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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Mar 24. 2022

밑바닥이 닮았나


밑바닥이 닮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끌린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외적 조건들을 의미하는 바닥이 아니라, 감정적인 밑바닥 말이다. 심적인 깊이나 그늘의 길이나 삶의 명도가 닮은 사람과 만나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막연히 확신하고 있다. 물론 측정 가능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은 오류에 가깝다. 하지만 생을 통 틀어 이어져온 경험의 연속에 쌓인 감정들을 치우고 남은 자리에 바닥이 있다. 그것만은 너무나도 사실이다. 누군가의 바닥은 자욱한 먼지가 한 줌이라도 넘어올까 위태롭게, 누군가의 바닥은 쌓은 감정에 움푹 파인 채로, 또 다른 바닥은 세월의 흔적도 없이 매일 청소하는 방처럼 아무런 자국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분명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닮은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는 것이고, 은연중 무의식이 깨달은 대로 사랑에 빠질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난 당신을 만나게 된 이유를, 사랑한 연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건 왠지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할 것 같다 생각할 정도로 깊이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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