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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Mar 15. 2022

"황금이 되버린 콘크리트, 아파트”

shouting! 3. 월계동 남자의외침



" 황금이 되버린 콘크리트, 아파트"





태국에 살면서 게스트하우스와 한국식당을 한다는 친구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오랜만이다. 나 ○○이야."


삼십년만에 걸려온 전화기너머 친구의 목소리는 이름을 듣고도 처음엔 선뜻 기억이 나지 않았다.


" 누구십니까?"


" 목소리도 잊었냐? 나 ○○이라구."


○○이? 아! 그래,

뺀질이, 주근개(주근깨의 오기 아님 - 지면 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19금이라 주석을 달 수 없음) 별명이 이름따라 주루루 딸려 나왔다.


'자식, 여학교 애들하고 미팅을 주선하는데 특별한 재주가 있었지.'


한번 열리기 시작하니 까맣게 어두웠던 기억의 문이 블루투스이어폰처럼 자동으로 페어링되어 활짝 열렸다.


모자는 삐따닥하게 눌러서 쓰고 별로 든게 없어 훌쭉한 책가방은 옆구리에 끼고 교복목을 조여주는 호크와 앞 단추 두어개 정도는 끌러내린 전형적인 노는 아이들 고삘이 패션을 한껏 잔뜩 뽐내고 다녔던 불량끼 많았던 친구다.


같은 학교를 다니진 않았지만 학교 담장을 뛰어넘어 함께 서클활동을 하며 친해진 친군데 ○○이 학교가 남녀공학이라 특수한 환경을 적극 활용해 여학생들과의 미팅을 꽤나 자주 주선하다보니 친분을 쌓으려는 친구들이 주위에 들끓었다.


" 어 ○○이. 오랜만이다. 살아 있었구나."


반갑다는 인삿말을 건네다 시간되면 얼굴좀 한번보자는 친구말에 지금 어디사냐 물으니 제기동이라고 해서 멀지않은데 지금 보자며

바로 약속을 정하고 통화를 끝냈다.


추억이 있는 친구라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때의 찐한 기억이 되살아나 긴세월의 공백을 무시한채 그시절 그기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여섯시 정각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바쁘게 전철역으로 뛰어갔다.


전철안에서 친구가 문자를 보내왔다.

' 쭈꾸미 원조할매집이다 '


용두동 쭈꾸미골목안에 있는 원조집이라 광고판도 붙은 집이어서 찾기도 쉽고 모임때문에 몇번 가본 곳이었다.


' 잘 알지. 지금 제기역. 곧 도착한다.'


각 1병씩 마시고나서 ○○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 있을때 강남하고 인천 두군데에서 마트를 운영하며 돈좀벌었는데 주식에 큰돈을 투자했다가 크게 손해를 보고나서 결국 마트까지 정리하고 동남아로 이주해 여행 숙박업을 하다가 태국여자와 결혼하고 아예 눌러앉아 살고있는데,


미국에 있는 부동산투자회사로부터 한국에 있는 토지나 건물등을 매입하고 알선 중개하는 라이센스계약을 하게되어 귀국하게됬는데 갑자기 니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하게된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기 소주한병 더요.


주고니 받거니 술잔을 여러번 부딪치고 얼굴이 빨갛게 익어갈 즈음 TV에서 세계적인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인플레등 경제위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뉴스가 나오자 친구는 전문가흉내를 내며 썰을 풀었다.


'투자가치가 있는 곳에 돈이 몰리니 미리 정보를 파악해 수익이 높은 부분에 투자를 해야한다.'


'특히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은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당분간은 수익이 높다'  


라며 썰을 푸는데 별 관심 없어하는 내 반응을 보고도 똑 같은 상황을 이미 숱하게 겪은 듯 무시해가면서 열변을 토했다.


" ○○아. 난 돈도 없고 그런데 신경쓰고 싶지않다. 돈이 필요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재벌 회장들봐라. 그사람들이 돈이 없어 백세시대에 팔십도 못살고 죽었겠냐. 한번뿐인 인생, 대단한 놈은 아니다만 의미있게 살다갈거다. 너나 나나 앞으로 더 늙어 거동하기 힘들면 요양원에 들어가야할텐데 요양원에 들어가는 순간 돈이 수백억이 있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


가뜩이나 투기열풍이 불어 눈만 뜨면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에 관한 정보가 홍수를 이뤄 넘쳐나고 있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서까지 투자가 어떻고 부동산이 어쩌구 등의 설교 아닌 설교를 듣고있으려니 짜증이 나 의도적으로 강한 어조로 반박을 했다.


" 야야 그게 아냐. 돈있다 없으니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더라. 친구놈들도 거리를 두더라. 그리고 겪어보니 돈이 보여...... "


" ○○아. 니 얘기 다 좋은데 오늘은 그만하고 술이나 기분좋게 마시자. "


" 자식. 너 아직도 노조하냐"  


친구 ○○이 애써 잠궈둔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


" 야. 임마. 거기서 노조하냐가 왜 나와.  너 그럼 제대로 부동산이나 주식 얘기 해볼까.


일단 한잔하고 내얘기 잘 들어봐. 니가 알다시피 학교다닐때 난 가방에 월간팝송책 한권밖에 안들고 다녔다만 세상 이치란거 잘난 친구들이 전문적인 지식 끌어대봐야 별거아니다. 그리 복잡하지도 않고 단순한거야.


돈버는거 별거 아니다. 돈많이 몰리는곳에 쫒아가 노예가 되든 비굴해지든 죽으나사나 거기서 굴러먹다보면 떡고물이라도 생길텐데 거기 가서 챙겨라.


그런데 말이다.

부자들이 쳐논 그물 밖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큰돈 못번다. 지들이 다쓸어가고 먹다 남긴거 미처 챙기지못한 거 푼돈 나눠먹기에 매달려봐야 돈 못번다. 주식 부동산 다 마찬가지아니냐.


유식한 척 한번 더 해보자.

공장을 돌려 생기는 이윤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기위해 기업들은 생산구조를 축소하고 비정규직을 만들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는 거기서 생기는 잉여자본을 죄다 금융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지.


지금 미국은 만성적인 경제위기로 공황전야에 처해있다더라. 그래서 국제금융기금이나 미연방은행은 통화량을 늘리고 있는거고.


그렇게 풀린 막대한 돈이 제로금리시대에 수익성이 좋은 투자 기회인 부동산 주식으로 뿌려지고 있다. 돈놓고 돈먹기라는 말처럼 그럴듯 해보이는 기업에 대규모투자해 누구나 큰돈을 벌수 있는 것처럼 투자심리를 자극해서 개미들이 모이게 유인해서 이윤을 챙긴 뒤 기업의 정보를 먼저 취득하고 조정할 수 있는 큰손들은 늘빠르게 손을 빼지.  

뒤늦게 개미들 서둘러 사고 팔고 해봐야 손익만 줄 계산기 두들겨봐야 본전 생각이 나니 대출금만 늘릴뿐이다.


아파트가 뭐냐. 집이야. 투자가치가 발생하는 상품도 아닌데 건설회사나 투기꾼 들 그 뒷배봐주는 정치모리배들이 만든 사기극으로 아파트마저 투기장이 되버린거다.


황금덩어리로 만든것도 아니잖아. 타워팰리스나 임대아파트나 똑같은 큰크리트덩어리일뿐이야. 근데 수십억이나 값이 나가는게 정상이냐. 넌 외국에 사니까 모를거다.

내아파트가 십억대 넘어간다고 좋아해본들 뭐할거냐. 내 자식들 집사기만 힘들어진다는 사실은 왜 모르냐 말이다.


아까 말했듯이 난 돈도 없을뿐더러 밤새워가며 주식시세 들여다보고 신경쓰기 싫고 여윳돈이 있다해도그렇게 살기 싫다.


내가 노조일 한거와는 무관한 일이다.  노조일 거리둔지도 오래고 말야.


얘기가 길어 미안하다. 너나 나나 환갑이야. 두다리 힘주고 다닐 시간이 얼마나 남았냐. 백세시대.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칠십대 중반만 넘으면 노인이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냐. 기껏해야 십년 십오년이다.

지금부터라도 쓰다만 인생의 노트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야지 않겠냐."




십여분 넘게 일방적인 논지로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소줏잔만 연거퍼 들어올리던 친구는


" 새끼. 여전하구나. 알았다. 암튼 건강하자.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몇달 있다 출국할거다. 가끔 보자. "


친구와 이차로 호프 한잔씩 더하고나서 방역지침에 따라 아쉬움을 접고 헤어졌다.





후기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의도적으로 외면해온

돈 주식 부동산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결론


돈이란 본능적으로 투기를 잉태하고 있어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 즉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끊임없이 전국민을 투기장으로 유인해 투자규모를 확대해 판돈을 키운다.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독일 스페인등 유럽에선 민간 주택 시장 개발에 제재를 가해 국유화를 요구하는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택은 결코 상품이 아니다.


이윤추구만을 쫒는 물신주의를 혁파하고

공존 공생으로의 의식개혁이야말로

정치가들이 해야 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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