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식재료가 주는 의미

by 서이



봄에는 주꾸미와 꽃게, 냉이와 달래를. 여름에는 옥수수, 토마토, 가지 그리고 오징어. 가을에는 무수히 많은 식재료를 골라 먹는 선택. 겨울엔 각종 조개와 방어, 대망의 귤. 나는 제철 식재료를 좋아한다. 이맘때쯤에는 이게 시장에 나오겠구나 떠올리고 직접 구매해 가장 맛이 좋을 때 먹는다. 계절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살면서 생겨난 버릇이다.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다. 단지 그때 먹어야 더 맛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 1년간 제철 음식을 먹지 않았다. 좋아하는 게와 새우, 하물며 수박까지. 먹고 싶지 않아서 먹지 않은 건 아니다.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다가 놓친 것도 있고 금전적인 부담이 생겨 먹지 못한 것도 있다. 꾸준히 제철 식재료를 구매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물가가 확실히 많이 올랐다는 거다. 단순히 물가가 오른 것일까, 기후문제로 이제 제철 식재료가 바뀌고 있는 탓일까.


먹는다는 행위에 제법 많은 의미를 두고 있는 나는, 이러한 변화가 낯설다. 얼마 전 국가 재난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도 전쟁이 벌어져 한방에 죽으면 그동안 벌어둔 돈, 못 먹어본 음식에 한이 남아 귀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식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게 내 욕구다.


특히나 가난한 요즘은, 하루 한 끼밖에 먹지 않는데 그걸 대충 때운다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다. 언제는 겨우 먹을 수 있던 점심을 편의점 빵으로 때운 날이 있는데 참으로 억울해 눈물이 났다. 나는 왜 돈이 없어서..라는 패배주의적 마음이 되살아나는 시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먹음에 의의를 가지며 최대한 가리지 않고 많은 것을 먹자고 생각했다. 누구는 비윤리적인 살생으로 만든 것을 먹는 사람을 보고 손가락질하고, 누구는 자신의 소신을 위해 먹는 것을 가린다. 맞고 틀리고를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먹을 수 있으면 먹자. 하지만 과하게 먹지는 말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야생에서는 사자가 물소를 사냥하는 것에 대해 잔인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물소를 사냥하지 않으면 사자는 굶어 죽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사냥에 성공한 배부른 사자가 심심해서, 재미로 물소를 잡아 그 고기를 썩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말한다. 하물며 우리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고양이에게도 이러한 윤리적인 의미를 씌우고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흐름에 맞게 살아가는 게 옳겠지만 그러한 이유로 먹음에 제한을 두고 싶지는 않다.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신이 먹을 것을 직접 채취하고, 동물을 죽이고, 손질하고, 요리해서, 먹어라. 그래야 생명이 가진 소중한 의미를 돌아볼 수 있고, 맛으로 먹는 육식이 나쁜 의미임을 알 것이라고. 지구를 생각하고 누군가를 생각하여 시대에 배반하는 행동은 할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한계 내에서는 마음껏 먹고 싶다.


우리는 이미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체에 필요한 열량을 초과한 음식을 먹고, 그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고 각종 성인병이 나타난다. 정말로 가난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삶을 살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고, 오히려 체중감량을 위해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 원시생활을 하던 시기. 5 봉지 2천 원짜리 라면을 하루 한 개. 5일에 걸쳐 아껴먹으며 나머지 시간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생활을 하던 때. 내가 가장 슬펐던 것은 이렇게 발전한 시대에 굶어 죽는 게 맞는가 싶은 것이었다. 밖에 나가서 쑥으로 보이는 것을 뜯고 솔잎을 뜯고 먹을 수 있어 보이는 것은 일단 입에 넣어봤다. 용케 죽지 않고 살아남다 보니 먹는다는 것에 욕심이 생겼다.


나는 제철 식재료가 좋다. 식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이 좋고 그걸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걸 베푸는 행위가 좋다. 내가 아는 사람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인생을 산 지 7년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굶던 시절을 잊지 못해 식탐이 생겼고, 남들이 먹는 것, 유행하는 것,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죽기 전 알이 벤 주꾸미를 먹고 싶어 한 철을 더 살고, 당도 높은 수박을 먹고 싶어 두 철을 더 살고 있다. 올해 먹지 못한 공주 알밤을 구워 먹고, 올해 도전하지 못한 방어회 한 접시를 먹기 위해 일 년을 더 살 것이다. 이것이 제철 식재료가 내게 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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