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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Apr 08. 2022

보잘것없고 아름다운 것


당신을 생각하면 한없이 작아진다.

두 손을 한 아름 모은 만큼의 심장이

한 줌으로 움츠러든다.

웅크린 마음 틈으로 비좁게 자란 새싹이

긴 시간 노랗게 바랜다.

바랜 노랑 사이로 그리움이 먼지처럼 붙어있다.

곧 날아갈 듯 애써 끈질기게 붙어있는 그리움조차

그늘져 시들어 있다. 한 줌이었던 마음이

작은 충격에 조각으로 부서진다.

오랜 흙이 갈라지듯 나뉜 가장자리로

메마른 바람이 스며들어

형태도 없이 날아가도록 흩어진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흙 알갱이 같은 기억들 곁으로

반짝이는 햇빛이 내려앉는다.

빛나는 작은 알갱이들이 밀려 날아간 곳은

지난 마음의 흔적들이 고요히 사라져

도달한 백사장,

바다와 닿을 수 없는 사랑이 소복이 쌓여있다.

메말라 날아갈 순간만을 기다리면서

정처 없이 공허와 함께한다.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이토록 보잘것없고 아름답다.

남아 있지도 않는 모든 것이 서럽게 잔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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