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편의점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by
김운용
Aug 3. 2022
아래로
사무실 근처에 편의점이 하나 있다.
내가 아침 저녁으로 들러 담배를 사는 곳이다.
편의점치고는 꽤나 넓은 편이고 직원도 주인 부부를 포함해서 넷이나 된다.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한다고 했듯이
로터리를 끼고 있고 주변에 사무실이며 식당등도 여럿 있어 편의점이 필요한 환경을 두루 갖춘 편이고 횡단보도가 바로 앞에 있어 사람들의 왕래도 잦은 터라 손님이 제법 많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딸랑딸랑 작은 종이 울린다. 손님이 왔다는 신호다.
내실에 있어선가 종소리를 듣고도 담배 팝니까 큰소리로 불러야 그제서야 손님을 맞으러 나오는 키가 적당하게 작은 주인부부는 늘 인상좋은 얼굴로 웃으며 반긴다.
" 담배 팔지요 "
여자 주인에 비해 남자주인은 나와같이 귀가 어두워 담배이름을 몇번이고 불러주어야 한다.
파. 인. 컷. 스. 위. 치.
한 글자씩 또박 또박 침을 튀겨가며 목청을 높여야 하는데 남자주인은 계산대를 등지고 한참이나 담배진열대를 이리저리 헤매고도 비슷한 이름의 다른 담배를 꺼내 바코드를 찍
는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거 아니고
파. 인. 컷. 스. 위. 치.
나는 다시 키작은 주인의 얼굴을 향해 수많은 타액을 뿌리며 목터지게 외쳤다.
맞아. 이거 아니지. 그럼 뭐더라?
주인남자보다 키도 크고 계산대 밖에서 보니 시야도 넓어 난 파인컷 스위치가 있는 자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 그쪽을 가리키며
" 창가쪽 진열대 맨 윗줄에서 가운데, 그거
아니 그옆에 "
비로소 담배의 소재를 파악한 주인남자는
발판을 딛고 올라서서 내가 찾는 담배를 꺼내 바코드를 찍었다.
담배이름도 길지, 발음도 복잡하지, 귀도 어둡지, 거기다 동굴안에서 울리는 듯한 굵은 내 목소리까지 이런 악조건하에서 주인남자에게 빠르고 정확한 영업센스를 기대하기
란 애당초 무리였다.
담배 한 갑 사기 참 힘듭니다.
담배 한 갑 팔기 참 힘듭니다.
키는 나보다 훨씬 작은 주인남자가 웃음소리만은 키가 큰 나보다 몇배는 더 크게 웃는다.
담배를 살때면 가급적 이곳 편의점을 이용한다. 복직하고 성북지사에 근무하면서부터니까 벌써 오년 째다. 매일 아침 출근할때 혹은 퇴근할때 편의점을 들러 담배사느라 옥신각신 침을 튀기며 열을 내다보니 주인 내외와 엄청 친해졌다.
나는 결코 인정하지않으나
내 주위의 극히
일부가 내얼굴을 보고 그리 호감가는 인상이 아니라
우기는 통에 언제나 조심스럽게 실없는 농담을 펀의점에 들를때마다 걸르지 않고 던진다.
주인 내외는 나보다 예닐곱살은 연상인 듯 보이는데 물어보지않아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우리들의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한가지다.
담배!
내가 그곳 편의점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해야 오분을 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 그들과 난 오래된 이웃처럼
인연을 쌓고 있다.
특별하진 않을지라도.
keyword
편의점
담배
인연
47
댓글
9
댓글
9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운용
직업
소설가
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구독자
232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새악씨의 뗏목아리랑
豪雨注意報 1 - 슬픈 弔歌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