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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Apr 30. 2022

그림에 그려진 그림들


풀어지고 뭉쳐진 색감 뒤에

가려진 감정 선을 쫓는다.

붓질이 미처 지우지 못한

기억의 흔적을 들춰본다.


무슨 생각이었을지, 무슨 마음이었을지,

어떤 그리움이었을지,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을지,

몇 번이고 되새겨서 닳고 닳아

누구나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언어였을지,

한 번쯤은 상상에 가까웠던 하늘의 날갯짓을

땅으로 끌어내려와 안고 싶은 욕망이었을지,

무엇을 해도 닿지 않을 거리를 향해

소리 없이 외쳐보는 아우성이었을지,

돌이킬 길도 없어 아무도 오지 않는 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마냥 그늘을 쫓아

시선을 멍하니 던져두던 시간이었을지,

이윽고 찾아온 봄에도 여전히 차가운 손발로

따스한 마음을 쫓아 안으로 또 안으로

웅크리던 소심함이었을지,

오늘도 이맘때쯤 언제나쯤 떠오르는 소양감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견디다

흐린 날씨처럼 주저앉는 오후였을지,

다들 한 글자 쓰기가 고민스럽다고 주저할 때

글자를 늘어뜨려 조금이라도 길게 뻗어

다가가고 싶어서 쉼 없이 들리지 않는 언어들이

무의식중에도 뻗어나가는 것이었을지.


내일은 내일일 뿐이라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작은 붓질들에 가두고 싶은

생각이었을지.


motif by <기념하는 마음> 작가 유리

               @desvollmon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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