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운용 May 23. 2022

(북한)산에는 있다.


오전 9시 등산 채비를 갖추고 집을 나섰다.

채비라고해야 왕복 네시간여 정도 걸리는 산행이라 물병 두 개와 참외 두개만 단촐하게 배낭에 넣었다.

혼자가는 산행이라면  네댓시간 걸린다 할지라도 충분한 준비를 해야하지만 어지간한 주부못지않은 음식솜씨를 가진 후배들이 자기들이 알아서 요기할 음식들을

준비해 온다해서 간단한 준비물만 챙긴 것이다.


선배랍시고 그냥 갈수는 없으니 체면치레만 하는 셈이다.


오늘 산행지는 북한산 정상 백운대.

버스를 타고 경전철 우이역으로 이동해 일행들을 만났다.


오늘 등산 코스는 일행 중 오랜만에 산행에 나서 다소 힘겨워 할 수도 있는 업저버 여성 멤버를 위해 특별히 최단코스로 잡았다며 본격적인 산행에 나서기 전 리더격인 후배가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도선사 방향으로 걸어가다 우측으로 빠져 한시간쯤 올라 하루재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긴 협곡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워낙 시원해 올라오면서 벗어제낀 바람막이 외투를 다시 입어야 할 정도다.


하루재 쉼터를 돌아 백운대 대피소로 향하니 바로 눈앞에 인수봉이 거대한 자태를 드러냈다. 인수봉아래 계곡을 끼고 700m, 북한산성 암문 옆으로 난 거대한 성벽 바위를 타고 300m,


드디어 북한산 주봉 백운대 정상석이 보인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는 높이가 약 840m로 서울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산 중 가장 높은 산이며 주봉인 백운대는 거대한 바위산이기암절벽이라 경사가 심해서 등산길이 쉽지 많은 않다. 암벽등정으로 유명한 인수봉과 만경대를 합쳐 예전엔 삼각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 바로 아래 바위마당은 백여명 이상이 집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서울 전경은 물론 멀리 경기도 일원까지 사방을 조망할 수 있을 정도로 탁트여 험난한 고비를 견뎌가며 산꼭대기까지 올라오길 잘했다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북한산은 고단한 몸을 이끌며 길을 찾았던 옛 나그네들의 이정표가 되주었던 산이다. 지금은 빌딩이나 아파트건물에 가려졌지만 어디서든 북한산 주봉인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를 보며 방향을 가늠했다.


수많은 봉우리들이 수색 구파발 송추에서 출발해 수유 우이계곡을 건너 도봉산과 이어지고 의정부 사패산까지 길게 연결된 능선은 북한산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산정상에 오르기 까지는 수많은 장애가 따르고 난관에 부딪치게 되는 고행의 길이다.


기억이 나진 않는데 누군가가 등산을 인생살이에 비유했었다는데 갈때마다  나 역시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다.


대체로 산은

등산로 입구는 평탄한 길이 잠시 나타났다가 이내 조금만 지나면 곧바로 경사가 심한 돌길이 나타난다. 아직은 갈길이 멀다며 모든 잡념을 잊고 헉헉 거리며 오르다보면 산허리쯤 도착한다. 얼마나 남았나 올려다봐도 목표지점인 정상은 아직 보이질않는다. 그래도 산아래를 내려다보며 무거워진 발걸음을 재촉하며 다시금 힘을 내본다.


어느 산이고 할 거 없이 칠부 능선쯤 오면 숨이 막혀서 가슴이 터질 거 같은 깔딱고개 가 나온다. 여기가 산행의 최대 고비다.  


체력이 달리는 사람들은 여기서 정상을 갈지 포기하고 산행을 끝낼지 심하게 갈등을 한다.


정상은 눈앞에 보이는데.


죽을 힘을 다해 올라왔으니 그 노력이 아깝고 동료들의 응원에 힘입어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이를 악물고 올라간다.


마침내 정상에 서니 숨이 막혀 죽을것만 같았던 고통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기어이 정상에 올랐다는 쾌감과 성취감이 맑고 청명한 바람에 실려 몰려온다.


산을 오를때면 후배들이나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정상을 향해 정해진 등산로를 따라 쉼없이 오르는데 난 각도가 다른 구도를 잡기위해 일행과 떨어져 중간 중간 길이 아닌 곳이나 아슬아슬한 바위위 같은 곳을 오른다.


그런 장소여야 희귀한 장면이나 풍경들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행들에 비해

산행시간도 길고 거리도 길어져 미안한 마음에 사진이나 동영상촬영을 도맡아 찍어주고 좋은 장면사진만을 따로 모아 일일이 전송을 해주곤 한다.


산행을 하다보면 사색이 깊어져 수시로 스마트폰을 열어 메모를 하게된다. 졸렬한 수준이지만 쉬어가는 자리마다 글의 소재와 줄거리가 순간순간 떠오른다. 주말마다 산을 찾는 또하나의 이유다.


다음 번 산행은 북악산을 오를까한다. 광화문 세종로 길을 담아와야겠다.

우이동 버스종점에서 바라본 삼각산
백운천 계곡은 메말랐지만 대신 소나무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부처님 오신날 암자에서 나무가지에 손바닥만한 연등을 걸어놔 합장하며 잠시 쉬어 간다.
나뭇가지에 걸린 인수봉
인수봉 사진을 홬대하면 암벽을 오르는 용감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위 맨끝 북한산 정상 백운대가 있다. 확대하면 태극기가 보인다.
백운대 바위광장에서 바라본 서울
인수봉위 뒷모습
백운대의 뒷모습
하산길에 올려다 본 삼각산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매거진 시작을 알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