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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소예 Sep 28. 2022

나무의 노래

창작 기록 - '거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첫 문장으로 .

거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세월의 비밀을 혼자 간직한 나무.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도 침묵하는 나무.  

   

하지만, 달무리가 지는 날이면, 나무도 하늘처럼 울먹이고 싶은 것인지

자신의 문을 열고 진실한 영혼에게만 이야기를 속삭여준다.     


달무리가 지는 밤.

나무는 한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죽어가는 나무는 사실

나 자신보다 살아있는 나무를 더 걱정한단다.     


나이테를 하나씩 새길 때마다 고통을 알기에

그 짐을 덜어주고 싶지만,

그건 스스로 감당해내야 할 몫이란다.     


나이테를 새기는 고통의 나날 속에서도

햇빛을 막아내며 그늘을 제공하고

신선한 공기도 제공하며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렴.         

 

열매를 맺어도 지나가는 새들에게 다 내어줄 만큼

큰마음으로 살아야 한단다.     


지저귐이 끝이 없는 소란한 날도

너를 찾아온 이들을 받아들여라.     


가을이 와서 말라가도 겨울이 와서 모든 걸 잃어도

너 나름의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음을 기억하렴.     


가난한 날에도 봄을 염원하는 마음을 간직하렴.

오로지 너 자신을 믿으렴.     


시간이 흘러 떠나게 되더라도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그날의 너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여라.     




달무리가 사라지고, 비가 내리자 나무는 문을 닫고 동면에 들어갔다.

아이는 말했다. "나무야! 그동안 고마웠어."     


'그리는 MK'님 삽화 [달무리 지는 나무와 아이] -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그래서 남편의 카톡명은 '천천히 크는 나무', 아들은 '꿈꾸는 나무'라고 설정해두었다.

남편이 천천히 성장하는 큰 나무라고 상상하고,

아들이 꿈을 꾸는 중의 나무라 생각하면 나는 조금 관대해질 수 있다.

    

사실 이 글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쓰기 시작했다.

병중의 고통 속에서도"너희들에게 고통을 남기고 떠나서 미안하다" 아버지의 말씀이 맴돈다.     


나는 마음이 고장이 나서, 펑펑 울지 못한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주르륵 고요한 눈물이 계속 흐른다.     


나는 아버지를 미워한 날이 많았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그리워한 날이 더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아버지를 미워했던 나 자신을 용서하고 싶다.

타인에게 관대해지려면, 나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야 한다.     


여름 나무처럼, 더운 나라에서 외화벌이하며 고생하신 아버지.

제 인생의 나무가 되어주신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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