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뒤죽박죽 어설픈 솜씨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노라면 굵은 땀방울이 비오듯 뚝뚝 떨어지겠지만 햄 김 달걀 등 지수에게 정상발육에 필요한 영양공급을 꼭 해줘야 함.
셋째, 옷은 단정하게 매일 갈아 입히고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줄 것.
거울을 앞에 놓고 몇차례 연습을 토대로 브러쉬빗을 이용해 머리카락을 가지런하게 빗기고 딴딴하게 양갈래로 나누어 묶어줄 것
아내가 신신당부하며 쪽지에 적어준 내용대로 비몽사몽 반쯤 눈이 감긴 아이를 덜렁 들어 화장실에 데려가 씻기고 내일 입을 옷이라며 아내가 골라놓은 옷을 입힌 뒤 지수를 식탁에 앉혀 밥을 먹입니다. 조그만 입크기에 맞게 자른 햄조각을 밥이랑 구운 김에 싸서 고개를 가로젖는 아이를 얼르고 달래 억지로 떠먹이고는 기저귀와 여벌 옷가지를 가방에 담아 챙겨 넣으면 어린이집 등원 준비가 끝이 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틈만 나면 지수가 사라지는 통에 소동이 벌어집니다.
밥을 차려놓고
" 지수야! 밥먹자. "
바람같이 사라지고나면 아무리 불러도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안방에 가서 데려와야만 합니다. 어린이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쪼르르 뛰어가 방 한 가운데 서서 뚫어지게 텔레비젼만 쳐다보거든요.
" 밥안먹고 뭐해애 ? "
" 지수도 어린이프로를 좋아하는구나 "
기특하고 대견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린이방송엔 별 관심없고 특정 광고방송의 특정한 장면이나 사운드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집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