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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Aug 18. 2022

보리밥


보리~밥!


보리밥은 잡는게 아냐. 할아버지!

쌀밥을 잡는거야. 알겠지.


조그만 손을 야무지게 움켜쥐고는

재빨리 넣었다 뺏다 반복하며

연신 보리밥 쌀밥을 외쳐대는데

표정이 사못 진지하다.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데

진짜 밥은 한 숟가락도 먹을 생각 않고

기백있게 보리밥 쌀밥만 불러댄다.


엄마가 억지로 떠넣어 보려해도

눈길 한번 주지않고

할아버지 진짜 못한다며

쪼그만 주먹에 더욱 힘을 준다.


이번엔 할아버지가 해봐

작은 두손을 모아 벌린다.

어린손이라 작은데도

쬐금만 벌리고 있어

보리밥이든 쌀밥이든

들어갈 틈이 없어


안되겠다.

밥많이 먹고

할아버지만큼 손이 커지면

그때 쌀밥 보리밥 많이 해야지


엄마가 떠넣어주려는 숟가락을 빼앗아

진짜 보리밥을 한가득 입에 물고


할아버지 밥빨리 먹고 또해요


땡그란 눈에서 또릿또릿 빛이 나는게

재미가 있었나보다.

아빠가 병원에 있어

놀아줄 사람이 없는 까닭에 무척이나 심심했었겠구나


아빠 안아팠을땐 아빠랑 같이 놀았는데

이젠 못놀아

아빠가 많이 아파


땡그란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빛이 난다


또래보다 덩치는 작아도

대륙인의 포스가 보여

엄마의 서툰 운전대를 바로 잡아주는

의젓한 네비게이숀


한국말이 아직은 부자연스러운 엄마 대신 또박또박 풀어주는 자상한 통역사


이 담에 커서 배우해도 되겠다

잘생겼다 했더니


싫어 포캣몬 될거야


그래 보리밥 많이 먹고

보리밥 쌀밥 놀이나 하자

할아버지가 많이 놀아줄께


숟가락 가득히 보리밥을 퍼

오물 오물 잘도 먹는다.


서울로 떠나기 전

아빠가 누워있는 병원앞에서

녀석하고 난

쌀밥 보리밥을 주고 받으며

별인사를 했다.





독재정권하에서의 획일적 질서와 통제로부터 벗어나고자했던 8,90년대. 정화된 틀을 깨고 전통음악 국악의 대중화를 선도했던 슬기둥이란 놀이패밴드(?)가 있었습니다. 노랫말도 동화와 이야기같이  재밌고 풍자도 있는데다가 금 아쟁  피리 신디사이저가 뒤섞여 흥겹고 신이 나는 연주로 국악 대중적인 인기로 이끌었죠.


요즘 국악과 대중음악을 혼합하는 크로스오버 오디션프로그램도 많은데

삼사십년전 이미 선구적 실험을 슬기둥이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산도깨비」


달빛 어스름 한밤중에 깊은 산속 걸어가다

머리에 뿔달린 도깨비가

방망이가 들고서 에루화 둥둥

.......중략

걸음아 날살려라.꽁지빠지게 도망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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