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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구둣방 사장님- 1.내 이름은 이호수
by
김운용
Aug 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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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 공덕동 로터리에서 서강대학교 방향으로 가는 도로변 양옆은 도심인데도 재개발이 곧
진행 될 거라는 기대심으로 인해 이주가 많고 빈 집도 늘어나 동네가 을씨년스럽다.
그 길로 가다 보면 굴다리를 지나 재래시장으로 올라가는 길목 입구에
군데군데 회벽이 벗겨진 낡은 단층 건물이 하나 있다.
구두수선 전문, 도장 잘 파는 집이라고 빨간색 페인
트로 광고인지 가게 이름인지 구분이 안 가지만 출입문 유리 칸마다 가득히 쓰여있다.
옆쪽으론 운동화값보다 싼 타이어를 할인 판매한다
는 타이어 전문점이 내건 집채보다 더 큰 광고판 때문에 가뜩이나 낡은 구둣방 건물이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나무로 만든 구두수선방 문을 열면 서너 평 남짓 가게 안에는 주인은 다 있는 건지 진열 대위에 구두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그 밑에는 구두수선 틀과 도장 파는 기구가 작업 대위에 나란히 올려져 있다.
도장 파러 오거나 구두수선이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손님들 앉으라고 문 입구에 나무의자도 놓아놨다. 주로 이웃에 있는 다른 가게 주인들이 잠시 놀러 와 앉았다 가는 사랑방인데 실상은 말이 점 포지 노점이나 다름없다.
가게를 들어서면 아주 오래된 라디오를 늘 틀어
놓는데 채널은 한 방송만 고정해놓고 좀처럼 돌리
질 않는다. 고무밴드로 묶어서 작업 대위 선반에 올라놓았는데 요즘 이런 라디오 구경하기 어렵다며 애지중지하는 물건이다.
이호수 형님.
그는 머리가 시원하게 벗어졌고 오랜 노동으로 오그라든 허리는 구부정해져서 별로 크지도 않은 체격이 더 작아 보인다. 그렇지만 구두수선도 도장
파는 기술도 아주 좋다. 솜씨 좋은 구둣방 사장 이호 수형님을 이제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나이는 1948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올해 일흔셋이고 아직(?) 미혼이란다.
고향은 전라남도 어디라고 했는데 확실하게 얘기하지는 않아 자세히는 모른다.
이름은 이호수. 특이하고 예술가 같은 이름이다. 얼굴도 눈이 크고 눈썹도 진한 게 미남형으로 잘생겼다.
원래 직업은 대한민국 육군항공대 소속 헬기 조종사였는데 비행사고가 생겨 대위로 예편했는데 그때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걸을 때 목발을 짚어
야 하는데 요즘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한다.
그 사고로 10년도 안 되는 짧은 장교생활을
마감하고
누나가 사는 서울로 올라왔다.
군 작전 수행 중 당한 사고로 인정되어 보상금을 받았는데 누나네가 식당을 차린다고
해서 빌려
줬다가 누나네 식당에 화재가 발생해서 식당 문을 닫는 바람에 보상금을 한 푼도 못 건지고
날려
버렸다.
화재로 매형은 죽고 누나도 중화상을 입고 크게 다쳐 보상금 얘긴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나한테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딸이 있는데 몸이 불편한 동생이 돌봐줘야 할 처지가 돼버렸다.
우선 급한 데로 호구지책이 필요해 시작한 일이 바로 지금까지 하고 있는 구두수선과 도장 파는 일이었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도 있었다.
항공대 제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헬기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왕년에 그 시절을 털어놓기도 한다.
군 장교 시절에 사고가 나기 얼마 전까지는 부대 내 장교숙소에서 거주하다가 대위로 진급하면서 뜻한 바 목적이 있어 부대 근처 자주 가는 식당 안채에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었다.
부대 내 장교숙소에서 생활하면 방세 등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도 부대밖에 방을 구한 이유는 식당 건너편에 있는 털실 가게 아가씨한테 첫눈에 반해 자연스럽게 작업을 걸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고 한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세 살 위 누나와 큰집에서 얹혀살다가 학교 졸업 후 누나는 공장 다니면서 사귄
같은 공장 직원인 매형과 결혼했고 자신은 공고 기계과를 나와 항공학교에 입학해 항공대 장교가 되었다.
부모도 없고 형제도 단둘뿐이다 보니 대위로 진급하자마자 결혼을 빨리 해야겠다 맘먹고 계획하던 중 첫사랑의 여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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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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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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