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가게 국사모 2

키 큰것 빼면 볼거 있나.

by 김운용

국사모.

규모가 조금 더 큰 시장 안쪽에 있는 자주 들르는 단골 반찬가게다. 반찬가게지만 간판 품목은 김치 종류다.


얼가리겉절이 배추겉절이 배추김치 깍뚜기 알타리 오이소박이 갓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김치류는 거의 다있다.


반찬도 깻잎장아찌. 마늘장아찌, 멸치고추 볶음 등 야채를 주재료로 한 반찬만 만들어 판다.




김치는 오전 7시에 한번, 오후 3시에 한번, 하루 두번 만든다. 시간 맞춰서 가지 않으면 다 팔려서 살수가 없다.


판매는 남편분이 하시고 아내되는 분이 일 도와 주시는 분하고 둘이서 가게안 작업장 에서 직접 김치와 반찬들을 만든다.


남편되시는 분 나이는 70대 초반쯤 되셨고 국사모 맛있는 손맛의 주인공 부인되시는 분은 그 유명한 58년 개띠다.


국사모 주인아저씨는 깐깐한 인상때문에 처음엔 호감이 안간다. 그래도


주인아주머니 왈

'저 양반 키가 커서 좋아했지. 키빼고 볼게 뭐있어'


아저씨의 체면을 살려주는 아주머니의 센스 좋다.


곁눈질로 남편 표정을 흘낏 살피더니 내게 웃으며 농을 던진다. 내가 봐도 아주머니가 밑진다에 기꺼이 한표 던진다.


국사모 안주인인 아주머니는 키는 큰편이 아니지만 남편분과는 달리 동그란 얼굴에 편하고 맘씨 좋은 인상이다.


얼핏보면 예전 도금봉이란 배우와 닮았다.


어쩌다 영화배우 도금봉 닮았다며 치켜세울라치면 쑥쓰러우신지 작업장이 있는 내실로 쑥 들어가버린 다.


* 도금봉 : 5,60년대 활동한 배우.




장사를 해야 하기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 에는 여유가 없어 오래 머물며 얘기 나눌 없어도 틈새에 곧잘 수다를 떨곤한다.


어째든 자주 이용하는 단골가게에는 물건을 사든 안사든 일단은 꼭 들러 쓸데없는 농담이라도 주고 받으며 지나친다.


앞서도 말했지만 코로나사태까지 겹쳐 재래 시장은 이래저래 피해가 막심하다. 시장 분위기도 삭막해 져 가고 있다.


그래도 내가 다니는 단골 가게주인들은 변함 없는 후한 인심을 가격보다 더 많은 양에 담아서 장바구니에다 얹어 주신다.


특히 국사모 주인 내외분은 저울에 단 정량 보다 늘 삼분의 일 가량 더 담아 주신다. 나한테만 이러진 않을텐데 장사도 안된다 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예전에는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물건값이 더 쌌으니까 이해가 되지만, 최근 들어 대형마트들이 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품목이 늘어나면서 싼맛에 시장간다는 말도 이젠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으 니 친분을 떠나 염려가 된다.


일반적으로 재래시장은 농민, 산지 유통업자, 경매 와 도매상, 중간도매상 등 대략 다섯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사실상 시세를 결정 하는 농수산물시장 도매상들하고 직접 거래할 수 있어서 싱싱하고 좋은 물건을 도매가로 싸게 공급받으니 대형마트와 도 차별화된 경쟁을 할수 있었다.


근데 최근 대형마트도 산지에 있는 생산자와 직접 공급계약을 맺고 가격경쟁에 열을 내고 있다. 약육강식 몰염치한 불공정 상행위지만 버튼하나로 집에 앉아서 배달받는 편리함 하나만으로도 재래 시장은 대형마트의 상대가 되질 못한다.


재래시장도 살아남으려면 산지 농민들과 입도선매 방식의 직거래를 해야 하는데 사전 구매를 할 만큼 자본을 동원할 수 없는 영세 상인들 입장에선 그림 의 떡일뿐이다.


*입도선매: 씨도 뿌리지않은 밭에 재배할 곡식을 미리 구매계약을 맻는 일.


중간 유통비용을 줄여야 살아남을 수있다는 간단한 이치를 시장에서 잔뼈가 굵도록 살아온 사람들이 모를리 없지만 능력이 안되니 하루 하루 악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시장에 가면 물건값을 다 치르고 나서 한개 더 장바구니에 집어 넣어도 안돼 말로만 제지하고 에누리없는 장사어딨냐며 시비가 붙어도 웃고 마는 인심은 남아있다.


두부집, 총각생선가게,과일 가게, 떡집, 야채가게, 정육점, 칼국수집,


주로 찿는 단골가게들 목록이다.


그중 국사모 반찬가게는 더욱 특별한 단골가게다.

사장님 내외분의 따뜻하고 후한 마음씨는 돈주고 사면서도 살 때마다 미안하게 만든다.


한번은 손님이 많아 주문을 잘못 알아 듣고 다른 물건을 준 적 있었다. 다른 몇 군데 가게를 거쳐 끝으로 부식가게에서 두부와 콩나물을 사고 있는데 다리도 불편한 국사모 주인 아주머니가 땀을 뻘뻘 흘리며 쫒아왔다.


한참 찾았다면서 자기가 주문을 잘못 알아 듣고 다른 반찬을 포장해줘서 바꿔 주겠다는 것이다.


그거나 이거나 다 먹는건데 관계없다는데도 굳이 바꿔가라 고집하시더니 잠깐 기다리라며 건너편 와플가게에서 찐옥수수와 와플을 사서 딸내미 갖다 주라며 내 손에 쥐어 준다.




이런 부모 뽄을 보고 자란 자식이 어디가겠냐는 말처럼 딸과 사위도 두분 내외를 닮아서 착하다. 두사람 다 직장에 다니는데 명절때면 가게에 나와 직접 토시와 장갑을 끼고 열심히들 물건을 팔고 담아주기도 한다.


사위가 딴에는 나름 잘한답시고 정량대로 담아서 주려하니 주인아저씨가 비닐봉지를 자기앞으로 끌어 당기더니 집게로 푸짐하게 담는다. 이분들은 우리가게 단골손님이니 더 드려도 된다며 비닐봉투 를 묶으라고 사위에게 다시 건네며 한마디 하신다.


" 이렇게 주시면 뭐가 남습니까. 장산데."


정량에다 추가로 담아주신 덤을 마다않고 챙기면서 내실을 쳐다보고 잘 먹겠습니다 큰소리로 답례 인사까지 건넸더니 영화배우 도금봉닮은 여자 사장 님이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며 웃으신다.


배낭을 짊어지고 시장입구 큰길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돌아서 약국에 들어가 붙이는 파스 몇개와 비타민 드링크를 사 들고 국사모로 다시 갔다.


반찬 진열대위에 슬그머니 올려놓고 돌아서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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