이 그녀의 할아버지였는데 그녀의 할아버지에게 불만을 가졌던 덕기라는 청둥오리가 외지에서 들어온 조류들과 연합해 내분을 일으켜 할아버지와 그녀의 부모는 죽임을 당했고 형제 세마리만 상류 둥지에서 겨우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으며 달빛강 하류인 우리 서식지 외곽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수초가 많은 강건너 숲에 동생오리들이 피신해 살고 있어 그녀가 그곳을 자주 찾았던 것이다.


덕수. 그는 달빛강 상류에 살고 있었다. 나이는 5살 이고 집오리와의 교배종이라 덩치가 건장해 우두머 리였던 그녀의 할아버지도 신임을 했던 지도자급 오리였다.

그녀와도 가깝게 지내다 아기오리까지 낳게 되었 다.


덕수오리는 내분이 일어나자 처음엔 그녀의 할아버 지편에 서 맞섰으나 세가 불리해지자 덕기세력에 회유가 되어 반란세력의 품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녀와 아기오리를 지켜주기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 이라는데 아무리 윤리나 도덕관념이 없는 오리세계 의 자연법칙이라해도 도저히 용납할수 없는 처신이 다.


어째든 그녀의 형제들과 달리 그녀에게는 더이상 반란세력들에 의한 괴롭힘은 없었으니 그 모든 게 덕수 그 괘씸한 오리의 공이 아닐 없다는 점이 내겐 못내 괴로웠다.


달빛강 상류에서 반란이 성공한 후 새로운 우두머 리가 된 덕기오리는 좁아진 서식지를 더 만들어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외부 조류를 앞세워 하류인 우리 영역을 무단으로 넘나들면서 우리 오리들의 서식지를 빼앗고 괴롭히며 횡포를 부려댔다.


날로 심해져가는 상류 청둥오리들의 무단 침입으로 조용했던 달빛교 아래 우리오리들의 서식지는 불안 에 휩싸였다. 시급히 대응하지 않으면 아예 자리를 빼앗길 판이었다.


평소 아버질 무시했던 달빛교 아래 지도자급의 청 둥오리들은 아버지에게 대책을 물어왔고 대의라고 하면 계산을 할줄 모르는 아버진 자신이 앞장서서 막아내겠다며 두말도 하지않고 기꺼이 나섰다.


아버지의 의지를 확인한 나와 형제들도 아버지의 뒤를 따르기로 하고 저마다 물속으로 뛰어들어가 몸을 풀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녀를 찾아온 덕수와 마주친 그날 이후 난 그녀를 한동안 찾지 않았다. 먹이사냥을 나갔다가 몇번 마주쳤지만 그냥 무심히 지나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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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얼마전 어머니에게서 그녀와 덕수의 관계

상류의 내분문제 등에 대해 상세한 얘기를 들었다.

어머닌 본래 상류출신이라 그녀의 집안사정에 대해 서도 잘알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그녀와 나의 관계는 한마디도 전달하지 않았다. 딱히 뭐라 말할 만큼 관계가 발전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일은 아니었지만 말하기 싫었다.


그녀에게 향했던 내맘은 변함없지만 자존심도 상했 고 화도 났다. 어쩌다가 내가 들어서지 말아야할 물 길에 빠지게 된건지 머리를 흔들어대보지만 쉽사리 지워지지가 않았다.


우리 영역을 침범한 상류 오리들을 진압하기위해 싸우러 가는 출전의 전 날 그녀를 찾아갔었다. 몇번이고 망설이다 이제 끝이다 다짐하며 찾아간 내게 오순이 그녀는 그저 친근한 이웃오리로 생각 했고 그렇게 지내자고 말했다.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이 앞을 가려 돌아서는데 그녀가 미안하다며 다가와 부리를 부벼대며 몸조심 하란다.


종잡을수 없는 횡보를 하는 그녀가 한없이 미웠다 가도 그녀를 향한 연모의 정을 좀처럼 지울수 없 었다.


얼마전에도 그녀는 덕기와 아기오리를 앞세우고 물놀이를 했었다. 다음날 오순과 마주쳤었는데 같이 물놀이를 가자 했었다.


내일이면 전투를 위해 떠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길이 보이질 않아 전투를 나가도 힘이 나지 않을까 봐 걱정이다.


늦은 밤 잠이 오지않아 서성대다 그녀의둥지근처로 건너갔다.


야 이 나쁜 오리야!

더럽고 치사하다. 암컷 오리가 너뿐이냐. 잘먹고 잘살아라.

물속에 머리를 쳐박았다가 곶추서서 부르르 날개짓 을 심하게 퍼덕었다.


내가 덜떨어진 오리다. 잊어버리자.


아버지와 어머니의 러브스토리는 아버지의 무한한 열정 순정하나만으로 어머니의 사랑을이끌어냈다.

아버진 목숨을 건 결투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머닌 자신을 위해 불구의 몸을 사리지않고 내던 져 자신을 구한 아버지 오덕씨의 순정을 순순히 받 아들여 보듬어 주었다.


시대가 많이도 변했다지만 나의 고단한 연애사완 너무 차이가 난다. 순정만으론 오순의 맘을 얻기 란 애초 가능하지 않았다.


편한 것만 쫒는 세태는 오리들의 세계도 마찬가지 인거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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