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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Apr 03. 2022

갈림길에서

이발소와 헤어샵 2


한달에 한번꼴로 머리를 잘라야겠다 집을 나서는 일요일 오후 이발소냐 헤어샵이냐 갈림길에서

그때마다 잠시 갈등이다.


일단 헤어샵은 지천인데 이발소를 가려면 아파트 단지 두곳을 지나 노인들이 이 거주하는 임대 아파트까지 가야 한다.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두번이나 건너야 하고

신호등있는 사거리를 끝으로 건너가야 마침내 이발소가 나온다.


새마을이발소.

이름에서부터 근대의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칠십대 후반의 노인이 이발사다.

머리를 감겨주는 분은 이발사노인의 부인이다.


이발소문을 열때마다 두부부가 책상위에서 화투 놀이 고스톱판을 열심히 두둘기고 있다. 판돈은 백원짜리와 천원짜리 종이돈 몇장이 전부니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는 주인 부부의 항변이 틀린 말은 아닌듯 한데


그돈이 그돈이고 주머니돈이 쌈짓돈인데 아주 치열 하다. 피박인데도 말을 안하고 숨겼다며 돈을 주느 니 못주느니 실랑이를 벌인다.


손님 알길 흑싸리껍데기로 아시는 건지 자리에 앉으란 소리도 안하고 여전히 다툼을 벌이고 있다.  딴 이발소로 가고 싶어도 집에서 걸어 온 것만큼 또 걸어가야 하니 귀찮아 주인들의 무성의를 인정하고


" 판 끝나면 머리좀 깎아 주세요."


이발의자에 앉으며 한마디 던지고 신문을 펼치자 그제서야


" 아이고 손님 죄송합니다. 마누라가 하두 억지를 부려서 미안합니다. 어떻게 깎아 드릴까? "


" 앞머리는 가급적 손대지 마시고 뒷머리 옆머리는 바짝쳐 주십시요.

시원하게 비리깡으로도 밀어주시고요."


" 예 손님."


흰가운이 몸에 둘러지고 눈을 지그시 감으려는데 손님 지난번보다 머리숱이 좋아진거 같은데 손님 들이 그러는데 전립선치료제를 먹으면 머리카락이 난다는데 드셔보시지 그러냐 이발사노인이 슬며시 잠이 드려는 순간 눈을 뜨게 한다.


" 글쎄요. 머리가 부족하다 느낀게 쉰살쯤 부턴데 그동안 오십년을 여유있게 지내왔으면 앞으로 백년 살게 될는진 모르지만 나머지 세월 부족한데 로 자연스럽게 사는게 속 편합니다.

영감님 혹시 율부린너 아세요."


" ....... "


" 제가 좋아하는 미국영화배운데 그사람도 머리가 완전한 불모지인데도 멋지거든요. "


" 가발도 요즘 잘나오는데."


냉정하게 끊어주지 않으면 끝도 없이 이어질 이발 사노인의 대머리얘기를 단호히 잘라야겠어서


" 영감님 아까 할머니하고 피박에 광박인데 아니라 우기시던데 피박에 광박 맞습니다."


고스톱으로 화제를 돌려 시비를 가려주며 말이어감 을 끊어버리자 그제서야 이발사 노인은 오로지 머리깎는일에만 집중했다


미용실보다 이발소를 찾는 횟수가 조금 더 많았던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어릴적 아버지와 찾았던 추억의 향수를 요즘 이발 에서는 볼 수도 없고 단지 이발의자를 눞히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고 나서,


거품비누를 부드러운 솔로 찍어 턱과 귀밑에 까지 바른 후 시퍼런 면도날로 구렛나루에서부터 턱수염 콧수염을 차례로 면도할때 서걱서걱 털깎이는 소리 를 들으며 느끼는 아늑함 편안함에 빠져 잠이 드는 그맛이 기 때문이다.


비용문제는 남자들은 이발소나 헤어샵이나 컷트값 은 거의 같다. 미용문제도 파마를 하지않는 한 고려 할 점은 전혀 없다.

효율성이란 점에 관해선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기 는 하다. 예를 들어 머리숱이 많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머리숱이 적은 대머리유전인자를 보유한 사람들의 경우 이발하는 시간과 노동을 대비해볼때 같은 이발비를 지불해야한다는 사실은 효율성과 형평성 양자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 대머리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들이 일단은 절대 소수이니 억울해도 인내하는 수 밖에 없다.


이발소를 갈까

미용실을 갈까

아마 이 고민의 갈림길은 내 의지로 걸어서 다닐수 없을 때까지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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