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 달간 브런치를 접속하지 않고, 들려오는 알람만 확인했다.
어떤 글이 조회수를 얼마 돌파했고, 구독자가 늘고, 좋아요를 하고...
지친 것 같아 쉬려고 했다.
일상과 업무와 웹상의 일상과 웹상의 업무
모든게 지치지 마련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우리는 과연 쉴 수 있을까였다.
코로나19가 발발하고 생활에 스며든지 곧 1년이 된다.
혼란스러웠던 사회는 어느덧 익숙해진 삶을 받아들였고,
겨울의 시린 공기는 몇 겹의 필터에 걸러진 채 코끝에 살랑인다.
그동안 있었던 변화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건 바로 직장인들일 것이다.
회사 운영이 어려워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급여가 밀려 결국 퇴사한다던가.
다행히도 내가 있는 분야는 큰 여파가 없었지만 시장이 위축된 것은 눈으로 보일만치 어려웠다.
신입직원 채용 역시 항상 지원자가 있었으나 당시엔 면접이 불발되기도 하고,
바이러스가 무서워 입사 취소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린 계속 살아가며 일을 한다.
나의 생활 반경은 더더욱 협소해져 그 흔한 마트도 주 1회 가지 못한다.
모든게 배달이 되었고, 주문이 되었다.
내 하루는 버스-회사-버스-집의 반복으로, 어느덧 12개월을 그렇게 보냈다.
예전에 그런 글을 읽은 적 있다.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던 주인공이
점점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결국 정신병에 걸렸고,
그 벽이 결국엔 주인공을 옥죄어버렸다는 이야기.
요즘이 그런 시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도 모든게 쉽지 않다.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해도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집 밖에 없다.
무언가 먹고 싶어도 직장을 잃거나 급여가 적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집에서 핸드폰으로, TV로
남들이 먹고 놀고 여행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그러니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각하는 것은, 최근의 시기가 바로 '정지의 시간'이 아닐까 싶은 거다.
우리가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사회에 막 발을 내디뎠을 때는
모든게 재밌고 성과가 나오고, 하는 만큼 얻어가는 시기를 보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는 아무리 애를 써도 평균치의 성과밖에 나오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배워 써먹어도, 이전처럼 폭발적인 결과가 없다는 얘기다.
이 시기를 인내하여 겪어야지만 한번 더 성장할 수 있는데
이걸 '정지의 시간'이라고 부르며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그 시기를 슬럼프라 부르며 포기하고
누구는 재도약의 기회라 생각하여 새로운 것을 준비한다.
또 누구는 꾸준함을 잃지 않고자 노력한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지낼 것이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는 거다.
마치 성장이 더딘 새싹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크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시기를 보내야 하는게 아닐까.
결국 슬럼프든, 기회이든 누구나 한번쯤 겪는 상황이라는 거다.
이때 널브러지든 재충전을 하든 배우든지간에 각자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충분한 노력을 하면 된다.
우린 아직 죽지 않았고, 다시금 올라설 수 있는 기회는 열려있다.
하루만 사는게 아니기에 내일도, 모레도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정지의 시간'은 곧 풀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