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력이 없는 편이다. 딱히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어차피 우연하게 태어나 살고, 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어난 김에 살아보니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손해 보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커 하고 싶은걸 대체로 실행한다. 그러니 신년목표로 잡은 금주는 첫날 어그러졌고, 다이어트 역시 당일 끝났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를 하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아도 당장에 건강하니 엄청난 애를 써서 할 필요가 없다.
누구는 이런 나를 목표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회사에서도, 인생에서도 큰 목표가 없다. 목표라는 게 있으면 물론 동기부여가 되어 조금 더 성장하거나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꼭 목표가 필요할까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어려서는 단순히 좋은 대학 가야 해, 남들보다 공부 잘하고, 돈 잘 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압적인 시선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갑자기 어른이 되니 목표가, 꿈이 어쩌구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 가장 일반적으로 듣는 이야기가 바로 목표설정이다. 목표가 없는 사람은 목적 없이 방황할 것이며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목표가 있다면 그 길로 가는 방향을 설정하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반발심이 생긴다. 옛말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모로'는 옆쪽으로, 가장자리 등을 뜻하는 말이다. 옆으로 걸어가든 물구나무를 서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으로 결국 방법이 어떻든 결과만 나오면 된다는 뜻이다. 물론 내가 도착한 곳이 서울인지 파주인지를 알아야지만 되겠지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우리는 항상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방향으로 여러 단계를 설정해 하나씩 해치워간다. 당장 그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인생의 끝인 것처럼 달려간다. 예를 들어 내가 1억을 모으는 것이 목표라면 월급의 60% 이상을 저축하고,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모두 자제하며 돈을 모은다. 그렇게 해서 1억을 모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는 그 1억을 통해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히 1억을 모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모아서 이 돈을 어떻게 불릴지,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런 목표는 달성해 봤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며 1억을 모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다만 단순히 목표가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나 역시 농부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얼마를 모아야지 하는 막연한 목표가 있다. 하지만 돈을 모아야 한다는 목표가 곧 내 꿈이 아니기 때문에 아득바득 지키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돈을 버는 행위, 모이지 않고 족족 쓰이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돈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과 반대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간을 잘 나누어야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우리는 목표라는 인생에 있어 중요한 체크포인트를 그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자기 위로 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차선으로 미룬다. 인생의 끝이 목표달성인 것처럼 살아서는 안된다.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내게 오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의 '목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