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와 꿈

by 서이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늘 '목표'를 강조한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성장과 발전을 하기 위한 동기부여이자 가속장치로 목표를 사용한다. 그래서 처음 입사 했을 때 남들이 다 이야기하는 목표가 없어 '내가 이상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목표라는 게 없어도 잘 살고 잘 먹고 목표 있는 남들보다 더 많은 업무를 소화했고, 또 잘했다. 그러니 언젠간 나도 뭔가가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6년을 보냈다. 그리고 아직 목표가 없다.


나는 에세이와 같은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인지, 어차피 저 사람의 상황에 따른 과정과 결과인걸, 이라는 생각으로 나에게 도움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기 싫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매달 2번의 회의(라고 말하는 이달의 우수사원 발표)를 진행한다. 회사 매출에 큰 기여를 한 사람에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입사 첫 달 이 회의를 겪고 진지하게 퇴사를 할까 생각했다. 3시간, 길면 5시간 동안 남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에 입사한 나는 총 146번의 회의를 경험했다. 왜 반나절 이상 아까운 나의 시간을 버려야 하는지, 차라리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번 했다. 그리고 오늘 또 새로운 회의시간이 되었다. 이제야 남들이 이야기하는 목표가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다. 내게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생긴 것이다.


오늘 나온 주제는 이렇다.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발표자는 확실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나태하거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포기하는 자가 많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될 때까지 계획을 실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목표가 끝이어서는 안 된다.'


문득 든 생각이다. 목표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목표가 끝이라면, 그 이후엔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내 목표가 천만 원을 모으는 거라면 그 돈을 다 모았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생각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천만 원을 모았다. 그래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보람은 있겠지만 허망함이 더 클 것이다. 이제 목표를 이루었으니 더 이상 돈을 모을 필요가 없다는 것. 목표는 끝이어서는 안 된다.


나는 농부가 꿈이다. 정확히는 내 집과 텃밭을 마련해 도시농부로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4억이라는 돈을 모아야 한다. 그렇다면 내 꿈은 농부이며 목표는 4억 만들기다. 꿈은 지속 가능한 결괏값이고 목표는 실천 가능한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게 따지자면 목표가 없다고 애석해할 필요가 없다. 꿈이 있다면 목표는 언제든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회사 생활 초반은 물론 여전히 '니가 목표가 없으니 조직이 망하는 거야'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나의 꿈을 위해 돈을 모을 것이고, 내 직원들은 내 밑에서 당연히 돈을 벌 것이다. 그게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해야 하는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렇다면 된 것 아닌가? 회사는 돈을 벌러 오는 곳이다. 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곳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이야기하는 목표는 회사에서의 기준이겠지만, 없어도 잘만 다니고, 벌고 있다.


결국 꿈이 있다면 목표라는 것은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신입 직원이 입사해 첫 면담을 할 때 항상 묻는 말이 있다. '본인은 꿈이 뭐예요?' 그러면 대부분의 직원은 머쓱해하며 이 나이에 왜 그런 걸 물어보냐는 표정을 짓는다. 어린이가 아니면 꿈은 없어도 되는 걸까? 그냥 사는 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꿈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동기부여라고 생각한다. 꿈을 이루었을 때 진정한 자아실현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당연하게도, 꿈이 무조건 거창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꿈이라고 한다면 대단히 큰 무언가를 떠올리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나 역시 단순하게도 농부가 꿈이다.


누구는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하고, 누구는 돈 많은 백수가 꿈이라고 한다. 그러면 역으로 짚어보면 된다. 건물주가 되고 싶다면 어느 건물을, 그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내가 몇 살에 건물을 매입할 것인지, 대출을 제외한 실 자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때까지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계산이 될 것이다. 그럼 그 돈을 모으는 것이 목표가 된다.


철저한 계획을 실천한다면 목표에 도달할 것이고 꿈을 이룰 수 있겠다. 그러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이 생겨날 수도 있다. 그렇게 다들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은 길고, 꿈은 많을수록 좋고. 한 번 사는 인생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겠다.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있기 때문에 당장에 목표가, 계획이, 살아가는 이유가 없어도 괜찮다.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태는 왜 죄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