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줄거야

기도

by 김운용

아빠 줄거야 - 기도




" 우혁아.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가자."


" 나~안 딸기아이스크림 좋아해요.

엄마! 가도 되요? "


소파에서 내려 뛰더니 장난감 스티커가 붙여진 슬리퍼를 신고는 팔짝 팔짝 뛰며

내 손을 잡는다.


일년에 한 두번 볼까말까해 낯설기도 하고

엄마 아빠하고만 지내다보니 그 이외의 사람들에겐 낯을 가린다.


내겐 친손자나 다름없는 녀석이기에 덜렁 안고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편의점으로 갔다.


피는 물보다 진하기도 하고 새콤달콤한 딸기아이스크림에 현혹된 일곱살짜리의 순진한 동심이지만 변신이 너무 빠르다.


조금전까지도 엄마엉덩이끝에 얼굴을 감추고 수줍어하던 녀석이 가슴에 안기고는 내목을 꼭 끌어안는다.


키는 또래와 비슷한데 몸은 가벼웠다.

아빠는 덩치가 크고 골격이 장수같은데

우혁인 엄마를 닮았나보다.


편의점앞에 도착하니 내품에서 버둥대며 몸을 빼더니 편의점문 손잡이를 잡아당기려고 애를 쓰는데 사람이 안에서 나오면서 문을 밀면 다칠수도 있어 얼른 뛰어가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열어주었다.


쏜살같이 냉장고앞으로 달려가서는 까치발을 하고 용케도 딸기그림이 그려진 아이스크림을 한개 꺼내들고 진열대를 요리조리 휘젓더니 목캔디 하나를 꺼내들고 내 표정을 살핀다.


" 이건 아빠 줄거야. 아빠 선물인데 "


담배를 즐겨 피우는 아빠가 목캔디를 가끔 사가는걸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나보다.


" 그래. 오늘 할아버지가 우리 우혁이 먹고 싶은거 다 사주마. "


또 없냐고 물으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계산대앞으로 뛰어간다. 마이구미라고 물렁물렁한 젤리과자를 하나 더 집어들어 이것도 사줄께하니 아까보다 더 활짝 웃는다.


"우리 우혁이 할아버지 닮아서 잘 생겼다. "


우혁이 손을 잡고 다시 4층 중환자실로 올라왔다. 중환자실 복도 소파앞에 서울에서 함께 내려간 누나들과 그리고 우혁이 애미가 담당의사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머리에 출혈이 심해 일단은 급한데로 수술을 했고 현재까지 경과는 좋다.

그러나 뇌 전체에 피가 많이 남아 있어 내일까지 일단 지켜보고 추가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아직 어떤 예단도 하기 힘들다는 말을 건네는 담당의사의 표정이 그리 밝지않다.


아직 의식이 없으니 일주일 정도 지켜보며 관찰해야한다는 말을 남기고 구렛나루가 긴 담당의사는 중환자실로 돌아갔다.


오늘 아침

일요일이라 아직 잠자리에서 뒹글며 게으른 잠을 더 청해볼 심산으로 누워있는데 스마트폰벨이 울렸다.


작은 누나였다.

누난데 재현이가 어제 밤 교통사고를 당해 대구 ○○병원 중환자실에 있데


이른 아침에 걸려온 전화라 예감이 좋지 않았는데 역시 사고 소식이었다.


누나들을 태우고 아침 8시 고속도로를 달렸다. 마음같아선 규정속도를

무시해 달리고 싶었지만 누나들이 동승한 터라 규정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다.


착하디 착한 둘째형이 세상을 뜨고 삼촌인 날 아버지처럼 따르던 녀석이 어쩌다 큰 사고를 당했나 걱정이 앞서 뒷좌석에서 누나들이 이곳 저곳으로 전화하는 근심섞인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세시간여를 달려 ○○병원에 도착 중환자실로 올라가니 작고 여린 조카며느리

와 우혁이가 넓은 병실 복도에 덩그마니 서있었다.


" 먼길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우혁아빠 많이 다쳤어요."


아직 한국말이 서툰 조카며느리는 중국 상하이가 고향이며 미용사였는데 상하이에 주재원으로 나가있던 조카가 단골손님으로

자주 들러 친해져 7년전 결혼을 했고 이듬해 한국으로 남편과 들어와 본사공장이 있는 대구에 정착해 살고 있다.


'작은아버지랑 숙모 두분이 돌아가신뒤에 민주는 제가 잘 챙길께요.

제 동생이잖아요. 염려마세요.'


서글서글하고 언제나 싱긋이 웃는 멋진 녀석, 공부를 잘못해 형처럼 박사는 못됬지만 열심히 살겠다며 투잡도 마다않더니 불의의 사고로 지금 중환자실 에 누워 의식이 돌아오지않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될 지 모를 긴 시간을 기다리며 애태울 작고 여린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아들이 남아있는데 힘을 내다오.'


" 아빠 저깄어요"

천지 모르고 복도를 뛰어다니던 우혁이가

달려와 중환자실문을 가리킨다.


' 그래. 할아버지랑 기도하자. 아빠 빨리 돌아오라고'


이노옴.

아이스크림의 효력이 떨어져 후닥닥 달아나려는 우혁이를 살며시 끌어안으며 녀석의 귀에다 대고 들릴락말락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제목 Father and Son

가수 Rod stew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