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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립스틱 - 명동칼국수
by
김운용
Aug 6. 2021
공덕동 명동칼국수
명동칼국수 하면 체인점으로 유명한데 이곳은 거기완 무관한 곳이다.
사장님 말에 따르면
개업하기 전에 먼저 칼국수며 김치 등 요리하는 법을 명동에서 식당 하셨다던 할머니 밑에서 배웠는데 그때가 문득 생각나서 명동칼국수라고 식당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마포 식당가 거리 입구에 염리초등학교가 있다. 명동칼국수는 그 건너편 골목 입구 첫 번째 빌딩 지하 1층에 있는 10평 정도나 될까 말까 한 작은 식당이다.
주메뉴는 사골칼국수. 만둣국, 비빔밥, 계절상품으로 콩국수, 열무국수 등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있다. 맛이 좋아서 맛집이기도 하지만 양과 질적인 면으로도 맛집이다.
사골국물이 칼국수인데도 아주 진하고 걸쭉하다. 콩국수 역시 콩을 갈아서 물 섞지 않고 그냥 담아준 것 마냥 걸쭉하고 고소하다.
비빔밥도 소고기를 가늘게 찢어 꽤 많이 밥 위에 올려주는데 고깃
내가 전혀 안 나고 꼭 육회 같은 맛이다.
배추 겉절이 열무김치 반찬이 딱 두 가진데
여기다 공깃밥 하나만 시켜 먹어도 잘 먹었단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맛도 좋고 솜씨도 좋다.
사장님이 직접 주방에서 조리하는데 평소에 좋아해선가 거의 매번 볼 때마다 분홍색 옷을 입고 일한다.
가뜩이나 발그레 익은 얼굴이 분홍색 옷에 더 물들어 빨갛다.
지하라 주방엔 외부로 통하는 창문이 없어 열기가 온전히 빠지지 않아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후끈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다. 그 뜨거운 주방 안에서 하루 종일 칼국수 만둣국을 수십 그릇 끓여 댄다.
주변에 샐러리맨들이 많아 장사가 잘되니 돈은 많이 벌겠지만 너무 고생이 심해 나와 아무런 관계도 아닌데도 왠지 염려가 됐다.
원래 홍조 띤 얼굴이 아닌 이상 저렇게 빨간 건 오랜 시간 열기를 가까이해 천천히 피부가 익어버려 생긴 노동의 상처인 것이다.
그게 애처로워서 알바 아가씨가 없는 날 명동칼국수에 가면 반찬이며 홀 서빙을 우리가 스스로 했다.
심지어 밥도 직접 퍼다 먹었다.
거의 점심은 특별한 일없으면 내가 우겨서 이곳 명동칼국수로 일행 전원을 데리고 왔다.
우리 팀은 대개 8~10명쯤이 늘 같이 움직였다.
난 여름이면 명동칼국수에 갈 때마다 무조건 콩국수만 주문했다.
얼음이 들어가 면발을 차갑게 해 주고 콩물이 고소해 뜨거운 여름 백이면 백 콩국수였다.
순하디 순하게 생긴 얼굴로 들어설 때부터 손님들을 쳐다보며 웃어주는 그 얼굴을 보면 난 군말 없이 콩국수를 시켜야 했다.
많이 달라고 말을 안 했는데도 내 그릇엔 곱빼기 시킨 것보다 늘 더 많은 양의 콩국수를 담아 보냈다.
곱빼기보다 더 많이 담아준 콩국수 대접이 행여 딴사람 앞에 잘못 놓일까 봐
" 많이 담은 건 목소리 좋은 아저씨 꺼야"
볼륨을 높여도 별로 크지 않은 목소리로
홀 서빙하는 알바 아가씨한테 코칭까지 했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전부터 날 친오빠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나 역시 그녀를 진짜 여동생같이 대해줬다. 서로 존칭을 썼지만.
물론 친오빠 같아서 곱빼기로 챙겨주는 거라 말한 적은 없지만 날 대하는 표정으로나 말투에서 오래전부터 읽었다.
너무 힘들지 않냐 물었더니
남편이 직장을 다니느라 시간이 없는데도 이른 새벽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다 식당에 옮겨주고 출근했다가 식당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식당에 와 마무리해주고 같이 차로 귀가한다는 얘길 했었다.
비단 그녀에게 남편이 있어서만 아니라 그녀와 난 남녀 간 사적인 감정
의 교차 없이 순전히 오누이처럼 생각했었다
밥 먹으러 왔을 때 비워만 있으면 늘 앉는 지정석이 있다. 주방 바로 옆에 장판을 깐 마룻방이다.
우리 일하는 얘기를 수년간이나 주방에서 일하면서 들었으니 외우지 않아도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개인적 성향까지도 훤하게 꿰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사정을 잘 알다 보니 대표인 내가 제일 많이 고생하고 염려스럽고 측은해 보였을 거다.
편애하시는 거 아니냐는 우리 일행들의 집단 항의에 왠지 자기 친정 오빠 같아서 먹는 거라도 많이 먹으라고 일부러 더 담아 드린 거라 정색을 하며 해명했었다.
" 늘 오시면 난 곱빼기 줘요 하시잖아요. 곱빼기 안 시켜도 많이 드려야지 했는데, 앞으론 곱빼기 시키지 마세요. "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편애했던 게 다른 사람들 눈에 티가 나 오해받는 게 부담스러웠었는지 계산하러 카운터에 갔을 때 자신의 억울함을 한번 더 해명했다.
흔히 사람들이 긴장할 때 나오는 목소리, 그녀는 떨리고 가늘면서도 낮고 차분한 음색이 특색 있다.
연민을 느끼게까지 하는 맘씨 좋은 명동칼국수 사장님의 사람 마음을 이끄는 상술(?)에 안 먹어도 배가 불렀고 배고플 때 다시 찾게 된다.
한 번은 단체행사가 늦게 끝나 저녁식사 겸 한잔 걸치고 나니 기왕에 입에 댄 술 적당히 취기도 올라 한잔만 더 할 생각에 단골 포장마차 2호점 할머니 집으로 걸어가다가 영업을 끝내고 집으로 가려던 명동칼국수 그녀와 마주쳤다.
어! 디 갑니까.
한잔 하셨나 봐요
예. 했지요. 같이 한잔합시다.
저어 술 못해요.
딴사람이 만든 것도 한번 먹어봐요. 내 단골 할머니 집 고갈비 맛 좋은데 들어갑시다.
소주 맥주 각 1병에 고갈비(고등어구이)한 마리 주문했는데 애피타이저로 홍합 국물이 먼저 나왔다.
고갈비가 나오기 전에 석 잔을 비웠다.
소주 못 마신다던 명동칼국수 그녀도 석 잔째 받아놓고 있었다.
오늘은 남편이 지방에 가서 혼자 퇴근하는 길이란다.
" 취하셨는데 조금만 마시고
일찍 가셔야죠 집도 머시잖아요. "
" 아. 그렇네. 갑시다. 이것만 마시고."
연신내!
가든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아 주고 난 나대로 그
녀는 그녀대로 각자 방향이 다른 길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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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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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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