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만난 우리가
또 이뤄지지 않는 모습만 자꾸 꿈에 나온다.
과거가 마치 이뤄질 수 없는 먼 미래처럼
다시 돌아와 인생이 쳇바퀴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답이고, 항상 오답인 사랑.
치유의 약이 될 때도 독약이 될 때도,
한 번에 목숨을 두 번 거는 일이 되는 만남.
분명 좋은 것들이 더 많이 떠올랐던 것 같은데
남는 건 쓸쓸한 뒷모습밖에 없다.
다 부질없는 걸까, 우리의 서약은
얼마나 어리석고 대담하며 사랑스럽고 부질없을까.
숙명을 만드는 우리의 선택들은
언제부터 기약이 된 걸까.
잃어야지만 깨닫고, 얻고서야 잊어버리는
아쉬운 존재의 과오가 오늘따라 이리 서글플까.
이토록 약하고 악한 존재라
끝없이 노력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걸까.
우리는 언제쯤 영원에 도달할까.
그토록 죽음을, 종결을 희망하고 꿈꾸는 것도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까.
원대한 결말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쳐 본 적이 있기에 빛나는 걸까.
찬란함 한 줌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어둠을 홀로 걸어야 하는 걸까.
몇 번의 무너짐이 있어야
세상을 받드는 진리의 바닥에 닿을 수 있을까.
대답 없는 질문만 쌓아올리는 나는
오를 수 없는 벽을 세워
당신을 만나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