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산을 오르는 걸 싫어한다. 오르막을 오를 때에는 숨이 가쁘고 다리가 뻐근하며 3분 쉬어 20초를 더 오를 수 있는 체력밖에 충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오르는 게 힘들어서 싫다.
주변 풍경이.. 자연이.. 단풍이... 하면서 산을 오르지만 정작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앞 또는 위를 보고 걷지 않는다. 어떠한 장애물이 있을까, 미끄러지지 않을까 항상 바닥을 보고 걷는다. 올려다볼 때는 잠깐 쉬는 상황에서만 고개를 든다. 그런데 단풍구경을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주말 간 둘레길을 걷고자 무장애 데크길에 올랐다. 완만히 걷는 길이었기 때문에 그 강조하는 자연을 마음껏 즐기며 걸었다. 그리고 갈래길을 잘 못 들어 갑자기 격한 산행으로 바뀌었고, 용마산과 아차산을 가로지르는 도합 3시간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껄떡 고개의 570 계단을 오르며 억울함이 가시지 않는다. 무엇을 보기 위해 산을 깎고 계단을 만들고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걸까. 하물며 어느 정도 평평한 산길이 나오면 득달같이 자리를 펴 밥이건 라면이건, 막걸리를 먹는 사람들이 지천에 있다. 취식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는 바로 아래에 술판을 벌인 사람들도 있었다. 인류애가 상실되는 시점이었다. 물론 산행 도중의 즐거움은 딱 하나 있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건데, 나에게 관심은 없지만 나는 힘껏 귀여워의 눈빛을 보냈다.
내려갈 때는 온통 암석이었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을까 다리에 힘을 주며 내려왔다. 신발 안에서 발이 쏠려 발가락이 아프고, 다리는 후들거려 굴러 내려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내려가면서 오르는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이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람들, 이제 곧 지옥을 맛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힘든데 왜 사람들은 산을 오르는 걸까? 정복욕이 생겨 보이는 산마다 다 올라가 봐야 하는 걸까. 아니면 풍수를 보기 위한 것인지, 사회에서 못 올라본 높은 곳을 오르고 싶은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을 오른다고 하면 성취, 도전, 자연, 건강 등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괴로움을 참으면서 성취감을 느끼기엔 산을 타는 것은 너무 힘들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산이 좋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어릴 때는 엄마를 따라 매일 저녁 뒷산 중턱에 있는 양궁장까지 걸어가 운동을 했고, 중학생 때는 CA로 등산부를 선택했다. 높지 않은 산을 정상까지 찍고 내려오면 그 뒤는 자유시간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게 주어지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격주로 등산을 하려니 죽을 맛이었고, 사실은 등산 부라고 해도 산을 잘 안 타겠지 하던 막연한 마음이 잘 못 된 것을 알았다.
고등학생, 대학생을 지나 성인이 된 지금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산을 가지 않는다. 오를 때의 억울함과 내려올 때의 허탈함. 그 후 찾아오는 며칠 간의 근육통이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 간 산을 오르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보니 참 산을 좋아하는구나를 깨달았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왜 산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