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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Mar 24. 2023

1. 퇴사를 결심하고 스페인행 티켓을 끊었다..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2부. 바르셀로나 직장인 이야기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2부 - 바르셀로나 직장인 이야기

 2-1. 스페인에 돌아가기 위해 내가 한 모든 일들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휴학 신청이었다. 스페인이 인생의 계획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내게는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스페인에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어학 공부, 인턴쉽, 해외 봉사활동 등 대학 생활을 병행하면서는 하기 힘든 경험들을 하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사실 그 1년은 지난 3년의 대학 생활보다 더 치열하고 밀도 높았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번아웃까지 겪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스페인어 수업, 총 세 번의 외국계 및 국내 기업 인턴쉽, 글로벌 대외활동, 네트워킹, 그리고 오랫동안 꿈꾸던 멕시코 해외봉사까지. 나는 지칠 줄도 모르고 쉼 없이 달렸다. 이렇게 매일을 열심히 살다 보면 스페인에 돌아갈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는 매 순간이 꿈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느껴졌고 덕분에 늘 다음 날이 기대되는 나날들이었다.




그렇게 알찬 휴학 생활을 마치고 나는 복학을 했다. 오랜만에 동기들과 거닐 캠퍼스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부풀었던 내게 청천벽력 같던 소식은 바로 코로나19의 확산. 그래서 애석하게도 마지막 대학 1년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해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스페인어 자격증 공부와 해외 취업 준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다는 좋은 점도 있었다. 그러나 매번 코로나 확진자 수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출렁거렸다. 계획대로라면 졸업 직후에 스페인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는 장기화되었고 나는 플랜 B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바로 먼저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스페인으로 이직을 하는 것.




하지만 최선을 다 해 대학생활을 했다고 자부했던 내게도 취업의 문턱은 높았다. 이력서를 고치고, 면접을 수차례 반복하며 지쳐가던 어느 날. 나는 드디어 국내 취업에 성공했다. 입사와 동시에 서울에서 첫 자취를 시작했는데, 늘 기숙사 생활 혹은 쉐어하우스에서만 살아보던 내게는 오랜 로망의 실현이었다.




졸업식도 전에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서울 한복판에 신축 오피스텔까지 얻었지만 나는 가슴 한편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을 지울 수 없었다. 때로는 사무치게 외로운 혼자만의 경주 속에 놓인 기분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멍하니 창 밖의 야경을 바라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잃을 게 많아질수록 용기를 내기가 더 어려워진다는데, 나는 당장이라도 스페인에 돌아갈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날 수 있어.'


그때 나는 한번 더 깨달았다.


2019년 2월 공항에서의 내 다짐, 그 꿈은 여전히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고. 그때의 감정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아직도 상상만 하면 심장이 쿵쾅대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포기할 게 많아지면 다시 용기 내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내 가슴이 부르는 그 길을 택할 자신이 있었다.




그날부로 나는 또 한 번 스페인에 돌아가기 위한 삶을 살았다. 평일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헬스장에 다녀온 뒤 출근을 했다. 업무를 마치고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 링크드인으로 취업 공고를 확인하고 cv를 다듬고 제출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국내 외국계 기업에도 지원해 보거나 면접 제안이 오면 무조건 참여했다. 최대한 영어 면접에 익숙해지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6개월을 반복하니 점점 내 몸과 마음은 좀 쉬라고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휴학 시절에 이어 인생 두 번째 번아웃과 경미한 우울증까지 나를 찾아왔다. 출근을 해야 하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주변에서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내게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상황이었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 이 사실을 엄마에게 조심스레 알렸고, 엄마는 고향에서 한걸음에 나를 보러 서울로 와주셨다.




그날 나는 엄마에게 내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았다. 지금의 나는 가까스로 버티는 기분이 든다고. 스페인에서 돌아오고 나서 처음 1년은 곧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컸기에 바쁜 와중에도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 기다림이 3년째에 접어드니 점차 지쳐가는 것 같다고 말이다. 스페인에서 귀국한 이래로 나는 늘 마음이 붕 떠있는 것 같았다. 항상 불안정했다. 마음은 여전히 스페인에 멈춰있는데, 몸만 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마음은 스페인에 가야만 해결이 될 것 같다고 나는 이야기했다. 그러자 항상 농담 식으로 스페인 가지 말고 한국에서 같이 있자고 하시던 엄마는 내게 처음으로 "너 정말 스페인 가야겠다. 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안 되겠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큰 용기가 되었을까. 나는 결국 퇴사와 동시에 스페인행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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