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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Jul 10. 2022

8. 스페인 대학교 vs 한국 대학교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1부. 말라가 교환학생 이야기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1부 - 말라가 교환학생 이야기

 1-8. 스페인 대학교 vs 한국 대학교


*BGM:: La cintura - Alvaro Soler*




 교환학생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 사실 가장 크게 기대했던 것은 '학교 생활'이었다. 영어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던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나는 '미국 유학'을 꿈꿨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는 EBS의 유학생 다큐멘터리 한 편을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해서 봐서 아직도 대사들, 등장인물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이다. 유학 관련 책도 사모으고, 우습지만 컴퓨터 바탕화면은 하버드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나는 영어권 나라로 유학을 가보지 못한 채 국내의 대학에 입학했다. 내가 유학을 원했던 주요 이유들은 영어에 파묻히고 싶었고, 주입식 암기 학습이 아닌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토론의 장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라가에 도착 전, 어떤 수업을 들을지 수강신청을 하는 순간부터 너무 설렜다. 외국어로 수업을 듣고,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팀플을 하고, 그들 앞에서 멋들어지게 발표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말라가 대학교 캠퍼스




 내가 결국 채택한 과목은 Tourism English(관광 영어), Human Resources(인적 자원론), English Literature(영문학)이었다. 학교, 전공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교환학생으로서 채워야 하는 최소 학점이 높지 않았기에 세 과목만 선택했다. 또한 당시에는 미흡했던 스페인어 실력 때문에 스페인까지 가서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두 개나 들었지만, 나는 꿈꾸던 영어 수업까지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기대되었다.




발표하는 프랑스 친구 알렉스




 직접 경험한 스페인의 교육 방식과 대학 문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만족스러웠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을 꼽자면 네 가지 정도가 있다.


-자유로운 출석 체크, 그러나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시험 방식

한국에서는 출석률이 성적에 있어서 결정적이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교수님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자유로웠다. '인적 자원론'의 교수님은 강의 첫날, 우리에게 2가지 옵션이 있다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택하라고 하셨다. 하나는 출석 반영: 0%, 과제 및 시험 성적: 100%. 즉 수업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오로지 과제와 시험 성적으로 학점이 산출되는 것. 다른 하나는 출석 반영: 40%, 과제 및 시험 성적: 60% 였다. 굉장한 모험이었다. 나 같은 교환학생들은 다들 첫 번째 선택지에 솔깃했다. 전날 실컷 파티를 하고 수업을 째거나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녀오기에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수업에 빠지면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을 리 만무하다. 한나와 나는 깊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1번을 택했고 결과는 창피하지만... non-pass 였다.


-좀 더 상호적인 수업 방식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의 대학 시절에는 보통 교수님이 설명을 끊임없이 하시고 종종 질문이나 답변을 하는 소수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조차 대부분 늘 하던 학생들만 참여했다. 스페인의 경우, 학생이 교수가 설명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한 학생이 질문을 하면 다른 학생이 본인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는 등 활발한 토론 방식의 수업이었다. 아무래도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한국보다 수평적이기도 하고, 타인의 눈치를 덜 보는 문화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끊임없는 공휴일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열정'과 '축제'의 나라. 이는 사실이었다. 특히나 좋게 말하면 사람들이 좀 더 여유롭고, 사실 게으르기까지도 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는 국가 공휴일에 더해 해당 지역 휴일까지 정말 무수한 빨간 날이 존재한다. 나중에는 '그냥 쉬고 싶어서 아무 의미나 부여해서 만든 날 아니야?'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과장해서 2주에 한 번은 쉬는 날이었다.


-쉬는 시간에 생맥주를 마시는 교수님?

정말 놀랐던   하나. 학교 캠퍼스  학생식당에 생맥주 기계가 있었다.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교수님들도 수업 중간에 맥주를  잔씩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없는 진풍경이 아닐까. 적어도 한국 학생들은  보이는 곳에서 술을 마시고 오거나, 교수님들이 수업 전에 술을 마시는 것을 본다면 교수 자격 미달로 건의할 테지.  이국적인 장면에 놀란 나는 스페인 친구에게 이래도 되냐고 물었고, 더욱 놀라웠던 그의 답변은 "맥주  잔인데 .  정도는 술도 아니지."




Tourism English 발표 자료




 이토록 흥미진진한 스페인 대학 생활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관광 영어' 수업에서 개인 과제로 한국의 미식 관광을 학생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한 일이다. 내가 서울에서 좋아하는 곳들 중 하나인 광장시장을 소개하며 다양한 한국의 먹거리들을 사진과 함께 설명했다. 영어로 직접 ppt를 기획하고 제작한 뒤, 다국적의 대학생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그 순간이 너무 짜릿하고 뿌듯했다. 지난 몇 년간 그토록 바라던 장면이었다.


고맙게도 각국의 대학생들은 먼 나라 대한민국의 미식 문화에 대한 내 발표를 흥미롭게 들어주었고, 매운 것을 좋아해서 떡볶이를 꼭 먹어보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한 때 외교관이라는 꿈을 품었던 내가 그때만큼은 '문화 외교관'이 된 기분이었다.




 지금도 나는 종종 대학 후배들을 만나면 어느 나라가 되었든 교환학생은 꼭 한 번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그때만 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과 나를 발견할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 6개월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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